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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가 인생 최전성기에 발견한 자신의 모습

by Plato Won
단테가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처음 베아트리체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리는 장면

천재의 특징 중 하나는 집요함이다.

집요함은 원하는 바가 간절할 때 발현된다.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연정은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암흑의 천 년을

떠나보내고자 하는 간절함에서 비롯된

시대정신이 담긴 감정이었다..


신을 숭배하며 신만을 사랑해 왔던 세상을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옮겨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코드가 있어야 했다.


그 새로운 코드(CORD) 대해

사유와 질문을 거듭하던 단테는 이윽고

그 해답을 찾는다.


그가 9살 때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처음보고

한눈에 반한 베아트리체를 9년이 지난 18세에

다시 산타 트리니타 다리에서 조우하고 심장이

얼어붙는다.


단테는 그날부터 그녀를 생각하며

시를 쓰기 시작한다.


단테는 중세 천년을 마감할 새로운 코드로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인간의 감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 새로운 코드를 풀어내기 위해

단테는 로마의 건국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소환해서

지옥과 연옥을 거쳐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여행하기를 결심한다.


그 여정에서 9개의 험난한 문을 거치며

역사속 인물들이 전생에 살면서 저지른 자신의

잘못으로 형벌을 받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단테의 신곡은

신에 대한 숭배라는 자리에 영원한 뮤즈,

베아트리체에 대한 집요한 그리움이라는 지극히

사사로운 , 그러면서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을

치환하면서 전개된다.


"내 인생 최전성기에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단테가 인생 최전성기에 발견한 자신은

어두운 숲 속을 뒷걸음치는 모습이었다.


"Non uomo, uomo gia fui

(난 우모. 우모 기아 푸이) "


그런 단테의 손을 이끌어 여정을 떠나는

사람은 <한 때는 사람이었으니 지금은 사람이 아닌>

로마의 건국 신화 <아이네이아스>를 쓴

베르길리우스였다.


한 때는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아닌

베르길리우스는 지옥과 연옥을

거쳐 베아트리체를 만나도록 단테를 천국으로

인도한 것이다.


단테는 그 여정을 통해

위대한 것도 인간이고,

어리석은 것은 인간이며,

사악한 것도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 최전성기에는 깨달을 수 없었던

인간의 모순된 모습들을 신곡 속으로 들어가

미리 체험한다면 어리석고 사악한 인간의

모습을 걷어내고 원래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겠는가.


단테는 자신의 영원한 뮤즈,

베아트리체에 대한 집요한 그리움을 통해

인생 최전성기에 깨달은 것은

인간다움으로 사는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단테의 <신곡>은

호메로스,세르반테스,세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양문학사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예술과 문학,역사,전설,종교,철학,정치학,천문학,

자연과학을 총출동시키고,

시적 운율로 균형과 절제의 미를 소환하며

풀어나간다.


단테는 이 여행을 통해

신화 혹은 역사 속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간의 삶을 기독교 신앙과 윤리,

철학을 통해 성찰한다.


그렇게 여행에서 돌아온 단테가

신곡에서 꼭 남기고 싶었으나 남기지 못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위대한 것도 인간이고,

어리석은 것도 인간이고,

사악한 것도 인간의 모습이다.


"과연 인간은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으며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찬란하기도 하지만

아주 험상궂은 얼굴로 인간세계를 쳐다보기도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Plato Won


Plato Won 作,하늘의 태양은 찬란하기도 하지만 아주 험상궂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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