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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to Won Apr 07. 2024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마크 로스코 作,무제 1970
Plato Won 作,하늘은 창백한 것이 아니라  담백한 것이다


"하늘을 향해 뜀뛰는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에 몰두하느라 정작 자신은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


미국 추상회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생애가 그랬다.


마크 로스코는 단색 추상채색화 관객들에게

숭고미학을 전했으나, 

정작 자신의 삶에는 숭고함을 전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로스코는 명성이 더해질수록 언젠가는

대중이 자신의 작품 진가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대중이 자신의 회화 앞에서

방귀를 뀔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으로

그의 내면세계는 무너져 갔다.


로스코는 새롭게 시도한 추상회화로

하늘을 향해 날기를 원했고, 하늘을 날았으나

그 행위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하늘을 감상할 시간을 놓치고 스스로 땅으로

추락해버렸다.


'형이상학적 불확실성'을 지향해 온

유럽 추상미술을 걷어내고,

색채추상으로 숭고미를 자극한 로스코의

회화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마침내

로스코는 20세기 미국 회화의 상징적 영웅이

되어갔다.


관객들은 로스코의 작품 앞에만 서면

이유도 모를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왠지 모를 어떤 경외감, 숭고미를

느끼는 것이다.


비평가들이 크 로스코의 미술세계를

'숭고의 미학'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마크 로스코는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

경험하는 내적ㆍ종교적 체험을 중시했고,

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형식은 최대한

단순화했고 색채는 절제하면서 추상미술을

완성시켜 나갔다,


"

분명히 말하건데  생명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뼈와 살의 구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추상이란

있을 수 없다.


고통과 환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그림이란

아무짝에도 쓸모 다.

나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


로스코는 렇게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했던 것이다.


인간의 내면 심리는 복잡하게 엉켜있을 것 같지만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헤치면 단순하다.


로스코는 주황, 빨강, 노랑으로 삶의 복잡한

정들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일까.


그는 그림에서 재현적 묘사, 감각적 요인들,

의미 없는 변주, 장식적 효과는 철저히 배제했다.


"

나는 비극, 황홀감, 운명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들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로스코는 관객들의 근본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데는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자신 내면의 감정

보살피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영원한

것이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체질적으로 자신의 이러한 일들

즐길 수 없는 예술가였을까?


절제된 생활을 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알코올과

약물 복용, 우울증으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작업실에서 지내다,

감당키 어려운 그 짐을 진 채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하늘을 항해 뜀뛰는 사람들은 그 행위 자체에

몰두하느라 정작 자신은 하늘을 쳐다보지 못한다."


바쁘다고, 힘들다고

하늘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마음의 여유는 사치라는 그 마음을 덜어내고,

자신을 타인에게 증명하려는 그 욕심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자신을 위한 배려의 시간을 놓아두어야

한다.


관객들이 로스코의  형체도 없는 단순 색채의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삶과 죽음이 그냥 주황, 빨강, 노랑이네.

복잡할 거 없는 세상,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거 아니냐?"


관객들은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


고개만 들면 파란 단색의 푸른 창공을

우러러볼 있다.심심하면 간혹 흰 뭉게구름도

지나간다. 자연의 숭고함은 단순함이다.


우리의 삶도, 나의 내면의 마음도 복잡하게

얼기설기 꼬아놓은 것은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단순화시키면 담백해지고,

담백해지면 내 삶에도 숭고미가 젖어든다.


간혹 고개를 들어 창공을 보면 단백한 청색이고,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주황,빨강,노랑이

전부다. 


파랑 하늘은 창백한 청색이 아니라

담백한 청색이다.담백한 하늘을 담을려면

내마음도 담백해야 한다.



Plato Won


○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


마크 로스크 作,무제,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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