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을 잠재우고 감성을 춤추게 한 루소

1-3, 루소 사회계약론

by Plato Won
Photo by Plato Won


루소 철학을 관통하는 문제의식

(1) 이성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라


루소는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 불릴 만합니다.


『학문과 예술론』에서는 문명 비평가,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는 윤리학자와 인류학자,『사회계약론』에서는 정치 이론가,『에밀』에서는 교육자, 『고백록』에서는 심리학자, 이 밖에도 수필가, 오페라 작가, 음악학자, 식물학자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 주는 면모는 참으로 다양하지요.


그럼에도 루소의 철학은 하나의 문제의식을 중심축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간은 원래 선하게 태어났지만,

문명과 사회 제도로 인해 타락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루소 철학을 꿰뚫고 있는 대전제입니다.


루소는 그 자신이 계몽주의자이면서도

백과전서파의 주축인 볼테르, 디드로의 사상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성 그 자체보다는 ‘감성’을 더 중시했고,인위적인 문명보다는 ‘자연’을 더 강조했습니다.


이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문명과 사회 제도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살아갈 때,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루소의 생각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그의 주장을 은유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지요.


당대 최고의 계몽주의자인 볼테르는

이 말을 핑계 삼아 ‘루소의 책을 읽으면 네 발로 걷고 싶어진다’며 맹공을 퍼붓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판은 명백한 오해입니다.


루소는 어디까지나 사회 속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지,문명 그 자체를 부정하고

원시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성의 힘을 맹신한 계몽주의에 맞서 감성과 자연의 질서를 중시하는

독창적인 사상의 경지를 개척했습니다.


이는 계몽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19세기 낭만주의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2) 소설 『에밀』과 『신 엘로이즈』


루소의 말에 따르면,

『학문과 예술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그리고 『에밀』이 그 자신의 철학에서 ‘하나의 전체’를 이룹니다.


그중에서도 루소 본인이“최종적이고 가장 유용하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은 것이 바로 『에밀』입니다.


주인공 에밀의 출생에서부터 성장, 결혼에 이르는 교육 과정 전반을 다룬 소설 『에밀』은 루소의 교육론을 집대성한 교육학의 고전입니다.


루소는 이 작품에서 ‘자연인이 지닌 본연의 순수함,공동체의 이익을 우위에 두는 시민의 덕을 모두 갖춘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길러 내는 교육 방법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루소가 꿈꾸었던 이상적인 인간상은

신분 차이로 인한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베스트셀러 소설

『신 엘로이즈』에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귀족 아가씨 줄리와 가정교사 생프뢰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도덕의 힘으로 이겨 내고자 애쓰며 살아갑니다.


이는 문명과 제도의 굴레에 갇혀 버린 후에야 순수한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운명과도 닮아 있습니다.


루소는 줄리와 생프뢰처럼 가식과 허영을 벗어 던지고 진실한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만날 때,


그리하여 선한 본성을 추구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신 엘로이즈』에 담긴 루소의 진심은

민중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전해져서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자유’를 외치는 『신 엘로이즈』는 프랑스 혁명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된 셈입니다.


(3) 추상화 이해하기



자, 이제부터 루소의 저서들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방향성을 추상화를 통해 함께 살펴볼까요?

숲속 풀밭 한가운데 서 있는 양 한 마리.

참으로 소박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네요.

이때 ‘양’은 순수한 본성을 지닌 자연인을 상징합니다.

숲이 울창해지고, 풀밭에는 울타리가 세워졌습니다.울타리는 안팎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입니다.


울타리 밖 숲속은 자연 상태를,

울타리 안은 사회 계약으로 맺어진 문명사회를 의미합니다.


자유롭게 살아가던 인간이 한데 모여 살면서 자신과 타인, ‘나의 소유’와 ‘타인의 소유’라는 구분이 생겨났고,

이로써 모든 사회악의 근원인 불평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림 속 ‘뱀’이 사회적 불평등과

그로 인한 도덕적 타락을 상징하지요.

루소는 ‘인간은 본래 선하게 태어났다’는 가정하에 사회적 불평등이 생겨나게 된 과정을 추론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갑니다.


나무에 매달린 붉은 열매들은

이러한 모색의 결과 탄생한 저서들을 상징하지요.


루소는 『학문과 예술론』과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는 '순수했던 인간이 타락한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타락해 왔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사회계약론』과 『에밀』에서는

정치적, 교육적 측면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하며,『고백론』에서는 숨겨 왔던 치부까지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외침이 핏빛 강물처럼 흘러내립니다.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주인과 노예로 대표되는 사회적 불평등.

이를 해소하여 그 옛날 자연

상태에서처럼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혁명’이라는 피의 대가가 필요했습니다.


양의 새로운 털 빛깔이 상징하듯

자연인에서 사회인으로 거듭난 모습입니다.


공화국의 일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잘 이행하는 도덕적인 시민이 탄생한 것입니다.


진정한 사회 변혁은 인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그 인간은 바로 교육이 만든다는 것이 루소의 견해입니다.


근대 시민 혁명은 분명 혹독하고 고단한 여정이었고, 민주 국가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역시 자유와 평등을 향한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회 속에서도 자연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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