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루소 사회계약론 추상화 읽기
이슬람권 국가에서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을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이 직접 살해하는 ‘명예살인’.
최근 들어 관련 법 조항을 수정하여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갖은 노력에도 여전히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악습입니다.
이처럼 법 중에는 법전에 기록되지 않은 법이 존재합니다.
관습법이 대표적인 예인데,
명예살인은 현실의 관습이 법보다 강력하게 작용한 경우이지요.
우리에게 친숙한 ‘법전 속의 법’, 그러니까 입법 기관에 의해 일정한 형식과 절차를 거쳐서 조문 형식으로 제정된 법을 ‘성문법’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가 제정한 함무라비 법전으로 알려져 있지요.
반면에 일정한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져
문서 형식으로 표현되지 않은 채로 존재하는 것이 ‘불문법’입니다.
관습법, 판례법 등이 여기에 속하지요.
관습법은 오래전부터 지켜 온 관습을 국가가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판례법은 비슷하거나 동일한 사건에 대한 과거의 판결을 법으로 인정한 것을 말합니다.
법의 역사는 불문법에서 성문법으로 발전해 왔는데,
근대 국가가 성문법을 대규모로 편찬하기 전에는
불문법, 특히 관습법이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불문법주의를 채택한 영국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는 판례와 관습을 법으로 인정하여 따르고 있습니다.
성문법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 국가들에 의해 발전해 왔는데,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성문법의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 대부분의 법규범이 조문화되어 있지요.
하지만 재판에서 특정 형태의 법만을 단독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성문법과 불문법을 두루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루소는 공동체에 적합한 최선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각각의 관계를 규정하는 법을 정치법, 민법, 형법,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그중 국가에 대한 주권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법인 ‘정치법’이 『사회계약론』에서 다루는 법의 핵심임을 언급하면서도 세 종류의 법 이외의 ‘또 다른 법’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 법’이 도덕과 관습, 여론인데,
루소는 그중에서도 특히 ‘도덕’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도덕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동정심이 이기심을 통제하면, 여기에 양심과 이성이 작용하여 도덕 법칙을 만들어 냅니다.
실천의 보편적인 기준이 되는 도덕 법칙은 정의감을 낳고, 정의감은 정의를 실현해야겠다는 의지를 낳게 되지요.
도덕은 인간관계 속에서 습관이나 예절, 관습 등으로 나타납니다.법은 인간관계를 규율하는 질서로서 이러한 도덕들을 반영합니다.
개인이 덕을 갖춘다면 그 사회의 도덕은 이상적인 법의 토대가 되겠지요.
하지만 문명과 제도의 발달로 인간이 타락의 길을 가면서 도덕 법칙은 물론이고, 동정심마저 힘을 잃어 갔습니다.
양심은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배려하는 능력을 상실했고, 이성은 개인에게 더 많은 이익과 더 큰 권력을 가져다주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이럴 경우 그 사회의 도덕들과 그것에 바탕을 둔 법은
구성원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족쇄일 따름입니다.
이에 루소는 타락한 개인이 덕을 갖추게 하는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해법을 교육에서 찾았고,
이를 『에밀』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타락한 사회가 좋은 도덕을 갖추도록 하는
차선의 해법을 정치 체제에서 발견하여 『사회계약론』에서 펼쳐 보인 것이지요.
외부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일반의지를 찾아야 하듯,
법의 가장 중요한 토대 역시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말하는 루소!
추상화와 함께 루소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세요.
풍랑에 기울어진 배,
돛대의 맨 위쪽 꼭짓점 좌우로 펼쳐진 삼각형의 돛,
바다 밑으로 내려진 닻.
뱃머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배가 침몰하지 않도록
돛과 닻을 이용해 균형을 잡고 있는 듯합니다.
바다의 ‘풍랑’은 격동의 시대를 앞둔 18세기 유럽의 정치 환경을,
‘사람들’은 국가의 시민 또는 입법자를,
‘배’는 급변하는 정치 환경에 놓여 있는 국가를 상징합니다.
배가 기울어진 상황을 통해,
항상 평등을 파괴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사물의 힘을 표현하고자 했지요.
이에 맞서 균형을 잡고 있는 돛은
계몽사상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그 당시 입법의 경향을 의미하지요.
이윽고 두드러지게 채색된 돛의 일부!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한 ‘정치법’을 가리킵니다.
사람들을 중심으로 채색된 금빛 삼각형은
국민들 간의 관계를 규정한 ‘민법’을 의미합니다.
두 삼각형 사이의 겹쳐지는 검은 공간은
정치법과 민법을 강제하는 보조법인 ‘형법’을 상징하지요.
배를 받치고 있는 ‘흰 파도’는 시민의 마음에 새겨진 법인 도덕과 관습, 여론을 가리킵니다.
풍랑은 금방이라도 배를 침몰시킬 듯이 거세지만,
시민이 지닌 일반의지로 ‘법’이라는 돛을 올려서
‘국가’라는 배가 난파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흰 파도가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면 배의 균형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시민 마음속의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풍랑이 어느 정도 잦아들고, 배가 균형을 잡으면서
사람들도, 바다도 평온을 되찾은 듯합니다.
입법 과정에서 일반의지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자유와 평등.
평등은 자유가 없다면 이룰 수 없고,
진정한 자유 또한 평등이 전제될 때 실현 가능합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절대적 가치를 실현하여
공동체를 최적의 상태로 만드는 데 있어
시민들 가슴속에 새겨진 도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루소.
『에밀』 속 루소의 조언은 각자의 삶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법과 도덕이 왜 필요한지 곱씹어 보게 합니다.
Plato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