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없는 왕 밑에 아첨쟁이 신하들

1-6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

by Plato Won
유토피아 추상화


참여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1) 철학이 없는 왕


히슬로다에우스는 페터 힐레스와 작중 모어에게 자신이 여러 나라에서 보고 들은 새로운 문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중 모어와 힐레스는 그의 여행담에 마음을 빼앗기지요.


그래서 이들은 히슬로다에우스 같은

현명한 지식인은 반드시 현실 정치에 참여해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히슬로다에우스는 이를 단칼에 거절합니다. 그리고 왕과 신하들이 모여서

국정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을 제시하지요.

왕이 먼저 신하들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짐은 밀라노를 장악하고, 나폴리를 탈취하고 베네치아를 정복하고, 이탈리아를 복속시키길 바라오. 어떻게 하면 영토와 재산을 늘릴 수 있겠소?“


재미있는 점은 머릿속이 온통 이탈리아 생각으로 가득 찬 그가 이탈리아의 왕이 아니라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루이 12세를 연상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는 전쟁과 권력에 눈이 먼 당대

유럽의 절대 군주들을 토머스 모어가 히슬로다에우스의 입을 빌려 비판한 것입니다.


(2) 아첨쟁이 신하들


새로운 영토에만 눈이 먼 왕에게 신하들은 어떤 조언을 할까요?


국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군주에게 조언하는 관리가 고문관인데,

다섯 명의 고문관이 왕의 금고를 가득 채울 방안을 차례로 늘어놓습니다.


첫 번째 고문관은 이렇게 말을 꺼냅니다.


“현명한 왕이시여,

백성에게 돈을 내어 줄 때는 화폐 가치를 올리고,돈을 거둘 때는 화폐 가치를 내리시죠. 그러면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질세라 두 번째 고문관이 입을 엽니다.


“아닙니다.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그래야 특별세를 거두어들일 구실이 생기지요.“


그러자 세 번째 고문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폐기되다시피 한 낡은 법을 찾아서,그 법을 위반한 자들에게 벌금을 징수하는 겁니다.도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네 번째 고문관도 자기 나름의 방안을 제시합니다.


“특정 범죄, 특히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해

막중한 벌금을 부과하는 법률을 제정해서

벌금을 거두는 것은 어떠실까요?“


끝으로 다섯 번째 고문관이 이렇게 제안합니다.


“판사들을 조종하여 모든 사건을

폐하에게 유리하도록 판결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을 자주 왕궁에 불러들여

폐하의 면전에서 토론하게 하는 겁니다.

판사들의 의견이 갈리다 보면,

명백한 일도 판단하기 힘들어집니다.

그 결과 그들은 두려워서라도

폐하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히슬로다에우스는 신하들이

아첨으로 서로 경쟁하기에 바쁜 이런 환경에서는 가장 훌륭한 사람조차도 악에 물들게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3) 현실 참여의 허상


히슬로다에우스는 신하들이 군사 행동에 관한 계획들을 앞다투어 조언하는 자리에서,보잘것없는 자신이 일어나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고 말합니다.


“왕이시여, 이탈리아에 대해선 잊어버리세요. 국내에 머물러 계셔야 합니다. 전쟁으로 모든 나라를 혼란에 빠뜨려도,결국은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아무런 소득도 없이 백성들을 잃게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조상에게 물려받은 왕국에 온 힘을 기울여 아름답고 번영하는 나라로 만들고, 백성들을 사랑하며 그들로부터 존경받으세요.


지금 가지고 있는 영토만 해도 잘 다스리기에는 너무 큽니다.

모름지기 군주라면 백성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치해야지요!“


그는 이처럼 이상적인 조언을 해 본들

아무 쓸모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왕의 심기를 어지럽혀

괜한 목숨만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작중 모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반론을 마무리하지요.


“자, 모어 선생, 프랑스의 왕이 나의

권고에 어떻게 반응하리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작중 모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전혀 귀담아듣지 않겠지요.

그렇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이러한 작중 모어와 히슬로다에우스의 대립은 헨리 8세의 부름을 받고

궁정에 나아가 현실 정치에 힘을 보탤지,

정치적 이상은 가슴에만 품고

침묵하는 철학자로 남을지 고민하던

토머스 모어 자신의 내적 갈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이제 추상화를 함께 살펴볼까요?


<그림 1-1 전체 스케치>

지식인의 이마가 새로운 문물에 대한 호기심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국가가 되기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느덧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군요.


<그림 1-2 조각 그림>

지식인의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집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생각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영토 확장에만 몰두해 있는 왕과 아첨쟁이 신하들에게 지식인의 이상적인 조언은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림 1-3 조각 그림>

만약 왕이 자신의 금고를 채우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국민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면, 지식인의 조언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줄 것입니다.


토머스 모어는 철학을 지닌 왕을 만나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 유토피아를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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