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과 '자연도태'라는 메커니즘은 무죄

3-4, 다윈의 진화론이 특별한 이유

by Plato Won
Photo by Plato Won,설악산 정상 봉정맘 자리한 위치한 사자바위

(1) 맬서스의 『인구론』을 읽다


인류의 경이로운 탄생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다윈은 1836년 무렵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저서 『인구론』을 읽고 진화를 설명할 중요한 아이디어를 발견합니다.


이 책에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 하기 때문에 인구 과잉으로 인한 식량 부족은 불가피하며, 그 결과로 빈곤, 기아, 범죄, 전쟁, 전염병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다윈은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식량이 충분하지 못하면 결국 인류는 생존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며, 극한의 환경에 잘 적응한 사람들만 살아남고 취약한 사람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생존 경쟁’에 의한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라는 개념을 자신의 이론에 반영하여 진화론을 구축하고, 진화가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에 이르지요.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은 1859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생물학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대작이 되었습니다.


(2) 라마르크의 용불용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아주 새로운 주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진화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람은 다윈과 같은 세대뿐 아니라 그 이전에도, 심지어 수 세기 전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윈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나, 다윈의

가장 큰 업적은 본인이 수십 년에 걸쳐

모은 방대한 자료와 체계적인 논리를 근거로 진화론을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한 것에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윈에 앞서 진화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던 유명한 인물로는 프랑스의 생물학자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가 있습니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은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는 가설로 흔히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대비되는 학설로 소개됩니다.


예를 들어 ‘기린의 목이 왜

길어졌을까요?’라는 질문에 라마르크의 이론은 “기린은 원래 목이 짧았지만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기 위해

점차 목을 길게 쭉 뻗었다. 그 결과, 모든 기린의 목이 길어졌다.”라고 대답합니다.


용불용설은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종의 습성이 변하고

그 결과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점점 더 발달하는 반면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점점 퇴화하여 그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져 진화가 일어난다는 논리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럴싸한 이론처럼 보이지만,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기 위해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이 아닙니다.


목이 짧은 기린은 도태되고 목이 긴 기린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보는 기린은 모두 목이 긴 것입니다.


즉 개체가 살아 있는 동안 얻은 성질은 후대의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자연선택의 원리는 용불용설의 모순을 드러내며 진화론의 핵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3) 생명의 나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확신했던 다윈은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자 직접 여러 종의 생물을 수집하고 키우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종이 어떻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는가?'에 대한 해답으로 "원래는 모두 같은 종이었다.‘

라는 결과를 내놓게 되지요.


바로 여기서 ‘생명의 나무’로 표현되는 분기의 원리가 등장합니다.


다윈은 생물의 진화 과정을 나무에 비유하여 설명했습니다.


하나의 나무에서 나뭇가지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갈라지듯이 생명체도 다양한 변이와 변화를 거치며 갈라져 나간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고 서로 경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싹이 움트기도 하고, 또는 수많은 가지와 줄기가 썩어서 없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새로운 종의 탄생과 자연도태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원리에 따라 여러 생명체들의 조상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하나의 공통 조상을 만나게 되지요.


생명의 나무 가지 끝에 존재하는 모든 종들은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성공적인 종이며, 현재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는

수억 년에 걸쳐 반복된 자연선택의 결과입니다.


비록 다윈의 ‘생명의 나무’ 이론은

오늘날 유전자들이 서로 얽힌 그물의 모습으로 대체되었지만,

‘자연선택설’은 다윈 이전까지의 진화론에서는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도록 독창적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진화론을 뒷받침해 주는

가장 결정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자, 이제 추상화를 통해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까요?


햇볕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의 모습입니다.


햇볕은 자연선택을 상징하지요.

진화론의 핵심 메커니즘은 바로 자연선택입니다.


생태계 내에서도 끊임없이 생존 경쟁이 이루어지고, 자연의 힘에 의해 보존되고 억제되는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죠.


생존에 유리한 변이는 보존되고 불리한 변이는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 이 그림은 진화론의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라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왼쪽의 나무는 서서히 도태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을 쬘 수 있는 오른쪽의 나무는 살아남게 됩니다.


자연선택을 받은 나무는 대대손손 번식해 나간다는 사실을 오른쪽 나무에 태양의 빛이 밝게 비추는 것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중앙에 있는 나무뿌리는 기린의 유전자 세포가 퍼져 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똑같은 기린이지만, 왼쪽의 기린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 가고,

오른쪽의 기린은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 먹는 듯한 모습은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거쳐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린만이 자손을 낳으며 번성하게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서 서서히 종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진화는 끝이 없는 과정입니다.


하늘 높이 솟은 중앙의 나무는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진화의 속성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자연 도태된 생명체는 왼쪽의 기린처럼 점차 사라질 것이며, 자연 선택된 생명체는 오른쪽의 기린처럼 목을 길게 뺀 채

영속성의 열매를 물게 될 것입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는

수억 년에 걸쳐 반복된 자연선택의 결과입니다.


설악산 정상 봉정암에 우뚝 서 있는 사자바위도 수십억 년 전 바닷속을 뚫고 화강암이 분출해 오랜 기간 비바람에

씻겨 만들어진 자연선택의 결과입니다.


자연 생태계에 적용되는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라는 메커니즘은 사회적 생태계에서는 더 혹독하게 적용됩니다.


자연법에 근거해서 작동하는 '적자생존'과 '자연도태'는 따뜻한 마음도 감정도 메말라 있지만 불문법에 근거해서 무죄입니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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