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혁명과 신다윈주의
4-2,다윈 종의 기원
Photo by Plato Won유전자 혁명과 신다윈주의
(1) 유전학의 발전
현대 생물학의 양대 기둥은 진화론과 유전학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을 무렵, 체코 모라비아 지방의 브르노 수도원에서는 또 다른 기둥인 유전학이 태동하기 시작합니다.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어 멘델이
다양한 품종의 완두콩을 교배하는 실험을 통해 ‘유전 법칙’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는 1866년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이라는 논문에서 유전 형질이 어떻게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전달되는지를 밝혀냅니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멘델의 본업이 수도사인 데다가 학력도 대학 중퇴에 그쳤다는 이유로 과학자들에게 아마추어 취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연구는 1900년에 이르러 여러 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되고서야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그 후, 유전자는 생물학에서 점차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20세기 초에는 미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모건이 초파리 실험을 통해 유전자가 쌍을 이루어 염색체에 선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915년 『멘델 유전의 메커니즘』을 비롯한 인상적인 저서를 많이 남겼습니다.
그는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 법칙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변이와 유전에 관한 다윈의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제시했습니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유전학은 한 걸음 더 발전합니다.
DNA는 유전자를 담고 있는 저장소로, 유전학의 핵심 물질입니다.
앞서 나온 염색체가 바로 이 DNA와 단백질의 복합체이지요.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유전 정보가 세대 간에 전달되고 발현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DNA 구조의 발견은 인류가 유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과학적 기초를 마련해 주었고, 이후 DNA상의 유전 암호를 해석해 내는 놀라운 성과로도 이어집니다.
염색체 속에 들어 있는 DNA의 배열 순서를 모두 밝힌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오늘날에는 이 유전 암호를 분석해 유전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제 우리는 유전자를 조작해서
인간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2) 신다윈주의
다윈의 자연 선택설과 멘델의 유전학을 결합해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 학설들을 신다윈주의라 부릅니다.
다윈이 처음 자연 선택설을 발표했을 당시에는 개체의 변이가 어떻게 유전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멘델의 유전 법칙이 알려진 이후
여러 과학자에 의해 변이는 유전자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고, 이 변화는 세대를 거쳐 전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만이 자연 선택을 통해 살아남아 점진적으로 생물체의 형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1930~1940년대 신다윈주의는 수학적 모델과 통계적 분석을 도입하여 이론적 기반을 확립함으로써 현대 진화론의
토대를 세웁니다.
신다윈주의를 대중화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한 리처드 도킨스가 있습니다.
그는 ‘밈’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화도 유전자처럼 전파되고 변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진화론을 확장시켰습니다.
신다윈주의가 진화론의 주요 이론 중 하나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모든 유전학자가 신다윈주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화의 메커니즘과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전통적인 신다윈주의는 다윈의 견해대로
진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학자는 짧은 기간 급격히 진화하고 오랜 시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단속평형설을 내세웁니다.
또한 DNA 염기 서열의 변화 없이도 스트레스나 영양 상태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후성유전학도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진화론은 진화를 거듭합니다.
진화의 핵심은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생물이 모여서, 다양한 개체가 모여서, 다양한 유전자가 모여서
변이가 생기고 그것이 유전되며 마침내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수많은 이론이 나오면서, 수많은 학자가 토론하면서 새로운 진리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3) 추상화 이해하기
진화론은 유전학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다 함께 추상화를 들여다보며 유전자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까요?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출간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자연 선택의 단위가 종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자라고 주장합니다.
이 그림에서 뿌리는 유전자를 가리키지요.
뿌리가 서로 얼기설기 뒤엉켜서 꽃잎을 피우려고 뻗어 나가는 것은 자신을 보존하려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성질을 나타냅니다.
뿌리로부터 튼튼한 가지들이 뻗어나가고
마침내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통해 살아남아 점진적으로 생물체의 형질에 영향을 미칩니다.
꽃은 이렇듯 자기 복제에 성공한 유전자를 상징하지요.서서히 아래쪽에도 꽃들이 피며 나무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덕분에 종이 번성하는 것을
꽃이 만개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동물들의 이타적인 행동도 유전자의 이기성에서 발현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왕개미를 통해 자기 유전자를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해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일개미처럼 말이지요.
자기 복제에 성공한 유전자는 꽃이 되어 멀리멀리 퍼져 나갑니다.
맨 아래에 있는 빨간 하트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도킨스는 ‘밈’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문화도 유전자처럼 진화한다는 이론을 펼쳤습니다.
새로운 관점은 현대 진화론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킵니다.
가운데 씨앗은 현대 진화론의 토대가 된 신다윈주의를 형상화했습니다.
왼쪽의 씨앗은 다윈의 자연 선택설을,
오른쪽의 씨앗은 멘델의 유전 법칙을 뜻합니다.
하나의 씨앗에서는 현대 진화론이 탄생할 수 없었습니다.두 사상이 모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수많은 학자들이 내놓은 다양한 이론의 씨앗이 보입니다.생물처럼 학문도 다양성을 확보했을 때에 진화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지금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Plato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