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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꽃망울은 꽃잎들이 얼기설기 엮여야 탄생한다

1-2,인간의 힘으로 세상의 질서를 모색한 제자백가

by Plato Won


(1) 제자백가의 등장


550여 년에 걸친 혼란과 격변의

춘추 전국 시대.특히 전국 시대는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던 과도기이자 약육강식의 시대였습니다.


영토 확장에 혈안이 된 제후들은 저마다 자신을 ‘왕’이라 칭하고,자기 나라를 최고의 강대국으로 만들고자 정복 전쟁에 몰두합니다.


이로써 신분 제도가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개인의 실력이 국가를 지키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지요.


부국강병을 원했던 제후들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려 했고, 이때 수많은 학파와 사상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제자백가라 불리는 이들 대부분은 몰락한 귀족이거나, 지체 낮은 ‘사(士) 계급’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다양한 사상, 불꽃 튀는 논쟁


사 계급은 학문적 지식을 갖춘 ‘문사(文士)’, 무술과 병법에 능한 ‘무사(武士)’, 시대를 등지고 숨어 지내거나 권력을 멀리한 ‘은사(隱士)’로 나뉩니다.


문사를 대표하는 사상은 유가와 법가이고,

무사의 대표적인 사상은 병가와 묵가이며,

은사를 대표하는 사상에는 도가가 있습니다.


춘추 시대 말기에 공자가 창시한 유가는

전국 시대에 맹자와 순자를 거쳐 발전했습니다.


인과 예는 공자 사상, 더 나아가 유가의 핵심입니다.


‘인’이 사랑의 마음이자 윤리적인 덕의 기초라면,‘예’는 인의 정신을 실현해 주는 사회 규범에 해당합니다.


한마디로 인은 예라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인 셈입니다.


이기심을 극복하고 예를 회복해야 비로소 인을 실현할 수 있기에 공자는 ‘예’를 모든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라 강조했지요.


맹자와 순자는 유가의 계승자이면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에서 대조를 보입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에 바탕을 두고 덕으로 다스리는 덕치(德治),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주장합니다.


반면에 순자는 인간이란 선천적으로 이기심과 욕망을 지닌 존재라 보고,악한 본성을 교육으로 순화하자는 성악설을 주장합니다.


법가는 만인에 대한 법의 평등한 적용,

상벌 제도의 엄격한 시행을 부르짖었습니다.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가

한때 순자의 제자였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한비자가 정치의 필수 요소로 군주의 권세인 ‘세(勢)’,백성이 따라야 할 표준인 ‘법(法)’, 은밀한 통치 기술인 ‘술(術)’을

언급한 점 이면에는 성악설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무사에 속하는 병가의 사상가로는

오나라를 군사 대국으로 만든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가 대표적입니다.


마찬가지로 무사로 분류되는 묵가의

묵자는 방어의 달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침략을 효과적으로 막는 기술을 연구하고 가르친 덕분에 강대국과 권력자들의 미움을 산 반면,약소국과 하층민들에게서는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전해지지요.


은사에 속하는 도가의 대표적인 인물은

도가의 창시자인 노자와 그를 계승한 장자입니다.


노자는 유가가 중시한 인위적 규범과 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인간의 질서 대신에 자연의 질서를 따를 것을 주장했습니다.


3,000명에 이르는 제자들과 각국을 돌아다니며 사상을 펼친 공자와 달리,

노자는 제자 양성에 큰 뜻을 두지도,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지도 않았습니다.


노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장자는

자연 속에서 개인이 무한한 자유를 누릴 방법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전국 시대 초기에 활동한 양주도 장자의 스승 격이라 할 수 있는데,그는 자기 자신과 생명을 중시할 것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타인의 삶에 대한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재물과 권력에서 벗어나 삶을 즐기라는 양주의 주장은 장자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3) 사상 통합의 폐단과 교훈


법가가 이끌었던 진(秦)나라는 넓은

영토와 다수의 민족을 법과 무력으로 통합하여 550여 년의 혼란을 종식한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입니다.


하지만 사상 통합을 위해 유학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한

‘분서갱유(焚書坑儒)’는 민심을 돌아서게 했고,15년 만에 멸망함으로써 ‘최악의 단명 왕조’라는 불명예를 안았지요.


진을 멸망시킨 한(漢)나라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 ‘한자’와 ‘예’로 대표되는 문명의 힘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중국 문화의 토대를 완성하게 됩니다.


특히 유가는 한 무제 이후 ‘유교’라는 국가적 이념으로 발전하여,오랫동안 동아시아의 주류 사상이자 윤리로 자리매김합니다.


그 이면에는 유가와 더불어 혼란의 해결책을 고민하고,때로는 라이벌로, 때로는 동반자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제자백가의 다채로운 사상이 숨 쉬고 있습니다.


(4) 추상화 이해하기



자, 그렇다면 추상화를 보면서,

난세에 등장한 제자백가의 사상적 의의를 한번 되짚어 볼까요?


잿빛 안개를 연상시키는 혼탁한 기운.

그 속에서 화사한 꽃봉오리가 이제 막 피어납니다.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도 고결한 꽃망울을 터뜨리는 연꽃처럼 제자백가 역시 춘추 전국 시대라는 혼돈의 시기에 사상의 화려한 향연을 선보였지요.


네 명의 인물은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학파인 유가와 도가, 묵가, 법가를,

그들의 손바닥 위에 놓인 꽃봉오리들은

각 학파의 사상을 상징합니다.


인과 의를 강조한 것이 공자의 유가이고,

도를 강조한 것은 노자의 도가입니다.


또한 겸애를 역설한 것이 묵자의 묵가이고,

법치를 강조한 것은 한비자의 법가입니다.


꽃의 아랫부분이 뜨거운 불꽃처럼 이글거리는군요.춘추 전국 시대는 사상의 용광로와도 같았습니다.


여러 사상 간의 불꽃 튀는 대결이 활발한 토론에 불을 붙였고, 이러한 성과가 저술로 이어져 사상이 활짝 꽃필 수 있었습니다.


꽃송이가 내뿜는 강렬한 빛이

어느덧 세상을 온통 환히 밝혀 주네요.


꽃잎들이 서로 얼기설기 엮여야만 한 송이 화려한 꽃이 탄생하듯, 인간도 서로 어울리며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비로소 발전할 수 있고, 사회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살육과 착취로 점철된 혼란을

하늘이 내린 운명 탓으로 돌리는 대신,

세상 속에서 원인을 찾고 인간의 힘으로 해법을 모색했던 제자백가.인간과 사회를 향한 그들의 깊은 사색과 탐구, 거침없는 비판과 토론이야말로 인문 정신의 꽃이 아닐까요.


한 송이 꽃망울이 영글기 위해서는

꽃잎들이 얼기설기 엮여야 하고,

그 꽃잎들은 한 겨울을 이겨낸 가지들에서 영향분을 받아야 하며,그 가지들은

뿌리에서 생명의 힘을 뽑아올려야 한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그 모든 것들은

그 뿌리인 근본을 튼튼히 하는 데서 나온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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