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은 사유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준다.

by Plato Won

인간은 태어나면서 두 가지 세상과 만난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는 자연과
인간의 손때가 묻은 문명이 그것이다.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들어진 것,
그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이다.

자연 속에 널부러진 돌은 침묵으로 이뤄져 있다.
그 침묵은 미지의 소리다.
돌은 끝내 규정되지 않는 그 무엇이다.
긴 시간의 덩어리이고 만물의 어머니이다.
손때 묻지 않는 자연이다.
만들어 지지 않은 그 무엇이다.

산업을 가능케 한 철,
철은 손때 묻은 문명이다.
그것에는 많은 인간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과 철,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든 것,
이 둘을 아우를 때
자연과 문명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자연과 문명은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든 것의 대화의 장이다.
돌과 철은
만들지 않은 것과 만든 것의 대화의 장이다.

그 대화의 장에 정작 필요한 것은
무수한 말이 아니라 여백이다.

여백은 공허가 아니라 풍요다.
우리는 세상만물이 미지에 쌓여 있으면서도
명명백백 다 아는 듯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애매함과 미지성을 일깨우는 것이
여백이다.

뜻하지 않게 알 수 없는 것과 만남이 이루어질 때
여백은 큰 몫을 한다.
미지와의 끝없는 대화가 바로 표현이다.
그것은 자신을 넘어서려는 시도다.


체세포처럼 우리는 역시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난다.
나는 미지의 세계에 끊임없는 대화의
표현을 여백으로 남긴다.


여백은 그래서 사유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준다.

지금은 여백이 가득한 시간이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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