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얼마 전 펭수 TV에서 인문대 대학원 생의 삶이 콘텐츠로 나왔다. 성균관대 사학과 대학원이었는데, 사실 몇 달 전에 성균관대 사학과 대학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영상이 이슈가 되면서 펭수 TV와 콜라보를 한 것 같았다.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만든 영상이 더 리얼해서, 나는 그게 더 재밌었다. 보면서 라떼 대학원 시절도 생각나고, 또 내가 있던 연구실과 성균관대 대학원 연구실을 비교하며 부러워하기도 하면서 보았다. 그런데 댓글에 대학원 연구실 너무 열악하다는 글이 있어서 순간 멍~해졌다. 저 정도면 훌륭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저 공간보다 더 안 좋았던 곳에서 나름 재밌게 공부했었는데..(눈물 좀 닦고 올게요..)
한동안 대학원에 대한 밈이 돌았다(물론 지금도 돌고 있지만). 자조에 가까운 놀림이라고나 할까.. 소년이 잘못해서 가는 곳은 소년원이고, 대학생이 잘못해서 가는 곳은 대학원이라는 놀림.
또 유명한 밈 중 하나가 심슨 가족에서 바트가 대학원생을 놀리는 장면이다. 바트가 서른 살인데도 작년에 60만 원 벌었다고 이야기하자, 엄마 마지가 “대학원생을 놀리지 말거라. 그들은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라고 말한다. 아.. 마지의 말에서 눈물이 핑 돌 뻔했다. 남일 같지 않아서 말이다.
이 밈들을 대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 접했는데, 웃기면서도 어찌나 슬프던지.. 너무 맞는 말인데, 맞는 말이라서 슬픈.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고나 할까. 대학원생들이 어쩌다 이런 존재가 되었나 싶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대학원생들은 이런 삶을 살았는데, 최근에 와서야 이런 대학원생들의 처지가 조금씩 조명받고 약간은 동정을 받는 것 같다. 처음에 대학원생들의 삶이 조명받을 땐 심각한 시사문제로 다뤄졌는데, 이후엔 자조 섞인 밈으로, 최근에는 그 삶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유머와 해학의 코드로 사용되는 것 같다. 대학원생의 삶이 다른 노동자와는 다르게 크게 공감을 받지 못하는 게 어쩌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닌 ‘공부’를 한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원생들의 처지가 많이 개선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좋은 환경은 아니긴 하다. 그래서 가끔 나에게 “대학원에나 갈까?”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왜, 사는 게 심심해? 인생에 굴곡이 필요해?”라고 반쯤은 농담이 섞인 대답을 하곤 한다. 그리고 조금은 진지하게 대학원을 고민하는 사람에겐 꼭 대학원을 갈 필요가 없으면 굳이 가지 마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이건 좀 주제넘은 말이다.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에게 대학원을 가라, 마라 한단 말인가. 대학원을 흥미로 가던, 필요해서 가던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다. 그러니 내가 나서서 “절대 가지 마세요!!”하며 말릴 필요도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공부하는 거 좋은데, 너무 힘든 과정이니까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안 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대학원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가지는 고민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직업적인 이유에서 꼭 학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거나, 학위가 있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가는 게 맞다. 하지만 흥미가 생겨서 가볼까, 일반대학원을 고려한다면 한다면 몇 가지는 고민하고 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로 그 분야에 대해서 본인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아는 게 필요하다. 물론 맨땅에 헤딩하듯이 대학원에 입학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학원은 그렇게 기초적인 부분을 잘 알려주는 곳이 아니다. 기본적인 것은 다 습득하고 왔다는 전제하에 개인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 대학원의 공부이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고 정했으면 그 분야에 최근 이론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대학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석사과정은 대개 2년인데, 이 2년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엇을 얼마큼 아는지를 알지 못하면, 2년의 시간 동안 헤매다가 끝이 날 수도 있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는 논문도 쓰지 못하고 석사수료생으로 끝날 수도 있다.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생겼다면 일단 그 분야의 대해서 알아보는 게 필수적이다. (교수님들에 대해서 반드시! 필히!!)
두 번째로는 공부를 위해서 자신이 얼마나 시간과 비용을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과정은 무척 지난하고 고통스럽다.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래야 수업을 준비하고, 논문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에는 일을 할 수 없고, 그렇다면 돈을 벌 수 없다. 공부하는 기간에는 수입은 없고 지출만 발생한다.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이다. 집안이 넉넉해서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아주 행운이지만, 대다수의 대학원생은 그러하지 못하다. 학비 외에도 생계비용도 필요하다. 각자의 생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부에 투입하는 시간과 일에 투입하는 시간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꼭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자신이 원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냥 지식을 쌓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어떤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새로운 내용을 익히고 ‘이런 것이 있구나~’ 하고 지식을 쌓고 싶은 것이라면 굳이 대학원에 가지 않아도 방법은 많다. 새로운 도서를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연구는 다른 문제이다. 연구는 자신만의 이론을 확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공계와 인문계의 분야는 많이 다르겠지만, 인문계열이라면 정말로 새로운 연구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대학원을 가는 것은 조금 더 고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전공은 모르겠는데, 역사학의 경우엔 가끔 평생교육원에 오는 느낌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있다. 평생교육원에서 할 만한 수업을 대학원 수업시간에 요구하다가 다른 동료 연구자들, 교수님과 마찰을 빚고 그만두기까지 한다. 이 경우는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너무나 큰 민폐이다. 대학원은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다. 연구를 하러 왔지만 연구 결과를 내지 못할 수는 있지만, 학부 수준의 공부를 하러 오는 것이라면 대학원 진학은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본인의 선택이고,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말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주 많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려해 볼 사항은 많지만, 그건 개별적 사안들이기 때문에 크게 이것들만 생각해 봐도 대학원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취미로 공부를 하고, 공부과정 중에 몇 천만 원을 학비로 지불을 해도 생계에 문제가 없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진학하면 되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은 한정적이고, 공부에 시간을 쏟으면 일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그러니 잘 고민해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라는 것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면 대학원에 가는 것 추천한다. 공부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고통스럽긴 하지만, 또 재미도 있긴 하니까.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지식의 발견은 무척 황홀하기도 하다.
여태 계속 겁줘놓고 마지막에 공부 한 번 해보라고 말하다니.. 대학원에 가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 애증의 대학원이라서 그렇다. 고통스럽지만 재밌고, 재밌지만 죽고 싶은.. 그래서 굳이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또 재미는 있으니까 경험 삼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경험 삼아 하기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드니까 또 말리고 싶고.. 뭐 그런 마음이다. 그치만 내가 이렇게 말해도 대학원 갈 사람은 갈 거고, 안 갈 사람은 안 갈 거니까. 그래서 미리 알려주는 거다. 대학원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