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5월 1일부터 연휴가 시작됐다.
노동절이 목요일이라 징검다리 연휴. 애매하다고 해서 5월 2일부터 쉬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5월 1일도 쉬기로 해서 닷새를 연달아 쉬게 됐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또남 여름비 선생이 또 남해를 갔을 텐데, 4월 30일에 쉬는 날이 확정이 되는 바람에, 남해에는 가지 못하고 집에서 연휴를 보내게 됐다.
연휴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친구가 영화 보기를 추천했고, 영화표도 예매해 줬다. 영화는 [콘클라베]. 영화를 보는 것에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 영화를 자주 보진 않지만, 이 영화는 보고 싶었다. 일단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질서와 규칙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또 친구도 가톨릭에 종사(?)하고 있어서 가톨릭에 관한 이슈는 챙겨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 영화 [콘클라베]도 볼까, 생각은 했지만 집 근처에 영화관에는 상영을 하지 않기도 하고, 또 상영을 하는 극장도 상영시간이 맞지 않아서 나중에 OTT에 나오면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과 시기가 맞아떨어진 이유로 계속해서 영화관에서 연장 상연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휴일에는 오랜만에 영화 보기로.
금요일 이른 오후라 영화관에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채우고 있었다. 교황이 죽으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이 모여서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를 하는데, 이걸 ‘콘클라베’라고 한다. 지금 바티칸에선 콘클라베 준비가 한창이라는 뉴스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그래서 영화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드디어 영화 시작. 영화를 보는 동안, 사람들이 왜 이 영화를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영화였다.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추구하는 권위와 질서를 구현하는 미학적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 그렇지만 가톨릭의 종교적 위엄과 아름다움이라는 것 뒤엔 추악함이 감춰져 있음을 또 잘 보여준 영화였다. 가톨릭이라는 오래된 종교의 권위적이고, 부도덕한 모습을 우아하고 아름다움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미학적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주변의 지인들은 한 번 더 보면 좋겠다고 했다.
잘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보면서도 좀 씁쓸했다. 이런 예술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영화관에 가야지만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다. 이 영화를 두고, ‘극장에서 봐야 영화의 진가를 알 수 있으니 영화관에 가서 보라’는 말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려 없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영화관이라는 곳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관이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있다. 그래서 한 때는 서울의 극장들만 관람객 수를 따로 집계하기도 했었다(지금도 그러한지는 알지 못한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도 영화관이 보편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공간은 아니다. 해운대와 서면, 남포동 정도가 영화관이 좀 모여있을 뿐, 이 지역과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부산도 이러한데, 다른 중소도시는 어떨까. 영화관 수도 적지만, 상영작도 적을 것이다. 흥행작이 아니라면 보기도 힘들 거다. 영화가 나름 대중예술임에도 소외받는 대중이 있음을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을까. 영화계가 많이 어렵다면서 영화는 꼭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봐달라고 울면서 읍소(?)하던 사람들을 보면서 공감보다 냉소가 먼저 흘러나왔던 이유다. 예전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돌리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권력임을 새삼 깨닫는다. 많은 부분이 촘촘하게 서울 중심적이라는 것도 느닷없이 깨닫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 서울이 아닌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늘상 느끼는 일이 거다. 재난에 대한 보도도 서울과 비서울의 차이가 크니까.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썩 즐겁지 못했던 건 이런 생각들이 자꾸 맴돌았던 탓일 테다. 영화 내용마저 권력자들의 권력다툼이라 더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얼른 OTT 플랫폼에 올라오면 좋겠다. 물론 OTT 또한 소외당하는 계층이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영화관보다는 더 접근성이 쉬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