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빌 때의 주의사항
내 주변의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만어사라는 사찰을 아주 좋아한다. 밀양에 있는 작은 절인데, 자주 찾아가는 절이다. 이 사찰을 아주 좋아해서 나의 브런치 연재 글 '아주 사적인 산사순례'의 첫 번째 사찰도 만어사로 썼고(사실 만어사 이후로 연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간 많은 사찰을 다녀와서 쓸 곳도 많이 밀려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못 쓰고 있다. 조만간 다시 시작해야지..), 친구들에게도 많이 소개하기도 하고, 직접 데려가기도 한다.
만어사의 곳곳에 전설과 설화가 스며들어 있어서 스토리텔링으로 절과 불교역사를 설명하기에 좋기도 하지만, 이 절이 흥미로운 이유는 '소원 들어주는 돌'(이하 소원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소원돌이 있다는 말로 유혹을 해서 만어사에 데려간다. 사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른 것들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원돌에 제일 관심을 둔다.
내가 소원돌로 친구들을 우르르 여러 번 데려갔는데, 그중 한 번은 전국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소원돌로 꼬셔서 만어사에 데려갔었다. 역시나 친구들도 이 소원돌에 관심을 가졌고, 내가 소원돌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먼저 돌을 한 번 들어서 무게가 얼마인지 가늠한 다음, 내려놓고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빌고 다시 돌을 들어본다. 그때 돌이 바닥에 딱 붙은 것처럼 안 들리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가볍게 들리면 소원이 안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친구들이 줄을 서서 한 명씩 소원을 빌며 소원돌을 들었다. 어떤 친구는 소원돌이 들리지 않았고, 또 어떤 친구는 소원돌이 들렸다. 소원돌이 들리지 않은 친구는 얼굴에 기쁨이 떠올랐고, 가볍게 들린 친구는 이 소원돌의 신빙성에 대해서 의심하기도 했다. 소원이 이루어지건 아니건, 친구들의 이런 얼굴을 보는 게 재밌어서 만어사에 데려온다. 그날 우리는 각자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는 묻지 않았지만, 각자의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그렇게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만어사에 가면 그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그때 소원돌이 안 들렸던 친구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돌이 들렸던 친구들의 소원은 정말 안 이뤄졌을까. 늘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을 만나면 '만어사에서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하고 물어보곤 했다. 몇몇의 친구는 아직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1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고 해서 다음에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또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배시시 웃더니, "이루어지긴 이루어졌는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궁금해서 더 물어보았더니 친구가 망설이다가 이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친구는 두 가지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하나는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새로운 핸드폰을 갖고 싶다는 소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좋겠다는 소원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소원돌이 그런 방식으로 소원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새로운 핸드폰이 갖고 싶다는 소원에 정말로 새로운 핸드폰이 생겼는데, 새 핸드폰이 아니고 정말 다른 핸드폰, 그러니까 '뉴페이스' 핸드폰이 생겼다고 한다. 공장에서 막 나온, 언박싱을 하는 그런 새 핸드폰이 아니라 남이 쓰던 중고 핸드폰이 생겼다고. 하하하하하하. 친구랑 둘이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친구는 두 번째 소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다. 남자친구가 생길 뻔 하긴 했는데, 본인이 원하던 남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 남자는 아니야!!' 하는 남자와 엮일 뻔했다고.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데, 얼마나 웃었던지 먹던 음식이 입에서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그 친구 말로는 어쨌든 소원돌은 본인이 원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소원을 들어주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원을 빌 때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소원돌도 지가(?) 생각한 대로 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소원을 빌 땐 ‘몇 날 며칠까지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이러이러하게 해 주세요’ 라고, 육하원칙에 맞춰서 빌자고 다짐을 했다. 앞으로 어디서든 소원을 빌 때는 기본 3분 이상 구체적으로 소원을 말하기로 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고서 얼마 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근에 새로 나온 노래인데,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를 가사로 쓴 거 아닌가 싶은 노래라고, 한 번 들어보라고 했다. 어떤 노래일지 궁금해서 들어보았는데, 듣는 순간 너무너무 웃겨서 울면서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분도 한 번 들어보시길. 그리고 앞으로 소원을 빌 땐 두루뭉술하게 빌지 말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말하길 바란다. 그 어떤 존재도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러니까 소원은 분명히 말하자.
https://youtu.be/26PR5NqwqWA?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