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 뒤지다 나온 옛여행기 1 (2009)
여행의 묘미란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알고 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 아닐까.
마음속으로만 떠나자고 외치지 마시고 꼭 떠나시길 응원하며 아직 여름휴가를 가지 않으셨다면 Fiji를 추천드리며 Fiji를 소개해드립니다.
인구 100만이 채 안되지만 우리에게는 한 때 신혼여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남태평양의 환상의 섬 Fiji. 그러나 그 환상이라는 단어는 그 기준이 누구이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환상의 섬 Fiji는 에머럴드 빛 바다와 그 위에 아담하게 떠 있는 산호섬이 연상된다.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돈이 넉넉히 있어 리조트에서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는 피지인들이 대부분이라 자신들이 살고 있으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산호섬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1인당 GDP가 $ 4,000가 채 안 되는 국가인 데다 전체 수입의 70% 이상이 관광과 같은 서비스 업이다. 농산물이나 공산물이 생산되지 않다 보니 식료품이나 생필품이 너무도 부족하다. 벌어들이는 수입은 우리나라의 10%도 안되는데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비싼 것들이 태반이다.
생산되는 것이 없어 이웃나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떠먹는 요구르트도 신선한 우유도 모두 수입해와야 한다. 흔히 세계 물가 지수를 측정하는 빅백 지수도 우리보다 높다. (피지 전체를 통틀어서 맥도널드와 KFC는 딱 1개만 있다)
이즈음 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피지는 생각보다 살기 힘든 나라이다. 그러나 피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충분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다른 나라의 환경이 어떠한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부족한 환경이 당연시 여겨지고 그것에 순응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열대 지역 사람들 특유의 넉살과 여유로움 그득한 그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불행하고 불편한 것은 나였다.
인간은 자신이 행복한지를 자기 자신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과 비교했을 때 그 여부를 알게 된다. 웃기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피지인들에게는 굳이 남과 비교할 잣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삶은 대체적으로 행복하다. 아니 덜 불행하다고 해야 하는가? 많이 알수록, 많이 가져볼수록 더 행복해져야 할 것들이 많아 지니까… 해외 토픽 가십난으로 보던 가난한 국가일수록 행복 지수가 높다는 것을 여행을 하며 새삼 깨닫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누구나 알면서도 진심으로 깨닫지 못하는 진리 하나를 또 알게 되었다
피지에서 KOICA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친구 Jude의 피지 친구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먹었는데. 그 준비된 고기가 형광색 페인트에 숙성된 듯한 물고기였다. 무슨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고기를 먹는다니. 고기 이름도 Parrot Fish(앵무새 물고기) 란다.
어이쿠야! 먹을 것 안 가리고 먹는 나이지만 저건 진짜 못 먹겠다며 속으로 걱정을 했다. 막상 식사 시간이 되니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멀리 한국에서 왔다며 정성스레 준비해 준 식사를 마다할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생선 뱃살 한 젓가락 떠보니… ‘허걱~ 어디선가 먹어 본 듯한 이 맛! 참돔이랑 맛이 비슷하다’ 그러고는 맛있게 혼자 2마리를 먹어 치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다 아니다’라는 단순 명쾌한 진리…
언제나 되뇌고 후배들에게도 어린 조카에게도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정작 나 스스로는 체득하지 못하는 진리.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환상의 섬 Fiji! 눈이 시리게 푸르른 남태평양 해변에서 시원한 칵테일 한 잔과 태닝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들보다 내가 과도하게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곳.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고 선입견 없이 피지를 즐겨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