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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12화. 북한의 롤모델 베트남

2019년 2월 한반도의 평화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선언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하노이 선언은 불발되기는 했지만 도대체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가 느닷없이 왜 베트남이었을까? 우리는 그동안 잘 몰랐던 ‘남-북-미-중-베트남 5각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미-중 다툼 속 각 국가 간의 이해 득실을 통해 한반도 평화 속에서 베트남의 역할과 그 비중을 설명할 수 있다.



<사돈네 집안싸움 중재자 베트남>

 

베트남과 북한은 절대적 우방이었다. 베트남-미국 전쟁 중에 북한은 공군 조종사들을 파견하고 베트남 유학생들을 적극 받아들여 전쟁 이후의 베트남 재건을 위해 적극 도왔다. 그러다 캄보디아를 두고 중국과 전쟁이 벌어지자 북한이 중국을 지지하며 베트남을 비난해 다소 서먹해졌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북한과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04년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 탈북자들이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호찌민 곳곳의 은신처에 숨어서 대외적으로 노출되지 않게 순차적으로 한정 숫자만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의 묵인 하에 탈북자들이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북한에서 알게 되어다. 북한이 노발대발하며 탈북자 송환을 요구하자 한국 정부는 대한항공 전세기 2대를 동시에 보내 486명의 탈북자 모두를 일시에 한국으로 데리고 와버렸다. 믿었던 오랜 친구 베트남이 한국 편을 들자 배신감을 느낀 북한과의 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졌다.


<사진 설명, 탈북민들의 탈출 루트와 2004년 호찌민에서 대한항공 전세기 2대로 한국으로 보내지는 탈북민들 모습>


대한민국이 베트남 최대 경제 교류 국가이자 최대 투자국가 되면서 북한과 관계가 많이 멀어졌다지만 베트남은 여전히 쿠바와 더불어 몇 안 남은 북한의 최대 우호 국가이다. 하지만 베트남과 북한이 한때 절친 관계였을지 모르나 지금 베트남의 최고 절친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 국가이자 Top4의 교역국가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한류 발상의 시초인 반면에 베트남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도 않고 김정남 살인 사건에 베트남 여성이 이용되어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극에 치닫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랜 친구와 새로운 친구 모두를 둔 베트남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베트남에서는 서로 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양자 간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제3의 중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베트남이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서 제격이다. 의리를 중시 여기는 베트남이기에 의리상 북한을 저버리기에는 베트남 민족의 부흥을 위해 빠르게 발전해가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한국의 지원은 절대적이고 북한과의 오랜 우정을 저버리기에는 체면과 명분을 중시 여기는 베트남이기에 무조건 실리만을 쫓을 수는 없다. 또한 베트남이 단순하게 한국의 최대 교역국 가이지 한류의 나라이고 북한의 동맹국가이기 때문에 중재자로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 속에는 미국, 중국 속에 얽혀 있는 베트남의 역사가 들어 있다.

 


<베트남-북한의 닮을 꼴 – 반중국가>

 

베트남은 뼛속 깊은 반중국 가이다. 1천 년의 중국 지배 속에 민중들의 저항을 통해 독립 국가를 세운 나라가 베트남이다.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이라고 하면 이를 간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중국에게 경제 지원을 받고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중국 역시 미국으로부터의 방파제 역할을 할 존재로서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지원해줄 뿐이다. 북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으며 김정일의 유언이 '중국이 역사적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것을 잊지 마라, 중국에 이용당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할 정도이니 베트남과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도 지정학적 위치로도 동병상련의 처지이다.


중국을 믿지 않으면서도 국가와 민족의 안정을 위해 이웃한 큰 나라와는 갈등을 빚지 않는 적절한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는 방법을 찾기란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나라가 베트남이다. 앞서 <메콩강에서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편을 통해 베트남이 중국과 전쟁을 통해 승리를 했음에도 곧바로 화해를 제스처를 보내고 경제 교류를 재개하는 결단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15년 동안 전쟁을 벌였던 미국에게도 끊임없이 화해 손길을 보내 마침내 미국과 수교를 맺고 경제 제재에서 벗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가 되었다. 바로 이점이 북한이 베트남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점이다.



<베트남 – 북한 개혁개방의 절대 해답>


아무리 절대권력의 김정은이 개방정책을 펼치고 싶어도 자칫 자신들의 기득권과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공산당이 사라질 것이 두려운 북한의 강경 보수 세력들의 반발로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베트남은 미국과 수교를 맺고 개방을 해도 공산당 정치체제는 고스란히 유지되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한 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북한의 보수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어 실리와 명분 모두를 찾을 수 있는 절대 해답이다.


 또한 개혁 개방 만이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은 보수 강경 세력들도 인식하고는 있지만 철천지원수 미국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이 불신을 한 방에 해결해 준 것이 2018년 미 항공모함의 다낭 해군기지 입항 사건이다. 앞서 말했지만 이는 ASEAN의 역학 구도의 대변동을 일으킬 역사적이 사건이기도 하지만 북한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자 희망이기도 한 것이다. 선발자의 길을 따라가는 후발자의 안도감 속에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보다 개선된 방식을 찾고자 하는 의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권력은 공산당이, 경제는 경제를 아는 돈주가>


최근 평양에 새롭게 조성된 신시가지인 미래과학자 거리. 김정은의 지시로 조성되었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북한 내 신흥 부자인 '돈주(쩐주)'들에게 분양권을 과감하게 보장해주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이라지만 경제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국가 내에 돈을 쥐고 있는 권력들을 잘 어르고 달래어서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베트남이 그랬다. 도이머이 정책을 시행했지만 성과가 지지부진해지자 국가 서열 1위인 당서기장은 북부 출신이 2위인 국가 주석은 중부 출신이 맡고 서열 3위이자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총리 자리를 경제를 잘 아는 남부 출신에게 맡겨 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국가주석과 총리까지 남부 출신이 선출되어 버렸다. 베트남 남부 지방은 1975년 통일이 되고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이 시행될 때까지 11년 간만 공산주의 체제를 경험했지 오랜 세월 프랑스와 미군 통치 하에서 자유 시장 경제가 자유로웠던 사람들이었다. 형식과 답답한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의 현실적인 이익을 먼저 생각한 베트남 지도부의 모습을 김정은은 배워야 한다.



<군은 국방과 경제를 함께 지킨다>


도쿄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대북 제재 해제를 대비해 군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30만 명을 건설 산업 인력으로 전화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는 않았지만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다.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 개방정책을 배울 것이라는 말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그 무엇보다도 베트남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군의 비즈니스 활동이다.


북한 내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던 군부가 평화 체제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 것을 두려워해 얼마든지 쿠데타와 같은 체제전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다. 그렇다면 군부가 총 대신 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고 여전히 국가의 중심축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평화 분위기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 군이 운영하는 기업. 시계방향으로 항만기업, 통신사, 물류 회사, 은행

 

북한의 김정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회사는 베트남 군이 운영하는 통신사, 은행, 항만 회사, 건설 회사, 골프장, 항공사 등이다. 특히 군 통신사인 Viettel은 최근 동유럽의 벨라루스, 아프리카의 콩고, 남미의 콜롬비아, 아세안의 미얀마 진출을 준비 중이고 항간에는 북한 평양 진출을 타진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Viettel은 글로벌 메이저 통신사들이 수익성 때문에 진출하지 못하는 틈새시장 곳곳을 파고들어 군 특유의 집요함과 근성으로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또한 국가 기간 사업이라는 통신을 미국 메이저 업체들에게 넘겼을 때의 불안감을 베트남 정부와 Viettel은 잘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 Viettel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 출처 베트남 언론>


북한 정부와 군부는 베트남 군의 사업 활동을 잘 보고 배워야 한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 기술과 핵기술을 수출했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야 할 때가 되었다. 개방 체제가 되었을 때 군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가 벌어질지 모를 체제 전복을 막아서는데 이런 경제 활동만큼 훌륭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내 적의 적은 친구 – 미국 베트남과 손잡다>


 최근 미중 무역이 격해진 원인은 세계 No1 미국의 자리를 넘보며 급격히 성장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한 보복 때문이라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특히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세안,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자 미국은 더 이상 가만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인도차이나 반도의 패권 국가인 베트남의 영역인 라오스, 캄보디아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자 베트남은 위기감을 느꼈다.


미국은 자신들의 우방은 아니더라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로 지난 20여 년간 인도를 적극 지원했지만 밑 빠진 독의 물 붓기였다. 게다가 최근 파키스탄과의 국경 분쟁에서 허약한 인도코끼리의 전투력을 드러내 미국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미에서는 좌파 정권의 확산을 막기 위해 브라질을 적극 지원했지만 이 역시도 심각한 부정부패와 넘쳐나는 빈민으로 개선될 기미가 없다. 그런 와중에 아세안에서 눈에 띄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베트남이다. 그 어떤 나라보다 성실하고 빠르게 발전해나가면서 중국과 대척점에 서있는 나라. 기존에 적극 지원했던 인도나 브라질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민한 대응력과 유연한 베트남 정부가 새로운 파트너로서 최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인구 1억에 아세안 최고의 군사 대국인 데다 무엇보다다 미국, 중국 모두와 전쟁에서 승리한 강인한 나라로 전 세계에서 검증받을 나라인 베트남이니 아세안의 전략적 동반자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신뢰하는 우방국가이자 미국 자신들과 수교를 통해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롤 모델로서 북한에게 제시하기에 매우 적합한 나라이니 말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복 터진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세계 역학 관계 속에서 베트남에 투자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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