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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왜 베트남 시장인가 -
13.한류는 있지만 한류는 없다


<해외 사업 한류 팔이는 그만>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이 축구 영웅으로 추앙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 때문에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게중에는 박항서 감독 때문에 한국 제품 열풍이 불고 있다며 말도 안되는 투자를 현혹하는 사람들이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더불어 90년대 말에 한류가 시작된 동남아 한류 발상지로서 오래 전부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 그런데 베트남에 사업 진출하는 적지 않은 분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개발도상국가이니 Made In Korea이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안일한 생각을 많이 한다. 


 베트남에서 한국 상품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 물건을 사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동남아 시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Made In Korea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수준의 품질’ 즉 ‘나쁘지 않은 제품’ 정도이지 꼭 사야 하는 제품은 아니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서 상류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 이상의 수준인데다 오랜 유럽 식민지의 영향으로 유럽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 그들에게 한국 제품은 ‘일반적으로 괜찮다고들 하는데 나와는 무관’한 제품 정도이다. 중하층 소비자들에게 한국 상품은 확실히 인기가 있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 미국, 유럽 제품 보다는 싸다는 뜻이다. 이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서 중상층 이상이되면 일본 제품을 선호하고 상류층들은 유럽, 미국 제품을 선호한다. 


지금 중국 시장이 그러하다. 중하층들이 처음으로 해외 나들이 갈 수 있는 수준이 되자 한국으로 한국으로 왔고 한국 제품을 싹쓸이 했다. 그러다 소득 수준이 높아져 중상층이 된 중국인들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중국 제품을 싹슬이하고 있다. 사드 사태는 하나의 트리거였을 뿐이지 중국에서의 한국 제품 하락세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금 잘 팔리는 일본 제품들도 5년이 지나면 유럽 제품에 밀려날 것이고 그나마 중하층들이 사던 한국 제품들은 중국 로컬 브랜드한테 자리를 내 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해왔다고는 하나 건설, 토목, B2B 무역업, 해외 생산 기지로서 공장 운영 정도의 경험을 쌓아왔지 본격적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 사업을 해 본 것은 10여년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그랬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유통, 소비재 기업이라면 현지 소비자에게 현지 기업으로 오인되게 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야만 한다.” 유통업과 소비재 산업은 소비자의 감성을 매만지고 건들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기능이 좋고 편리하고 싸고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팔리지는 않는다. 


롯데마트나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기업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했을 리는 없다. 오히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전용 상품관을 설치하고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을 소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니까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상품을 해외에 수출 통로 역할을 해주니 고맙지만 중국 입장에서 자국 산업 파괴자인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유통 업체가 중국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의 해외 판로를 개척해준 고마운 존재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회사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자국 산업을 파괴하는 존재로 보일 않았을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 롯데마트에 진출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쌓았다.' 이런 것보다는 '중국의 우수한 브랜드를 한국 롯데마트를 통해 수출했다.'라는 말이 현지 언론에서 나오게 했다면 어땠을까? 자국의 돈을 빨아들이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자기네 산업에 도움을 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면 롯데마트가 공공의 적이 되어 퇴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지인들을 사로잡을 드라마틱한 사회 공헌 활동을 했거나 현지 직원들이 정말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할 만한 인력 운영을 해 온 것도 아니다. 말이 쉽지 이익 창출이 우선인 기업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건 사실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스라엘 국민 차 대접을 받았던 Subaru. 그러다 보니 아랍국가들의 보이콧을 당했다>


이스라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인의 경험담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모든 글로벌 주재원들에게 철수 명령이 내려졌고 모두 급히 떠났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 브랜드 SUBARU 주재원은 끝까지 자기 사업장을 지켰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을 저버린 글로벌 브랜드들에 등을 돌렸고 그 동안 무명 브랜드였던 SUBARU는 시장 점유율 60%까지 끌어올리며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끝까지 이스라엘에 남아 있던 주재원이 타고 다니던 차량의 모델은 오랫동안 품절 상태가 되었단다.

<1997년 외국 기업들이 떠날 때 오히려 대우는 베트남에 진출했고 회사가 없어진 지금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아 있다.>

     

그 비슷한 한국 기업의 사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우가 베트남에 진출한 1990년말 IFM가 터지고 모든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단념하고 철수할 때 끝까지 남아서 하노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대우는 지금도 하노이 사람의 기억 속에 국민 기업 못지않은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호찌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GM대우가 하노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노이에 있는 대우 호텔은 낡고 오래되었지만 롯데호텔이 인수하려던 것을 베트남 사람에게 상징적인 곳이었기에 베트남 현지 기업이 인수하게 했다.


<2011년 태국 대홍수>


아모레퍼시픽 태국 법인장은 2011년 태국 대홍수 때 일시 철수하라는 회사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콕에 남았다는 일화도 있다. 다른 외국인 주재원들은 탈출 러시인데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격려해주니 현지 직원들이 싫어할 리가 있겠는가. 경쟁사 글로벌 브랜드 보스들은 모두 도망갔는데 직원들 통해 자신의 외국인 보스에 대한 이야기가 고객들에게도 소문이 나니 태국에서 설화수 성공 사례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이다.


베트남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 한류는 있지만 한류는 없다. 더 이상 해외 시장에서 한류팔이로 사업을 하려고 하면 무조건 실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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