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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왜 베트남시장인가
- 11화. 줄타기의 달인 베트남


<줄타기의 달인 베트남> 


<베트남 다낭에 입항한 미해군 칼빈슨 항공모함과 환영식>

2018년 3월 베트남-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자 ASEAN 역학 관계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 때 치열한 격전지였던 베트남 중부 다낭에 미국 항공모함 입항을 허락했다. 중국과 치열하게 영토 분쟁 중인 황사 군도 Hoang Sa , (국제명 파라셀 군도, 중국명 시사 군도)에 가까운 곳에 중국 보란 듯이 미국 항공모함을 정박시킨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움직이면 호위하는 구축함과 순양함이 5~7대에 핵잠수함이 2대가 따라 붙어 어지간한 나라를 초토화 시킬 수 있는 군사력이 함께 따라 다닌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세안 군사 최강국이자 중국으로서는 가장 껄끄러운 관계인 베트남이 세계 최강 군사 대국 미국과 손잡은 것이라 중국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런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자 미국과의 전쟁 때 중국과 동맹관계였기 때문에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에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베트남과 중국은 3천년이 넘는 앙숙 관계로 베트남은 중국으로부터 1천년간 지배를 받아왔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 중에도 소련과 친하게 지내며 중국을 견제해온 데에는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전쟁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을 학살하던 친중 정권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리자 1979년 중국이 베트남을 침략해 온다. 30만명의 정예 중공군이 공격을 퍼부었으나 베트남 북부 예비 병력과 국경 수비대가 이를 물리쳐 45일만에 중국의 패배로 끝났다. 중국으로서는 치욕의 역사이다. 


베트남이 승리했지만 이웃한 개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 베트남 정부는 중국과 전쟁이 끝난지 3개월 만에 먼저 중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경제 협력을 재개한다. 상대방의 체면은 세워주면서 실리를 챙기는 참으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베트남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항상 경제를 하고 있는 줄타기의 달인 베트남도 중국의 일대일로를 통한 제국주의 야욕과 끊인 없는 영토 분쟁 도발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싶다. 베트남이 실질 지배하고 있는 Hoang Sa , (국제명 파라셀 군도, 중국명 시사 군도)와 Truong sa (국제명, 스패들리 군도, 중국명 남사 군도)에 대한 노골적인 분쟁은 전국적인 반중 시위를 불러 일으켰고 중국 국적의 공장과 회사가 붙타고 중국인 노동자 3명이 죽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모태반중 : 태어날 때부터 중국을 싫어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뼛속 깊은 역사의식을 반증했다.


 또한 중국은 메콩강 유역 개발 지원을 명분으로 일대일로를 통해 캄보디아, 라오스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베트남의 심기를 심히 자극하고 있다.


 


<세계 3대전은 메콩강 유역에서 벌어질지도 모른다>


메콩강은 4,18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12번 째로 긴 강으로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까지 6개국을 거쳐 흐르는 강. 6,500만 명이나 되는 인구가 이 메콩강 유역에 살면서 메콩강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형편에 전력 사정이 나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 중국이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어 수력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며 지은 댐이 11개. 앞으로 2030년까지 30개에서 최대 70개까지 댐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미지 설명 : 파란색 : 이미 지은 댐, 회색 : 짓고 있는 댐, 붉은색 : 계획 중인 댐, 이미지 출처 : https://asia.nikkei.com


메콩강은 생물 다양성으로는 세계 2위, 담수 어업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도차이나 반도 생명의 원천이다. 그런데 수력 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면서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과 같은 강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의 메콩강 유입량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사진 설명, 메콩강 수위가 낮아져 움직이지 못하는 태국 치앙라이 화물선과 이에 반대하는 치앙라이 시민 운동가들  출처 : www.chiangraitimes.com >


태국 북부의 치앙라이에서는 2m 이상 급격히 낮아진 강 수위 때문에 메콩강에서 중국을 오고 가는 화물선들이 좌초되어 건기 동안 운항을 못했다. 중국이 우기인 6월 ~ 10월까지는 댐 방류에 대한 일정을 공유해주고 있는데 그 외 기간에는 일정을 공유해주지 않아 치앙라이 사람들의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댐과 이로인해 줄어든 유입량 때문에 캄보디아, 베트남의 어업량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명목상으로는 자국의 전력량 확보와 저개발국가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를 돕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중국 운남성 지역 전력량은 남아돌고 있으며 라오스, 캄보디아를 위해 지은 수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은 태국, 베트남에서 구매해가고 있다. 


위의 도표를 보아도 알겠지만 댐 건설량이 많아 질 때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어업량이 반토막이 나는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어 중국의 댐 건설 지원은 아세안 국가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메콩강 수력 발전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진 것을 우려한 일본은 메콩강 인프라 지원 사업을 중단했고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강한 아시아 개발은행 ACE 역시 메콩강 인프라 투자를 중단했다. 한국에서는 베트남의 위상을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베트남은 인도 차이나 반도의 강대국이다. 라오스와 캄보디아 정권 자체가 베트남에 의해 설립이 되었고 지금도 베트남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캄보디아의 상징 앙코르와트 사원의 관리권 50% 이상은 베트남 기업이 가지고 있다. 캄보디아 국적기인 앙코르 에어의 지분 절반은 베트남 항공이 가지고 있다. 라오스, 캄보디아는 실질적인 베트남의 위성국가들이다.



반면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경제력은 태국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태국어와 라오스어는 거의 비슷해서 각자 나라 말로 이야기를 해도 서로 의사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으며 태국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 30만 명이다. 태국에서 캄보디아 노동자 단속하기 시작하면 캄보디아 경제가 휘청인다.  이렇게 태국과 베트남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던 캄보디아, 라오스에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짙어지면서 인도차이나 반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분열되는 ASEAN, 미국의 등에 올라탄 베트남>


중국은 아세안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척하고 있다. 메콩강의 발원지인 중국 란창강과 아세안에서 부르고 있는 메콩강의 이름을 따서 란창-메콩강 협력 외교 장관 회의라는 것을 개최해서 겉으로는 메콩강 유역의 6개 국가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베트남, 캄보디아는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동해의 쯩사 군도, 호앙사 군도에 대한 아세안 정상들의 단결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특히 라오스가 앞장서서 중국 편을 들고 있어 베트남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베트남은 결국 미국의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해줄 카드로 인도를 점지해두고 10년이 넘게 지원을 해줬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특히 최근 카슈미르 지역에서 파키스탄과 국경 전쟁을 벌이며 무력 충돌이 벌어졌지만 인도의 공군기 2대나 격추당하고 조종사가 생포 당하는 등 허약한 코끼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중에 아세안에서 미군이 마음껏 주둔하며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해주었던 필리핀은 루테르트 대통령이 취임하고서는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과 친하게 지내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전략 부재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미국 눈에 들어 온 대상은 베트남이었다. 인구 1억에 뼛속 깊은 반중 국가인데가 무시할 수 없는 군사력을 지닌 베트남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아주 적절했다. 


현명하고 유연성 넘치는 줄타기의 달인 베트남이 일방적인 미국의 편을 들어 줄리는 없다. 베트남은 현재의 역학 관계를 잘 이용하면서 미국을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조커로서만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베트남 경제를 돕고 베트남 군비 현대화를 도울 것이다. 실제로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으면서 중국 해군으로부터 베트남 순시선이 파손되자 일본이 무상으로 현대식 순시선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 전쟁 속에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나라도 베트남이다. 관세를 피하고자 중구겡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마저도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에 합의를 하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발발할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이기 때문에 기업인들은 생산기지 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베트남 경제가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위기와 메콩강의 위기가 베트남 부흥을 앞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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