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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왜 베트남 시장인가
-10화. 아세안이 베트남은 아니다


언어는 어떠한 대상을 한정 짓고 속박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느닷없이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잠깐 배운 적들이 있을 텐데 종이에 '나무'라고 표기를 하면 사람들마다 떠올리는 나무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단풍나무, 버들나무, 은행나무…… 등등.



사람들마다 '나무'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천양지차

                                                                                             

그래서 언어는 표현하는 '문자'와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그 '내용'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느닷없이 언어학 수업 시간에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세안'이라는 잘못된 규정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각기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듯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언어도 문화도 판이하게 다른 나라


우리가 '동남아', '아세안'이라고 부르다 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아세안 국가들이 같은 문화권이고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이 '한국,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이니 서로 통하고 문자도 비슷하지 않냐'라고 우리에게 물어보면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완전히! 레알! 다르다고 강하게 부정한다.


“중국을 위시한 너희 동아시아인 들은 검은 머리에 생긴 것도 비슷하고 같은 유교, 한자 문화권인 데다 수천 년을 교류하면서 살아왔는데 다르다고?”라며 재차 물어보면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라며 소리 지르며 답답해할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중에는 베트남 현지 법인의 디렉터나 법인장급으로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직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아세안 사람들이니까 서양 사람인 자기들보다 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 직원들과 최악의 상황까지 가면서 1~2년을 못 버티고 돌아가는 모습을 참 많이 봤다. 최근에 베트남에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부으며 투자하고 있는 태국의 최대 유통 기업은 로열패밀리가 직접 와서 관리했지만 결국 직원들에게 일을 넘기고 두 손 들고나가 버렸다. 태국인 역시도 외국인이고 베트남 정치, 사회,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일해야 하는 입장인데 '같은 아세안 사람'이라는 잘 못된 규정이 비즈니스를 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아세안 시장을 부각하는 언론 기사와 글로벌 리포트들이 많다.



<ASEAN과 EU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구 6억 6천만 명에 연평균 경제 성장률 5.2%의 성장세가 가파른 시장’이라며 아세안에 대한 수많은 리포트와 언론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ASEAN 시장이 제2의 EU 경제 공동체 같은 존재가 될 것이냥 비교하는 언론 보도들도 많은데 ASEAN과 EU는 비교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 체제이다. EU는 라틴어와 기독교라는 공통의 문화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EU의 주축은 서유럽 15개국 그런데 아세안은?>


현재 EU 가입 국가는 28개국이지만 EU 경제의 핵심은 1인당 국민 소득이 USD 40,000 ~ USD 70,000인 프랑스, 영국, 독일과 같은 15개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이다. 뒤늦게 가입한 13개 동유럽 국가들은 이 서방국가에서 저임금 노동력을 보충해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U의 주축인 서유럽, 북유럽 국가 간의 소득 차이는 분명히 있으나 대부분 세계 15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절대적인 GDP를 가진 국가들 간의 연합체라 서로 간의 협력과 견제가 가능한 곳이다. 쉽게 표현하면 부자들끼리 재산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자들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무시할 수 없는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ASEAN 경제 공동체는 특별히 주도하는 국가도 없고 회원 국가 간의 GDP는 큰 차이가 난다. 인구 2억 5천의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규모를 내세워서 아세안의 맏형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태국이나 베트남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로 언어와 문화가 제각각이라 의사소통도 안된다.



<EU의 공유하는 정서가 있지만 ASEAN은 없다>


EU 국가끼리는 정서적으로 통화는 것이 있다. 기독교 문화와 라틴어 문화권이라는 것이다. 또한 서로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서유럽, 북유럽 국가들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ASEAN 국가끼리는 서로 언어와 종교가 제각각이다. 



필리핀 : 가톨릭, 영어 문화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 인니 말레이어 이슬람, 말레이 인종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 불교 + 힌두 복합 문화


베트남 : 한자 유교 문화


싱가포르 : 중국 화교 문화



게다가 EU는 가입국가들이 공동의 통화를 사용하고 유럽 의회를 구성해 EU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지만 ASEAN 회의는 구속력도 없고 최근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만장일치도 채택되는 안건도 드물다. 물론 ASEAN도 EU처럼 회원국에서 큰 제약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소득 수준이 낮은 회원국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한 달에 200달러 미만의 저임금 노동력을 보충해주는 정도일 뿐이다.


언론이나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아세안 개별 국가들에 대한 리포트보다는 ASEAN 전체 규모로 시장을 설명하려 든다. 그 이유는 각각의 나라만 가지고 시장 규모를 봤을 때에는 매력적이지 못한 투자처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둔화로 어떻게 해서든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어 내야 하는 입장의 심정은 이해가 되나 투자는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그래도… 그래도.. 아세안 국가끼리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좀 더 와 닿을 수 있게 예를 들어 보겠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CEO가 미국인인 자신이 눈에 일본과 한국이 비슷해 보인다고 일본 사람을 한국 지사장에 임명한다면 한국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하면 ‘한국과 일본은 같은 아시아 국가이고 이웃한 나라이니 한국 지사장으로 일본 사람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일본인 지사장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하던 방식을 고스란히 베트남에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 중국에서 하던 방식을 베트남에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무슨 절대 바이블처럼 생각하지 마시길.


가끔 나를 '동남아 전문가'라고 소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절대 동남아 전문가가 아니며 베트남 이외 다른 나라는 잘 모른다. 아세안 국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보다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덧붙이는 말 : 굳이 (굳이!) 아세안 국가별로 권역을 묶는다면




A그룹: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화교 그룹


B그룹: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무슬림 마라 그룹 


C그룹: 태국, 라오스 일부, 캄보디아 일부 태국 그룹


D그룹: 베트남, 라오스 일부, 캄보디아 일부 베트남 그룹


E그룹: 미얀마


F그룹: 필리핀




필리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시아 문화권이 전혀 아니다. 스페인, 미국의 200년 지배 때문에 서구 문화에 가깝다. 뭐, 이렇게 묶는 것도 의미 없고 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화낼 요소이지만 굳이 언어문화적으로 억지로 엮는다면 나는 저렇게 굳이 (굳이!) 아세안 권역을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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