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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왜 베트남 시장인가
- 9화. 소비자 연령별 분석 II


베트남에 진출하는 많은 한국 분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한국에서 잘 되었던 것을 고스란히 갖다가 베트남에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방금까지 설명한 베트남의 70년대 ~ 80년대생 소비자들의 특성이 한국의 50년대생 ~ 60년대생들의 모습이니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될 듯 하다. 하지만 베트남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2011년에 이미 무료 WIFE 천국이었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베트남 시장은 모자이크 같은 시장이라 30년 전의 한국 모습도 10년 전 한국의 모습도 그리고 지금의 한국 모습도 모두 뒤섞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부터 소개할 베트남의 90년대생 ~ 2000년대생들은 시간을 건너 뛰어 버리는 세대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판단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1)  90년대생 - 스마트 폰을 들고 그랩을 타는 글로벌 세대


1991년 미국은 단계적으로 베트남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1994년에는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 결국 1995년 베트남-미국은 국교를 맺으며 전쟁을 했던 과거를 뒤로하다 동반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런 대변혁의 시기에 태어난 90년대 생들은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와 달리 본격적으로 밀려드는 외국 상품과 넘쳐나는 식량으로 베트남 근현대사 처음으로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대가 되었다. 형제자매는 한 두 명이고 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공부에 열중하며 외국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고 홍콩,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자라 외국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다. 특히 1998년대 대우를 필두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와 함께 밀려든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중국과 더불어 '한류'를 만들어낸 세대가 바로 베트남의 1990년대생들이다.


                                                                    

현재 20대 중후반으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여자 나이 25살이면 노처녀라는 베트남 사회 인식을 거부하고 자기계발과 커리어 쌓기에 집중하는 세대이다. 또한 2014년 베트남 저가항공사의 급성장으로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아세안 경제 성장국가들로 여행을 다니면서 글로벌화된 세대이기도 하다. 


인류의 크나큰 변화를 가져다 준 스마트 폰을 20대 초반에 손에 쥔 세대이자 페이스북에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습득한 외국어로 해외 정세에 밝기도 한 세대이다. 중국과 달리 유연한 사고를 지닌 베트남 정부와 아세안 최고의 인터넷, 모바일 환경이 베트남 1990년대 생들을 글로벌 시민의 일원으로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화장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선크림과 립스틱은 당연히 자신의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베트남 소비재의 잠재적 큰손이다.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가 되고 급여도 상승하는 5~10년 차 직장인이 되는 2020년대 베트남 소비재 시장의 주인공들이자 여론 형성층이기도 한 세대이다. 전쟁과 먹을 것을 걱정하던 70년대 ~ 80년대생들의 세상을 훌쩍 뛰어 넘어 버린 세대이다.



<Grab을 애용하는 20대>


베트남 호치민이나 하노이와 같은 대도시를 방문하면 평생 볼 오토바이를 단 하루 만에 보게 되는데 베트남에는 아직 지하철이 없고 시내버스도 시내 노선이 몇 개 없다. 2019년 호치민 인민위원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에서 대중교통이 호치민 시민의 9.2%만이 이동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족한 대중교통을 베트남에서는 우버와 그랩이 보완해주었으며 이 공유교통 수단은 의도하지 않게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발전을 한층 앞당기게 만들었다. 


베트남의 여러 더딘 소비재 시장 중에서 특히 화장품 시장은 아세안 주요 6개국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인데 (순수 스킨케어 + 메이크 업 시장 기준) 이는 단순하게 소득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베트남에서 화장품 시장이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은 일상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 보니 더워서 땀이나고 매연에 얼굴이 묻어 메이크업하고 다니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찌민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 지방은 1년 중에 절반이 우기이다 보니 비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야하기 때문에 화장을 하기는 더욱이나 불편하다. 그런데 에어컨 나오고 비가 쏟아져도 걱정 없는 승용차를 우버나 그랩을 통해 다니다 보니 메이크업을 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한참 직장 다니 있고 아껴 쓰기보다는 자신을 위해 소비할 줄 아는 20대들이다 보니 화장품 시장은 날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소득 수준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결혼은 점점 늦게 하며 자기 자신을 위한 씀씀이를 아까워하지 않는 1990년생들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베트남 소비재 시장에서 이들이 영향력과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18년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교통 정리로 Uber가 동남아시아 사업을 포기하기 전까지 Grab과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느라 택시비의 30% 수준에 불과한 할인 프로모션으로 젊은 세대들의 이용률을 급격히 늘었다. 사람이 ‘업그레이드 하기는 쉬워도 다운 그레이드 하기는 어렵다’.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세대들은 오토바이 대신 편하게 Grab을 통해 차량 출퇴근을 하는 다양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진정한 배달의 민족 베트남 20대>



주문을 기다리는 Grab Food / Go Viet  기사들



- 베트남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배달 서비스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한국 돈으로 1,500원짜리 버블 티 한 개도 15분 내에 배달이 되는 진정한 배달의 천국이다. 방콕, 쿠알라룸프라, 자카르타, 마닐라 등 아세안 주요 국가들의 대도시의 소비 형태는 Malling이다. 화교가 모든 경제를 장악한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서는 쇼핑 Mall 에서 모든 것이 해결이 되는데 베트남에서는 Mall이 형성되지 못한 대신 로드 샵에서 음식, 화장품, 식료품 등등 모든 것이 배달된다. 베트남 정부가 잘 깔아 놓은 인터넷 환경과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여 스마트 폰 사용률이 높은 이유 등 다양한 것이 결합되어 모바일을 이용한 배달 문화를 가장 애용하는 사람들이 베트남의 20대들이다. 



< 2K 세대! 2000년대생, 글로벌 교육을 받은 에코세대>




베트남에서는 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1,000을 뜻하는 K를 붙여 2K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2K 세대들은 베이비부머인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생들의 자녀도 베이버 부머의 자녀인 에코 세대이기도 하다


베트남의 이 에코붐 세대들은 여느 국가의 2000년생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PC보다는 모바일이 익숙한 Mobile First 세대이다. 이들에게는 베트남에 이미 진출한 다양한 해외 기업과 외국 문물이 친숙하고 당연한 일상의 모습들이다. 전쟁을 겪고 먹을 것을 걱정하던 자신들의 부모와 이모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교육열이 넘치는 부모들 덕에 어지간한 공장 노동자 월급의 50% 해당하는 학원비를 내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상류층들은 베트남 내 국제 학교에 애들을 보내거나 영국, 호주, 싱가포르로 유학을 보낸다. 



<베트남 고급 영어 학원은 한 달 수강료가 일반 공장 노동자의 월급 절반 이상>

        
 

넘쳐나는 물자와 안정적인 환율, 물가 속에서 글로벌 문화를 접하는 베트남 전성기 속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세대들이 바로 이 에코 세대 2K 세대들이다. 



<확충되는 대중교통, 베트남 사회의 대변화 예고>



이러한 10대 후반들이 사회 초년생이 되어 구매력이 커지는 2020년대부터는 베트남 소비재 시장이 급격히 팽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 구조 속에 소비재 시장 특히 화장품 시장 팽창 속도를 ‘급격히’ 증가시켜줄 부스터가 바로 호찌민, 하노이에 건설되고 있는 전철이다.


하노이에 들어설 전철과 호치민 지하철 역사 이미지

        

인근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수도인 방콕, 마닐라, 쿠알라룸푸르는 지하철과 쇼핑몰이 잘 연결되어 있어 쇼핑하기 최적화된 시설을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지하철은커녕 시내버스도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관계없어 보이는 열악한 대중교통 인프라와 화장품 시장이 무슨 관계인가 싶겠지만 둘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베트남 호찌민 1,300만 인구 중에 500만 대의 오토바이가 다니고 있어 매연과 더위 때문에 화장품을 사용할 겨를이 없다. 게다가 남부 호찌민은 1년의 절반은 우기라 세차게 쏟아지는 열대의 빗물 줄기로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베트남 여성들이 화장하기에는 참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닌자'라고 부르는 말이 있는데 햇볕에 노출되기 싫어 마스크, 선글라스, 모자, 후드티까지 갖추어 입은 여성들을 일컫는다. 선크림을 바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덥고 습하고 얼굴에 달라붙는 먼지 때문에 화장할 엄두가 안 난다.


<사진 설명, 햇빛을 피하기 위해 온몸을 감싼 베트남 여성들. 베트남에서는 닌자라고 부른다>


무엇보다도 일 년에 절반은 쏟아지는 비 때문에 더더욱이나 화장할 엄두가 안 난다.


<사진 설명, 1년 중 절반은 우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화장할 엄두가 안 난다.>


그런 베트남에 호찌민, 하노이 남북 대도시에 전철과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우기의 세찬 빗줄기도, 덥고 습한 기후도, 매캐한 매연 때문에 뒤집어써야 하는 마스크도 전철을 타고 다니면 다 해결이 된다. 화장하고 출퇴근을 하고 시내 돌아다닐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20년 이후에 개통될 호찌민 1호선 구간이 공단 지역까지 연결된다. 최저 임금을 받지만 젊은 20대 근로자들이 화장품을 바르기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전철 뿐만 아니라 베트남 정부는 대기 오염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천연 가스 버스를 도입하고 버스 노선도를 개선, 신설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베트남 정부는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이 완성되면  화장품 뿐만 아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을 때 입고 다녔던 옷차림과 대중 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입게 될 옷차림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 베트남 패션 산업 또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 환경 속에 개인을 중시 여기며 해외 문물에 익숙하고 기존의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2K 세대가 2020년부터는 해마다 100만명이 성인이 된다. 이제 왜 지금 베트남 시장인가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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