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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Apr 06. 2021

주말 사이 베트남 밥솥 스캔들


해외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늘 겪는 일이지만 직간접적으로 겪을 때마다 한심하고 답답해지는 일이 있다.


1


주말 사이에 C 밥솥이 베트남에서 401% 성장했다는 기사가 대부분의 언론사를 통해 보도가 되었다. 


이런 류의 기사는  기업이나 홍보대행사가 제공한 보도 자료를 받아 쓴 글인데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400%나 성장했다'는 헤드라인 때문에 여러 회사 주재원들이 월요일 아침부터 시달리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굴지의 유통 업체에 미팅을 갔더니 주재원들이 아침부터 그 기사 때문에 본사로부터 시달리고 있었다. '전자 밥솥이 그렇게 잘 팔린다는데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당장 그 제품을 팔아라'라는 최고경영진의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연간 10억 원을 팔다가 50억을 팔아도 400% 성장이고. 1천만 원을 판매하다가 5천만 원을 팔아도 400% 성장인데 판매 금액은 적혀있지 않고 성장률만 적어 놓은 숫자 장난질에 본사 최고 경영진이 농락당한 것이다.


빤히 시장 상황을 아는 주재원들은 대놓고 Fact 체크했다가는 괘씸죄에 빠지고, 할 일은 많은데 최고 경영진의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팩트 체크하느라 월요일부터 삽질이었다. 어렵게 팩트를 전달해도 '제대로 알아본 것이 맞느냐'는 질책과 함께 '다시 알아보라'라는 답답한 오더만 다시 내려온다.


2


며칠 시간 낭비한 해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주말에 골프 치다 오신 회장님의 지시 사항으로 해외 진출이 결정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다. '어제 라운딩 하다가 들었는데 김 회장네 회사는 베트남에서 잘하고 있다는데 우리도 당장 진출하라!'


페북을 통해 몇 번이나 말한 바 있지만 나는 그런 경우를 몇 번이나 지켜보고 해당 기업에 컨설팅 해준 적이 꽤 많이 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그런 큰 회사 들이라니깐요!!!!)


굴지의 기업이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다양한 정보를 교차로 확인하고 다양한 경로로 검증하면서 해외 사업을 하는 것 같지만 요식 행위에 그치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조사 결과가 결국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일치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그나마 언론을 통해 들었거나 굴지 회사 최고 경영진한테 들은 정보로 결정하면 덜 억울하다. 베트남에서 10여 년간 사업한 최고경영진의 친구나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 해외법인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도 꽤 많다. (정말 큰 기업에서!!)


그렇게 뚝딱 결정해서 급하게 해외 진출해서는 수 십억 ~ 수 백억 날리는 것이 한순간인데 책임은 항상 엉뚱한 사람들이 지게 된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내보내 져서 맨땅에 헤딩하면서 사업을 일군 사람들은 저성과자로 낙인찍혀서 직장을 잃기도 한다.


이 글을 읽고 언론을 탓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번 해프닝은 자기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실무 감각도 없는 경영진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그래도 거대한 회사의 수장 정도 되면 비판적 사고를 충분히 겸비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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