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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l 14. 2021

동남아시아 게임 강국 베트남

최근 베트남이 다양한 영역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게임 산업계에서도  베트남을 가장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2020년 기준 9,800만의 세계 15위 인구 대국 베트남인데 UN에서 발표한 중위 연령이 31.9세로 중국 38.4세, 한국 43.7세, 일본 48.3세와 비교해보면 베트남은 확연히 젊은 나라이다. 젊은 인구가 많은 나라이다 보니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5천만 명이 넘고 무엇보다 주요 게임 유저 연령대인 15세 ~ 34세가 3,000만 명이 넘는다. 이웃 나라 라오스, 캄보디아, 싱가포르 세 국가 인구를 합쳐도 2,900만 명이 채 안되는데 베트남 주요 타깃 고객층이 이를 넘어선다. 


베트남 모바일 게임 산업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저렴한 모바일 요금제가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 1GB 모바일 데이터 평균 요금이 0.57달러로 세계 평균인 5.09달러의 1/9 수준이다. 또한 국가 전역에 깔린 4G 통신망이 베트남 모바일 게임을 확대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베트남 통신사 Viettel이 세계 6번째로 자체 제작한 5G 장비를 상용화하면서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도시에 5G가 개통돼 빠른 통신 환경이 필수인 게임 업계에서는 베트남 시장에 더욱 눈독 들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KOTRA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은> 보고서 재인용


베트남 e스포츠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6,800만 명이 넘는 스마트 폰 사용 인구가 든든한 그 뒷배경이 되고 있다. ‘Arena of Valor World Cup 2019’ 토너먼트 경기가 개최되었을 때는 약 65만 명이 방송 생중계를 지켜봐 베트남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인기를 증명했다.  베트남 최고 e 스포츠 채널인 ‘Vietnam Esports TV’ 유튜브는 295백만 명의 구독자를, 베트남 최고 인기 게임 유투버인 MISTHY는 625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 게임업체 Appota가 발간한 Vietnam E-sports Guidebook 2019 (VEG)에 따르면 e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즐기는 인구가 1,500만 명, 2020년에는 2,6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게임을 이용자와 콘텐츠 시청자까지 하면 2020년 현재 3,28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면서 e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4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Leagues of legend 대회 모습_출처 베트남 언론사 VEXPRESS

베트남 정보 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 온라인 게임 시장은 5억 2,141만 달러, 우리 돈 6,000억 원가량인데 2015년 대비 100% 초과 성장했다. 인구 2.7억의 인도네시아, 1억의 필리핀도 젊은 인구가 많이 게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베트남은 이들 국가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베트남 게임 개발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게임 수출 강국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게임 중독을 일으켰던 Flappy Birds는 베트남 개발자가 3시간 만에 만든 게임이었다.


게임 메이커로서 베트남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것은 2014년 제2의 앵그리 버그로 불리던 스마트 폰용 게임 Flappy Bird이다. 29살 Nguyen Ha Dong(응우옌 하 동)이라는 젊은 베트남 개발자가 3일 만에 만들어 업로드한 것이 전 세계 100개 국가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고 하루 광고 수익으로만 5천만을 넘게 벌어들였다. 하지만 개발 의도와 다르게 강한 중독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자 막대한 이익을 곧바로 포기하고 앱 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렸다. Flappy Bird는 그렇게 없어졌지만 억만장자가 된 응우옌 하 동처럼 되고 싶은 젊은 개발자들이 나타나면서 베트남 게임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게임업체 순위_출처 appannie report


앱 분석 리서치 업체인 App Annie는 최근 펴낸 <Vietnam, A Mobile Market Of Opportunity>에서 호주+뉴질랜드+동남아시아 (ANZSEA) 시장에서 가장 유망하고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제작 업체 Top 10 중 5개 업체를 보유한 베트남을 주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Top 5 중 1위, 2위, 4위를 베트남 업체가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Amanotes는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들의 누적 다운로드가 10억이 넘었다. Amanotes의 공동 창업자 Nguyen Tuan Cuong은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베트남 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미만 30인’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2위에 OneSoft, 4위 Gamejam, 8위 VNG, 10위 Arrasol 등 베트남 기업들이 차지했다. 단일 기업이 아닌 게임 회사들의 국적 기준으로 베트남 게임은 2020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다운로드를 하였으면 전세계 25개 게임이 다운로드 할 때마다 베트남에서 개발한 게임이 1개씩 다운로드 되고 있다


뮤 오리진 베트남 런칭 10주년 기념 이벤트 배너


베트남 게임 시장의 중흥을 연건 한국 게임들이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기업 웹젠의 ‘뮤’가 큰 인기를 끌며 베트남 게임 시장을 부흥시켰고 2016년 ‘뮤 오리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베트남 최고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 ‘오디션’, ‘크로스 파이어’, ‘배틀 그라운드’ 등 한국 게임들이 인기를 끌다. 하지만 2005년부터 중국 게임들이 물밀듯이 몰려 들어 한국 게임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현재 베트남 모바일게임 시장의 70%는 중국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류 원조 국가인 베트남에서 유독 한국 게임이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 게임 유저들의 캐릭터 선정 취향과 베트남 게임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서 중국의 집요함과 비교된다는 지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삼국지 게임


한 업계 관계자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게임들의 대부분은 ‘삼국지’, ‘서유기’, ‘천용팔부’와 같은 유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나 캐릭터들이라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지도 높고 인기가 많다. 그러나 한국 게임은 낯선 서양 이름의 캐릭터들로 설정되어 있어 문화적인 측면에서 거리감을 느낀다’라고 분석했다. Thuy는 MMORPG(Role Playing Game)를 예로 들면서 ‘베트남 유저들이 삼국지의 관우나 장비 같은 유명 캐릭터를 획득하면 게임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자신이 관우나 장비가 되어 기분이 좋고 다른 게임 유저들로부터 우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 게임의 캐릭터 대부분은 서양식 이름인데 베트남 유저 입장에서는 해당 캐릭터가 좋은 캐릭터인지 나쁜 캐릭터인지 몰라서 가상 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할 캐릭터로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Thuy는 ‘쉽게 표현하면 로빈 후드라는 캐릭터면 의적 캐릭터라 네트워크 상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알아 볼 수 있어 좋은데 그냥 ‘로빈’이라면 캐릭터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이 베트남 진출하는데 가장 장애물은 게임 라이선스 취득의 어려움이다. 이 부분에 대해 국영 베트남의 메이저 게임 유통 업체인 VTC Games의 담당자에게 문의를 해보니 다음과 같이 대답을 돌아왔다.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게임이든 베트남에서 허가 받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보다 허가를 받기가 더 어렵다. 베트남과 영토 분쟁 중인 곳에 중국이 임의로 그어 놓은 구단선이 그려진 중국지도가 게임 안에 많이 숨어 있어 중국 게임을 검사할 때 몇 배 더 엄격하게 한다’. 한국보다 중국 기업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한데도 중국은 베트남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 기업만큼의 집요함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게임 판호(라이선스) 받기가 어려워지자 잠재력이 큰 베트남 시장을 일찍이 공략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베트남 정부의 요구 사항을 모두 수정 반영하는데 한국 업체들은 반발하고 수정 사항 반영이 늦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요구 사항일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베트남 정부의 요구사항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베트남 게임 시장의 거대한 폭발력을 기대한다면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진출을 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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