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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30. 2021

비밀 아지트에서 만들어진 베트남 음식-역사 속 극한직업

범죄자들을 잡으려는 잠복  형사들이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대박을 터뜨린다는 내용의 영화 <극한직업>.



 영화에 나오는 메뉴도 대박을 터뜨리고 관객 동원 역시 대한민국 영화 역대 최고 흥행 2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웃음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내용이 베트남에 독립투사들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 믿어지시는가?


 영화에서처럼 코믹이 아닌 베트남 역사의 진중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Cha Ca La Vong(짜 까 라 봉)– 독립투사들의 메뉴>


베트남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한국인들이지만 아직 이름조차도 못 들어 보았을 음식인 ‘Cha Ca La Vong(짜 까 라 봉)’. 베트남어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Cha’는 고기나 생선 완자를 말하고  ‘Ca’는 생선을 

‘La Vong’은 중국의 강태공을 베트남에서 부르는 별명이다. 


그래서 베트남어 그대로 직역을 하자면 ‘강태공의 생선 완자 구이’이다. 느닷없이 강태공은 왜 나오고, 이 음식이 베트남 독립투사들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답답해지시기 시작하실 텐데 마저 설명을 드린다.

프랑스 군에 항거했던 De Tham 저항군들


 1870년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하노이. 애국심이 투철했던 Doan Xuan Phuc이라는 남성과 그의 아내 Bi Thi Van은 프랑스 식민 정부를 상대로 독립 투쟁을 벌이던 De Tham 혁명군 소속이었다. 혁명군의 식사를 담당했던 부부는 생선 요리를 특히 잘했는데 혁명군들이 전투에서 승리해서 돌아오면 생선구이를 해주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 남편 Phuc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프랑스 군인들의 눈을 피해 비밀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식당으로 위장한 아지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하노이 Hang Son 거리에 (후에 Cha Ca Stree로 이름이 바뀜) 식당을 열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민물고기로 프랑스 군인들도 좋아할 만한 메뉴로 만들어 낸 것이 Cha Ca La Vong이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이들이 시작한 Cha Ca La Vong은 Hang Son 거리에 줄지어 식당들이 따라 열리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프랑스 정보 망에 Phuc은 잡혀 들어가 처형을 당했지만 끝까지 혁명대의 일원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부인은 계속해서 식당을 운영을 해 지금까지 운영이 되고 있다.


호치민에서는 잘 파는 집이 없는데 하노이에 가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민물 생선으로 요리를 한 것이다보니 특유의 흙냄새가 베어 있어 먹기 힘들수도 있다.  최근에 주로 사용하는 물고기는 가물치인데다 요리를 잘 하는 집에 가면 냄새도 나지 않고 맛이 좋으며 이름과 달리 생선 완자가 아니라 생선살 그대로를 여러 양념에 구운 것이다. 함께 딸려 나오는 소스는 냄새가 꽤 역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드시길...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비밀 아지트 쌀국수집>


베트남 전쟁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베트콩들이 1968년 음력 1월 1일 사이공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 구정 대공세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의 시작이 비밀 아지트 쌀국수집에서 이루어졌다. Cha Ca La Vong의 역사에서 100여 년이 지나 베트남 혁명가들의 또 다른 비밀 아지트 식당은 다시 한번 역사를 이루어 낸다.


하노이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하던 Ngoi Toai 부부는 신분이 발각되어 호찌민으로 내려와 쌀국수집을 운영한다. 독립운동가의 집안답게 부부와 아들 딸 사위 모두 프랑스 항쟁에 이어 미군정에서도 비밀 저항 운동을 펼친다. 그들이 운영하던 쌀 국숫집 Pho Binh은 조직의 지령에 따라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1층에 쌀국수 가게를, 2층에는 비밀회의 장소를 운영했다.

역사적인 구정 대공세를 이끈 비밀 조직 F100이 비밀 아지트 식당 Pho Binh 현재 모습


 Pho Binh은 음식 맛이 좋아 미군들로 항상 북적였고 이 식당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비밀 지하조직 F100의 군자금으로 사용되었다. 이 식당의 양 옆 건물에는 미군 장교와 필리핀 장교의 숙소가 있었지만 이들은 자주 맛있게 먹는 식당이 베트남 전쟁 역사의 대전환을 일으킨 사건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식당의 5층에는 구정 대공세에 쓰일 로켓포를 비롯한 각종 무기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식당 식자재를 운반하는 수레에 숨겨 들여왔기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구정대공세 현장, 사이공(호찌민)

 1968년 음력 1월 1, 비밀 조직 F100은  드디어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미 대사관이 점령당한 모습은 생중계로 미국 전역에 방송되어 미국은 발칵 뒤집힌다. 베트남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미국 시민들은 미국 대사관이 베트콩에 점령당하고 있는 모습에 경악했고 미국 내에서 반전 운동이 불같이 일었다. 


비밀 쌀국수집에서 준비된 구정 대공세는 미국 반전시위 불씨를 당겼다 


이로인해 미국은 곧 베트남에서 철수를 시작한다. 비밀 쌀 국숫집에서 시작된 베트남 구정 대공세는 결국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구정 대공세 이후 대대적인 색출 작업으로 쌀 국숫집 장인과 사위는 잡혀 들어가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끝까지 비밀을 발설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당은 폐쇄되었지만 몇 년이 지나 식당을 되찾았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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