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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Oct 08. 2021

오징어게임 세계적인 돌풍 이유는 중산층의 몰락 때문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열풍에 대해 분석한 기사나 평론가들의 글을 보면 전문가라는 사람들 스스로 왜 이렇게까지 인기인지는 잘 모르면서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오징어 게임이 재미있어 단숨에 몰아서 다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게 만들 정도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오징어 게임을 평가 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공 코드를 알아야 다음에도 이렇게 세계적인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딴지를 걸어 본다. 그 성공 코드를 모르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여전히 그 성공 요인은 모르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품 외적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1. 외부적인 요인 – 오징어 게임을 보게 된 계기

1) 코로나 대유행


(1) 집에만 있으니 볼 것이 없어 아시아 콘텐츠로 눈 돌릴 수밖에 없었다


- 유럽이나 미국이 2020년 코로나 초창기처럼 국가 전체적인 봉쇄령에 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여행을 다니거나 지인들과 밖에서 식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니 집에서 넷플릭스를 즐겨야만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것은 다 봐서 다른 나라 콘텐츠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징어 게임을 보게 된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코로나 대위기 속 한국의 위상 + BTS

- 세계적인 판데믹 격랑 속에서 선진국이라던 유럽과 미국은 한 방에 무너졌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아시아의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의 최선진국이 되면서 모든 Made in Korea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 게다가 일시적인 열풍이 아닌 몇 년째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한 BTS의 영향력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여 놨을 것이다.


(3) 유통망 넷플릭스의 집중 지원

-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미국의 10%도 안 되는 수준의 금액으로 훌륭한 콘텐츠를 무사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보니 넷플릭스가 제작 지원한 한국 콘텐츠 띄우기에 앞장섰다. 1천만 관객 동원 가능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밀어주니 10억 관객 동원한 것이다. 유통망의 덕을 본 것이다.


-> 여기까지가 전 세계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선택할 수 있었던 다양한 사회 환경적 외부 요인이다. 하지만 선택을 했어도 영화가 재미없었다면 그저 그런 실적을 거두었는데 초대박을 터뜨린 건 영화 자체가 콘텐츠 소비자들의 무엇인가를 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2. 내부적인 요인 – 나도 오징어 게임 참가자이고 싶다.

1) 누구나 해볼 만한 단순한 게임

- 게임 자체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단순한 방식.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해볼만 하겠는데’라는 생각에 작품에 몰입하기 쉬워진다.


2)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 전 세계적으로 수 십억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집 밖으로 나가질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 수 천만 명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죽어 갔으니 살아남은 것에 기뻐해야 했지만 당장 먹을 것을 고민해야 했다. 그나마 선진국에서는 실업급여와 정부 지원금이 나왔지만 그걸 받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 경제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린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동질감을 이끌어 냈을 것이다.


3) 게임 참가자들에 집중되는 세트장의 비주얼 그리고 방호복

- 드라마 속 게임 관리자들의 짙은 분홍빛의 복장과 얼굴을 가린 채 네모, 동그라미, 삼각형 마크가 붙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게임 참가자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동일한 모습의 관리자들의 생김새와 튀는 모습이 없으니 기억나는 얼굴들은 게임 참가자들 뿐. 이런 배경이 시청자와 게임 참가자를 동일시하는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 오징어 게임 속 관리자들의 복장이 스페인 드라마 '인형의 집' 은행강도들의 복장과 유사하지만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방호복 모습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방호복을 보게 되면 긴장하고 통제에 따라야만 하는 순종적인 모습이 이 드라마에서 은근히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4) 외국인 시청자들이 구슬치기 장면에서 울었다는 리뷰에 대해

- 일본 영화 ‘배틀로얄’은 영화적 구성도 조악하고 연기력도 떨어지고 비현실적인 전개로 영화 자체는 엉망인데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서웠다. ‘내가 내 친구들과 같이 끌려갔다가 내 친구들을 죽이고 나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구슬 치기 게임할 때 참가자들은 파트너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했다. 보는 시청자들도 나라면 저 사람을 파트너로 선택하겠다는 하고 있었을 테다. 그런데 큰 믿음 속에 비정한 배신을 해야 하니 몰입감이 잔뜩 올랐던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3. 기타- 2008년 금융위기로 몰락한 전 세계 중산층, 코로나로 극빈층이 되다

- 많은 리뷰들이 드라마 속 게임 관리자들이 반복해서 외치는 ‘공정한 룰’에 집중하는데 이는 전체 내용의 양념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나의 비참한 현실이 계급 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이 드라마에서 그러한 계급 간의 갈등은 미약하다.


- 오히려 명문대학을 나왔든, 밑바닥 인생이었든 너 나할 것 없이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실제와 같은 현실 상황이 사람들의 몰입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특히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중산층에서 몰락한 전 세계 중산층들에게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에게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라는 제안이 왔을 때 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인기 대요인이 아닐까?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나왔으면 좋겠다. 1번 할아버지 오일남이 이정재의 아버지라는 밑도 끝도 없는 유투버들의 수준 낮은 해석은 짜증이 난다. 왜 이 드라마가 인기 있는지 사회학자, 심리학자, 통계학자, 경제학자, 일반인, 노숙자, 직장인 등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서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 내면 속 도박 심리도 반영되어 있으니 도박사들의 이야기도 들었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는 그냥 재미있는 콘텐츠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파악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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