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큼대마왕 Dec 12. 2021

19. 코로나 엎친데 임대료 덮친 베트남 외식업계

베트남에서 올해 4월 말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으로 하노이, 호찌민 같은 대도시의 식당과 카페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경 정책이 5개월이나 시행되었다. 이 때문에 1년의 절반 가량을 영업을 못하고 임대료와 직원들 급여는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는 외식업계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최대 일간지 Tuoi Tre의 하이랜드 커피 임대료 분쟁 보도


베트남 전국에 16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2019년 VND 2조 2,000억 동 (한화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베트남 1위 커피 전문점 Highlands coffee는 5개월간의 영업 중단 조치로 매장이 입점한 건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Highlands coffee(하이랜드 커피)의 모기업인 Superfoods Group(슈퍼 푸즈 그룹)은 호찌민을 중심으로 전국에 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쌀국수 전문점 Pho24 (퍼어 24) 역시 소유하고 있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Pho24가 영업을 못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외식 업체인 Redsun(레드썬)은 2019년까지만 해도 15개 식당 브랜드에 200여 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VND 6,230억 동 (한화 311억 원)을 매출을 올리던 곳인데 회사 내부적인 문제와 5개월 간의 봉쇄 여파가 겹치면서 협력 업체들에 대금 지급을 못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그 외 수많은 외식, 음료 업체들이 매장을 대폭 축소하거나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소송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도시 봉쇄로 5월 7일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식당의 안내문이 마치 원전 사고로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12월 현재에도 고스란히 놓여 있다


l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기회


 하지만 지금 베트남 외식 시장 상황을 꼭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이전 베트남의 외식 산업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식음료 시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하면서 성장성이 둔화되었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고가 식당들은 베트남 중산층을 위한 중고가 식당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베트남은 2021년 4월까지만 하더라도 2개월 연속 확진자가 없기도 했었고 발생을 해도 하루에 10명 미만 발생하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곳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외식 산업은 새로운 내수 수요를 창출하고 있었다. 더운 나라 특성상 집에서 먹기보다 외식하는 문화인 데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산층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베트남 외식 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투자금을 확보한 베트남 신생 외식 브랜드들도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호찌민과 하노이 주요 상권을 확보하려는 외식 브랜드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베트남 언론 VNExpress는 11월 9일 자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 외식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기사에서 식당들의 임대료가 전체 매출의 15~30% 수준이라며 비싼 임대료가 외식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국영 방송 VTV의 6월 8일 자 보도에 따르면 호찌민 도심 1+2층 합친 면적이 100 스퀘어 미터인 상가의 코로나 이전 월세는 1억 7,200만 동 (한화 860만 원)이었다. 공장 근로자의 한 달 급여가 25만 원 수준인 베트남에서 부동산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그러던 임대료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20~30%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베트남 외식 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역설적이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외식업체에는 절호의 기회이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하이랜드 커피와 퍼어 24를 보유한 슈퍼 푸즈의 지분 50%는 필리핀의 세계적인 외식업체 졸리비가 소유하고 있다. 거기에 2019년 졸리비와 슈퍼 푸즈는 세계적인 커피 체인 브랜드인 커피빈을 공동 인수했다. 


2019년 졸리비는 3억 5천만 달러 (4천억 원)에 커피빈을 인수했다.


동남아시아의 외식업계의 거대 공룡 업체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베트남 외식 업계에 자리를 확고하게 잡고 있던 공룡들이 넘어지고 있다. 게다가 수익에 발목을 잡는 임대료마저 대폭 낮아지고 있으니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외식 업체에는 지금의 위기가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베트남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베트남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더운 나라이니 팥빙수나 냉면이 잘 팔리겠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류의 원조이자 미역국과 김치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이지만 ‘냉면’과 ‘팥빙수’는 모두 실패했다. 베트남 진출 초창기 필자 역시 궁금해서 베트남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결 같이 '음식은 따뜻하게 해서 먹어야 맛이 있다’라는 답변이었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 쌀국수  역시 뜨거운 국물에 말아먹는 것인데 한국인의 기준에서 베트남 시장을 판단한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식당에서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가 돌솥비빔밥이다. 일반 비빔밥보다 계속해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서 돌솥비빔밥을 좋아한다. 


일반 쌀국수보다 4배 이상 비싼 돌솥 쌀국수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 고급 호텔 식당에서 시작한 돌솥 쌀국수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쌀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VND 200,000 ~ 230,000 (한화 1만 원 ~ 1만 2천 원). 베트남의 유명한 쌀국수 집 가격이 1/4 가격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이다. 단순하게 돌솥 용기에 먹는 쌀국수가 아니라 기존에 MSG가 한가득 들어 있고 질기고 맛없는 소고기가 들어 있는 쌀국수가 아닌 천연 재료로 맛을 내고 부드럽고 등급 높은 소고기 쌀국수이다. 베트남 상류층들 사이에서 인기라 식당 베스트셀러 중에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차츰 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니 한국 외식 업체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다양한 각도로 살펴봐야 할 사례이다.


외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려는데 단순하게 현지화된 메뉴 하나 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현지 인력관리부터 품질 좋고 저렴한 식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까다로운 베트남 현지 인허가를 받아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베트남 시장을 막연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오인해 장밋빛 희망만 안고 와서 실패했던 과거에 비해 조심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좋은 기회를 확보하게 되었다. 한국 외식업체들 좋은 기회가 있기를 기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대륙의 실력 애니메이션 - 백사 2 : 청사의 시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