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트남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동해에 (남중국해) 미국이 적극 개입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군의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운영하는 IPDefenseForum.com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미국 정부는 대외군사자금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해안 경비대의 115미터 길이 함정을 베트남에 양도했다. 이는 미군이 베트남에 두 번째로 기증하는 함정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고속정과 2017년 또 다른 함정 기증은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가장 중요한 국방 장비 양도라고 의미를 뒀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의 대외군사자금지원 프로그램은 베트남에 미화 약 1억 5000만 달러를(1,700억원)지원을 했다.
고속정 두 척을 기증하는 데에도 미화 5,800만 달러(680억원) 이상을 배정했고 메탈 샤크 고속 순찰선 24척도 베트남에 기증했다. 2018년 대외군사자금지원 프로그램은 해양 초계기, 드론, 해안레이더 훈련 역량을 강화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 계획에 따라 베트남에 미화 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반중국 협의체 QUAD 국가들도 적극 베트남을 지원하고 나섰다.
일본은 지난 9월 12일 기시 노부 일본 방위상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일본 자위대와 베트남 군 간에 군사 장비 판매 및 방위 기술 공유 협정을 베트남 국방부 장관과 체결했다. 이는 일본 자위대가 진수한 전투함을 베트남이 인수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7월에 베트남이 새로 건조할 순시선 6척의 비용 366억엔을 (약 3,700억원) 차관 형태로 지원했다. 2017년 일본 자위대가 사용하던 순시선 6척을 기증한데 이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동맹 국가들이 베트남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일본이 베트남군과 합동 군사 훈련을 하기로 하고 사이버 보안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합동 군사 훈련을 통해 일본 전투함들이 중국과 영토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도 총리는 2020년 12월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군사 협력을 약속했다. 인도는 베트남에 5억 달러 (5,8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고 베트남은 그 차관으로 인도에서 무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인도는 베트남이 동해(남중국해)에서 중국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신형 군함 1척과 고속정을 주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국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인도가 러시아에서 들여 온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베트남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항공모함과 군함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중국의 항모 전단이 마음 놓고 베트남 동해에 드나들기 어려운 지게 되었다.
긴장 상태는 남중국해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근원인 메콩강을 둘러싸고 남중국해 못지 않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메콩강은(중국명 란창강) 4,180km에 달하는 세계에서 12번 째로 긴 강으로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하여-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까지 6개국을 거쳐 흐른다. 6,500만 명이나 되는 인구가 이 강유역에 살면서 메콩강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메콩강은 생물 다양성으로는 세계 2위, 담수 어업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도차이나 반도 생명의 원천이다. 그런데 중국이 수력 발전을 위해 자국에 11개, 라오스개 1개 댐을 건설하면서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과 같은 강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의 메콩강 유입량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에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차관 형태로 돈을 빌려주고 댐을 짓는데 2030년까지 최소 30개에서 최대 70개까지 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는 댐과 이로인해 줄어든 유입량 때문에 캄보디아, 베트남의 어업량은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 남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콩감 삼각주에는 토양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메콩강의 퇴적물이 2007년 대비 70%가 줄어 들어 벼농사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메콩강의 수위는 100년 만의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어 어획량도 급격히 줄어 들어 메콩강 인접국가들은 식량 안보에 위기를 겪고 있다. 2020년 ASEAN 의장국이었던 베트남은 이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고 싶었으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메콩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아세안의 해양 국가들이 중국과의 마찰을 꺼려해 의제 선정에 반대했다.
중국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을 달래기 위해 란창-메콩강 협의체를 (LMC) 결성하고 정기적으로 의제를 논하고 있지만 댐 건설로 인한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메콩강을 둘러싼 중국의 일방적인 횡포라며 미국이 개입하며 메콩강 문제가 세계적으로 공론화 되었다. 2020년 9월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중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난 25년간 메콩강의 흐름을 조작했고 이로인해 하류 국가들의 피해가 크다’라고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난했다. 21년 8월 동아시아 정상회의 외무장관회의에서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자유롭고 열린 메콩강’을 촉구했다. 아세안 내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메콩강의 중요성을 강변하고 분쟁에서 지정학적 이점을 챙기려는 중국의 야심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미국은 메콩강 유역의 5개 아세안국가들과 ‘메콩-미국 파트너쉽’을 결성하고 메콩강 상류에 있는 중국 댐의 수위를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추적하고 홈페이지에서 통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메콩-댐-모니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국은 댐 덕분에 메콩강 유역 지역들이 우기에는 홍수를 막고 건기에는 가뭄을 막는다고 격앙되게 해명하지만 수긍하는 국가들은 없다. 표면적으로는 전력 소비량이 많은 중국 동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수력 발전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중국이 메콩강 유입량을 조절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인 베트남과 태국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분쟁 전문가들은 남중국해에서 메콩강이 또다른 화약고로 등장하고 있다며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고 있다. 아세안 내에서도 메콩강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며 경쟁국가인 베트남과 태국의 힘이 약해지기를 바라는 국가와 중국의 인도차이나 반도 지배력 강화에 저항하는 국가로 나뉘고 있다.
줄타기 외교의 달인 베트남이 남중국해와 메콩강 좌우 양쪽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안고 어떠한 현명한 선택을 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