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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18. 2022

24. 베트남은 살아있다

“베트남 싸라있네!”


2년 만에 베트남에 출장을 온 모 업체 대표가 꽉 막힌 도로에 갇히면서 기분 좋게 영화 대사를 흉내 내며 탄성을 질렀다. 800만 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다니는 호찌민인지라 출퇴근 러시아워는 물론이고 늘 오토바이 물결로 정체되던 도로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동안 한산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 호찌민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니 일상으로 회복되는 베트남이 활기차다.


호찌민 출근길, 5월 20일

 

지난 2년 4개월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굳게 닫혔던 베트남 하늘길이 열리면서 나라 전체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베트남 관광 산업은 코로나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베트남 전체 GDP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소득원이다. 


환송객들로  북적이는 호찌민 공항 (6월 7일 밤)


베트남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되자 베트남을 가장 많이 찾은 이들은 역시나 한국 사람들이다. 5월 30일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2년 5월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은 17만 2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4% 증가했으며 전월 4월보다는 71% 증가했다. 그중 한국인은 2만 8600명으로 전체 방문객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27일 모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의료 신고 요건을 폐지하고 베트남을 입국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베트남을 향한 외국인 입국자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직까지는 관광객들보다는 베트남에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의 출장자들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사업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킨텍스 같은 호찌민 최대 규모 전시장인 SECC (Saigon Exhibition & Convention Center) 역시 2년 6개월 만의 재개장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하고 새로운 기회 찾기가 한창이다. 5월 26일 ~ 28일까지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Smart City Asia 2022’을 기획했다. 스마트 홈, 스마트 에너지,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모빌리티 등 스마트시티 산업 전반에 대한 전시회를 열었는데 개막식에 베트남 외교부 차관과 정보통신부 차관이 함께 참석할 정도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2018년 1월 베트남 정부는 ‘2018-2025 지속 가능한 스마트 시티 개발 사업’을 승인하고 2030년까지 하노이, 호찌민, 다낭, 껀터 등을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 핵심 도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늘길이 열리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스마트 시티 사업 박람회가 열린 것이다. 세계은행 자료 기준 베트남 도시화율은 2000년 24.4%에서 2020년 37.3%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세안 국가 중에는 7위로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와 함께 아세안 최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하지만 베트남의 무선인터넷 보급률이 70%에 달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63.1%로 세계 9위인 것을 감안하면 2030년 도시화율 50% 달성과 스마트 시티 사업이라는 두 마리 도끼 잡기는 마냥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스마트 시티 아시아 박람회에 이어 6월 2일 ~ 5일에는 한국의 코엑스가 무역협회와 함께 ‘프리미엄 소비재’ ‘베이비 & 키즈 페어’ 등을 동시에 개최하며 한국의 화장품, 유아용품, 건강기능 식품 등 다양한 소비재 기업들의 베트남 바이어 찾기를 나섰다. 여기에 대전, 충청남도, 충청북도 50여 개 기업들까지 ‘K-벤처 페어’라는 테마로 박람회에 가세했다. 행사 관계자는 “참여 기업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비대면으로 바이어 상담을 했을 때에는 계약 성사 가능성이 쉽지 않았던 반면 직접 제품을 소개하고 상담을 하니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호찌민 전시회까지 찾아온 한 바이어 역시 같은 의견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화상으로 미팅을 하다가 얼굴을 마주 보고 공급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아져서 좋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베트남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속속들이 베트남으로 들어와 신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5월 17일 신한은행의 진옥동 행장은 호찌민에서 디지털 사업 강화를 위한 ‘퓨처 뱅크 그룹’ 출범 선포식을 갖었다. 2019년 취임한 이후 ‘조직의 명운이 걸려 있다’며 끊임없이 외치는 ‘디지털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장 중 가장 크고 수익이 좋은 베트남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화율이 낮고 농어촌 지역에는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스마트 폰 보급률과 무선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상위권인 베트남에서는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또한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베트남 Top 3 온라인 쇼핑몰인 Tiki(티키) 지분 10%를 취득하고 Tiki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협력 사업을 협업하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초기 US 4,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번에 추가로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누적 9,000천만 달러 (한화 약 1130억 원)로 지분 10%를 확보한 것이다. 

Tiki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인 2021년 11월 시리즈 E를 통해 2억 5800만 달러 (약 3200억 원)를 투자 유치했으며 신한은행이 이번에 추가로 투자한 금액까지 누적 4억 5050만 달러 (한화 5700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신한은 금융기관으로서는 이례적이고 적극적으로 베트남에서 사업 방향을 넓혀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2022년 1월 ~ 4월 누적 기준, 베트남 대외교역액은 15.9%, 외국기업 투자액은 14.9%, 국내 기업 투자액은 18.1%, 베트남 수산물 수출액은 43.7% 성장했다. 베트남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린 5월 당월과 21년 5월을 비교하면 산업생산지수는 10.4% 상품 및 서비스 소매판매 지수는 22.6% 외국인 방문자수는 1184.1% 성장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 세계 시장이 침체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 전반이 암울하지만 베트남은 역동적이게 회복하고 있다. 


베트남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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