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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l 04. 2022

쌀국수와 김치는 안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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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쌀국수 Pho는 어지간한 한국 사람이라면 좋아할 정도로 친숙한 맛이다. 특히나 전날 잔뜩 술을 먹고 다음 날 아침 해장 음식으로 쌀국수만큼 부담 없이 땀을 쏟아내게 할 음식도 드물다.  


이렇게 한국인 입맛에 쏙 맞는 음식이라 김치랑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주 가는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김치를 들고 와서 같이 먹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김치랑 쌀국수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다. 쌀국수 면발 특유의 부드러움과 깔끔한 국물 맛을 김치가 망쳐 버렸다. 


김치는 어지간하면 어느 나라 음식에도 썩 잘 어울리는 존재감 뿜뿜인 한국의 상징 아닌가? 스테이크에도 잘 어울리고, 햄버거에 넣어서 먹어도 되고 인도 카레에도 조화를 이루고 크림 스파게티에도 피자에도 김치는 웬만하면 어느 음식과도 짝꿍을 잘 이룬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착 달라붙는 베트남 쌀국수는 김치와 이상하게도 맞지 않다. 쌀국수에 매운 양념도 넣어서 먹고 매운 고추도 곁들여서 먹는데 왜 일까? 생각해보니 쌀국수에는 시큼 달짝지근한 양파, 마늘 절임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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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베트남에 처음 올 때에는 모든 것이 한국과 비슷해서 한국에서 예전에 하던 방식으로 사업을 하면 금방 모든 일이 잘 될 것만 같다. 


한국과 친숙한 베트남, 그것이 베트남 사업을 힘들게 하는 함정이다. 차라리 남미나 아프리카처럼 전혀 낯선 환경이라면 현지인의 의견도 더 잘 듣고 섬세하게 시장을 살펴볼 텐데 익숙하고 쉬워 보여서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려고 든다.


당연하지만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할 수는 있어도 한국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시장이 베트남 환경에 맞는 방식을 적용하고 기다려야 할 때에는 기다려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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