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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Apr 20. 2023

SKT, KT보다 잘 나가는 베트남  군대 통신사??

아세안 최고 기업은 베트남 군 통신사


글로벌 브랜드 가치 평가 회사 ‘Brand Finance_브랜드 파이낸스’는 브랜드 파워, 시장 점유율, 고객 충성도 등을 수치화해서 해마다 전 세계 주요 브랜드 가치 순위를 발표한다. 각 산업 카테고리 별 브랜드 순위와 별도로 산업 구분 없이 종합적으로 전세계 최고 500대 브랜드를 공개한다. 해당 조사에서 최근 5년 동안 세계 최고 브랜드 상위 3개는 아마존, 애플, 구글 있었으며 삼성은 4~5위 권이었다. 2023년 보고서에서는 현대 (67위), SK (84위), LG (90위) 등의 한국 브랜드가 상위 100개 브랜드에 선정 되었다.



최고 500대 브랜드 중 아세안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5년 연속 글로벌 500대 브랜드에 선정된 곳이 있는데 Viettel_비엣텔이라는 베트남 통신사이다. 비엣텔은 2019년 처음으로 브랜드 가치 세계 482위에 선정되었고 2020년 356위, 2023년에는 234위로 해마다 가파르게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비엣텔의 글로벌 통신사 카테고리에서의 순위는 16위로 한국의 양대 통신사인 SKT (39위), KT (40위) 보다 순위가 앞도적으로 높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에는 비엣텔이 48위였고 SKT가 28위였는데 몇 년 사이에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 년 째 아세안 최고 브랜드로 평가 받고 있는 비엣텔은 민간 기업이 아닌 베트남 국방부가 소유한 군대 기업이다. 게다가 인근 아세안 국가인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는 물론 중남미의 페루, 아이티,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부룬디 등 전 세계 10개 국가에 진출해 있고 그 중 5개 국가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이다. 2022년 비엣텔의 연결 매출액은 68억 달러로 한화 9조원이며 이중 해외 매출은 30억 달러 약 4조억원이다. 최근 한국의 KT가 아프리카 르완다 진출 10년간 2500억원의 누적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 되었다. 그런데 베트남 기업 그것도 국방부 소유의 군 기업인 비엣텔은 모잠비크, 부룬디, 탄자니아, 카메룬 등 아프리카 대륙 4개 국가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비엣텔은 베트남 전국에 베트남 만의 5G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했는데 비엣텔의 연구 개발 자회사인 Viettel High Tech_비엣텔 하이테크를 통해 5G 기술 국산화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베트남은 전세계에서 5G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이제는 해외로 5G 장비를 수출도 하기 시작했다. 비엣텔은 인근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에서도 5G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USD 6,621달러로 베트남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남미 페루에 2019년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4년 진출해 페루 시장 점유율 20%를 눈앞에 두고 있는 비엣텔은 35,000km의 케이블 네트워크와 5,300개의 3G 기지 송수신국 3,400개의 4G 기지 송수신국을 구축한 페루에서 가장 큰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통신 기업이다.


비엣틸이 진출한 아프리카 부른디/미얀마/아이티/페루의 홍보 사진


그런데 이제 본격적으로 5G로 장비가 바뀌게 되면 매출액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지난 22년 12월 비엣텔은 인도 최초의 모바일 서비스 업체이자 전 세계 24개국에 진출한 United Telecoms_유나이티드 텔레콤스와 5G 모바일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솔루션 제공 사업을 계약 체결했다. 베트남 기업이 그것도 민간기업이 아닌 군대가 운영하는 통신사가 14억 인도의 5G 첨단 통신 기술 구축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베트남 국방부가 소유한 기업은 비단 비엣텔 뿐만 아니다. 은행, 부동산개발, 건설사, 항만 사업, 항공 운송 사업, 석탄 채굴 사업 등등 다양한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당황스러운 이러한 군의 영리 사업을 베트남 정부는 왜 허용했을까?


개혁개방을 위해 군이 국가 경제의 축이 되게 한 베트남


1975년 미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통일된 남부 지역에도 공동 경작을 통한 본격적인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익숙한 남부 지역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 머이’를 선언할 때까지 해마다 물가 상승률은 연간 50~70%를 넘나 들었다. 경직된 경제 체제로는 국가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베트남 지도부는 빠르게 개혁개방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쟁 직후의 베트남에는 우수한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개발도상국,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군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그 사회의 엘리트들이 군에 집중된다. 베트남 정부는 전문적인 군의 조직력과 풍부한 군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자 했다. 또한 당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가 붕괴되는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이루어진 개혁개방은 자연스럽게 군비를 축소하게 되고 군의 조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민간 기업에 맡겼다가는 소홀할 수 있는 국가 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군이 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군이 무력이 아닌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되게 함으로써 나라를 지키는 군의 위상은 유지하면서 베트남 지도부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23년 1분기 베트남 경제 성장률이 기대치의 절반 수준인 3.32%이고 베트남 중앙은행은 3월 1% 금리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15일 만에 0.5% 추가 인하를 하고 있어 베트남 경제가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이라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직되고 보수적일 것만 같은 군이 최첨단 기술 경쟁 사업인 통신사를 세계적인 회사로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의 경제 위기도 현명하게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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