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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Mar 14. 2018

베트남 영화<써니>-하노이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영화 <써니>의 베트남 버전이자, 지금 3월 지금 막 개봉한 베트남 CJ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기대작 <Tháng Năm Rực Rỡ (빛났던 날들)>  / 영문 제목 'Go-Go Sisters'


2011년에 <써니>가 개봉하던 당시 한국은 '세시봉' 아저씨들을 시작으로 70~80년대에 대한 향수가 가득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여고 시절'을 보내던 40~50세의  중년 여성 관객들은 꿈 많던 여고시절의 빛났던 날들을 뒤로한 채 '아줌마', '누구의 엄마'라고 살아고 있었다.  그런  한국 중년 여성 관객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영화 <써니>는 700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 '응답하라 1997'까지 이어지며 '그래 우리도 한 때는 참 꿈 많고 빛났던 날들이 있었다'는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과거를 향한 향수 붐이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베트남에서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어떤 반응을 나타나고 있을까?


영화 <Tháng Năm Rực Rỡ (빛났던 날들)>을 직접 관람해 보니 배경은 1975년 베트남 전쟁의 끝나기 직전의 남부 달랏 (Dalat).  이곳 달랏으로 전학을 온 중부 지방 출신의 여고생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한국 영화 써니와 비슷하고 누구나 학창 시절에 겪을 첫사랑과 우정 이야기가 밝고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잘 그려져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인 Dalat (달랏)은 베트남에서 지금도 손에 꼽히는 휴양지이자 신혼여행지 꽃의 도시라는 별명 답게 영화 속에서도 아름답게 펼쳐진다.


실제로 베트남 달랏은 원색의 형형색색 다채로운 건물 색상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파스텔 톤으로의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이 더욱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게 영화는 잘 그려냈다.



동시대 북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하고 외국인이면서도 오지랖 넓게 괜스레 불안했던 것은 '1970년대 중반 10대였던 베트남 북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화가 나지 않을까'이다?


하노이에서 1970년대 10대의 삶을 보내던 지인은 어렸을 때 회상에 대해, 매일 폭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제든지 방공호로 뛰어들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했으며 풍족한 먹거리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영화 <Tháng Năm Rực Rỡ (빛났던 날들)> 주인공들의 10대들은 최소한 먹는 것에 대한 걱정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밝게 웃는 영화이다 보니 세세한 것에 구애받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소녀들이 입은 옷도 당시에 저렇게 입었을까 싶은 옷들을 입고 있다.


1972년 12월 미군은 11일간 하노이를 지독하게 폭격했다

1972년 12월. 미군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해서 11일 동안  100대의 B52 폭격기를 동원에서 하노이 지역에 융단 폭격을 가한다. '크리스마스 대공습 (폭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폭격으로 이로 인해 하노이 시내 곳곳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1970년대 어떤 소녀는 방공호로 뛰어들고 연필 대신 총을 들어야만 했다



베트남 전쟁 기간 중 여성 군인들


내가 1970년대 북부에서 10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동시대에 나는 주변인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연필 자루 대신 총을 쥐고 싸웠는데 니들은 저런 부르주아적 삶을 살았다고!?' 라며 분노를 했을 것 같다.


CJ 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틀림없이 이 영화를 제작할 때 시대적 배경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터인데도 진행한 것을 보면 도대체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는 앞으로의 밝은 전망을 주로 생각한다.



이 영화가 논란 없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베트남 영상/소비재 시장을 새롭게 접근하게 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의 일은 과거 일로 접고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만 바라보는 것일까? 만약 이 영화가 북부 출신의 40~50대 들에게도 큰 논란이 없이 흥행을 한다면 베트남 영상, 소비재 시장에 대한 방향은 드라마틱하게 바뀔 수 있는 중요한 기념비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현재 베트남 전국에 CGV는 55개이며  압도적인 1위 영화관이다.   베트남 영화 관객 대부분은 20대들인데 개봉 1주일을 맞은 지금 (3월 14일 현재) 이 영화를 본 20대들은 대체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를 매우 재미나게 봤다고들 한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나의 궁금증에 대해 과거는 과거이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베트남 친구들의 답변이 날아 온다.


궁금하다. 과연 1970년대 베트남 북부에서 10대의 삶을 보낸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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