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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29. 2024

러시아를 버리지 못하는 베트남


1
6월 2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트남을 다녀가면서 전 세계가 술렁였습니다. 

미국과 EU가 강하게 러시아 제재를 하고 국제 형사 재판소는 푸틴을 전쟁 범죄자로 특정해 체포 영장까지 발부한 상태니까요. 

그런데 베트남 국가 최고지도부가 푸틴을 국빈으로 초청하고 크게 환대했습니다. 불곰하고도 싸운다는 상남자 푸틴이라지만 국제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푸틴을 따듯하게 맞아들인 베트남 때문에 눈물이 찔끔 났을지도 모를 정도 입니다.

도대체 왜 베트남은 전세계 시선이 따가운 데도 푸틴을 꼭 껴안은 것일까요? 

1) 베트남과 러시아의 역사적 혈맹 관계 
2)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러시아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2
베트남 사람들 정서상 자신들이 가장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잊지 않습니다. 베트남이 프랑스, 미국과 전쟁 때 가장 많이 도와준 존재는 소련(러시아)이었거든요. 

1961년 소련 공산당 제22차 대회에 참가한 호치민 주석과 레주언 제1서기_출처 베트남 공산당 홈페이지



같은 공산권 국가라서 그런것 아니냐고 말하실 수 있습니다만 베트남의 대우 사랑도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 대부분의 외국 자본이 베트남에서 철수할 때 투자를 유지했던 대우그룹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애정은 뜨겁습니다.



대우가 해체된지 25년이나 되었지만 베트남 하노이의 상징적인 건물이 '대우호텔'입니다. 이미 베트남 기업 소유가 되었지만 '대우'라는 이름을 고집합니다. 롯데그룹에서 대우호텔를 인수하려 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반대했다는 말도 비공식적으로 들려 옵니다.

3
베트남 동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압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필리핀과는 물리적 충돌을 계속 일으키고 있는데 베트남에게는 남일이 아니거든요.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베트남을 도와주겠다며 해양 순찰함, 고속정, 초음속 미사일 등등 다양한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꼭 필요한 것이긴 합니다만 중국과 전쟁은 정말 최악의 순간의 선택이지 베트남은 싸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싸우는 순간 경제는 그냥 파탄나는 것이거든요. 베트남이 어리석게 미국이 원하는대로 중국과 대신 싸워 줄리 없습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중국을 평화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궁지에 몰리자 중국에 손 내밀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조용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오랜 우정을 과시하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의 관계에서 베트남을 지지해주길 바란 강력 대응인 것입니다. 미국, 유럽과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말이죠.

 또 람 베트남 국가 주석이 푸틴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오랜 친구 한 명이 새 친구 두 명보다 낫다'라고 러시아 속담을 인용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베트남이 요즘 미국, EU와 가깝게 지낸다 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우정은 더욱 깊고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푸틴은 뭉클 했을 겁니다. 내 반드시 베트남은 중국 애들이 손 못대게 할 거야 이러면서요)

4
베트남의 러시아 환대는 세계적인 논란이 될법도 한데 조용합니다. 베트남이 전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작아서는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에 자신들의 입장을 잘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중국과 싸우지 않으면서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자신들이 힘들 때 도와준 러시아에 대한 고마움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오랜 우정을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를 맺은 국가들에 대한 우정도 어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상당히 불편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록 커지는 상황에서 베트남을 어떻게든 친중 국가가 안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베트남 국제적 몸 값이 높습니다.


푸틴이 떠나자마자 미 국무부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하노이에 급파했습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대니얼은 차관보는 2015~2021년까지 주하노이 미국대사를 지냈던 사람입니다. 베트남 외교 당국자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베트남의 이런 입장을 잘 이해하고 베트남이 미국을 반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잘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5.


푸틴 방문으로 미국과 유럽이 가장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불편한 곳은 중국입니다. 러시아가 궁지 몰려서 중국이 러시아 석유와 가스도 사주고 러시아에 부족한 각종 물자를 공급해주면서 러시아를 굴복 시켜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특히 베트남 동해 (남중국해)에서 러시아가 지난 수 십년동안 베트남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석유 시추도 손 떼라고 압박하고 있었는데 베트남이 커다란 외교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강하게 끌어 안음으로써 다잡은 대어를 놓친 기분일 겁니다.


특히 저는 또한 람 베트남 국가주석이 러시아와 체결된 12개 협정 이외에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 한 가지 더 있다고 밝혔는데, 이 비공개 협정이 베트남 동해에서 러시아는 ‘베트남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서명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미국에 이걸 돌려 돌려 표현해서 베트남이 러시아를 받아 들인 것이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칼럼 본 내용보다 소개 글이 더 길어져 버렸네요 ^^


<주간경향>의 [가깝고도 먼 아세안] 32번째 이야기


- 러시아를 버리지 못하는 베트남



* 가끔 어떤 분들은 이렇게 이 칼럼을 공유해드리는데도 이 칼럼을 쓴 사람이 저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 제가 쓴 글 공유 드리는 겁니다~~~~~




#러시아 #푸틴 #베트남 #호치민 #우크라이나 #미국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47354?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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