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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의 베트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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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각한 길치이자 방향치로 공간 지각 능력이 밑바닥 수준이지만 역마살이 충만해서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한다.


베트남 생활 15년 내내 즐겨하는 일이 무작정 걸으며 동네 구경하다, 갑자기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 타고, 그러다 또 마음 내키는 곳에 내려서 또 목적지 없이 마구 걸어다닌다.




특히 골목 구석 구석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다보니 베트남에 대해 조금더 면밀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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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돌아다니지만 그 동네 상점들을 들여다보고 반복적으로 보이는 상품이나 식당 메뉴를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상권이 분석된다.


예를 들면 10년 전에는 잘 없던 분유 전문 매장과 유아용품 전문 매장들이 짧은 거리 내에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은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것을 유추 해 볼 수 있다.



베트남 주요 사거리 코너를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는데 KFC, 롯데리아가 대표적이다. 또한 베트남 남부에는 오토바이 헬멧 브랜드가 대부분 다른 한 코너를 차지한다. 이것도 동네마다 돌아다니다 보니 브랜드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사거리 코너를 장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사거리에 이들 브랜드들이 있으면 따라오는 패션 브랜드, 여성 속옷 브랜드, 핸드폰 매장, 화장품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최근 5년 사이에는 약국 브랜드외 수퍼마켓 체인, 호치민에는 편의점들이 주요 상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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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로 오게되면서 요즘 즐겨하는 일은 주말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길거리를 마구 돌아다니는 것이다. 8시가 되면 햇볕이 뜨거워지니 아침 공기가 시원할 때 돌아다니면 오토바이도 별로 없어 걸어다니기 좋다.


게다가 하노이에는 전철이 2개 노선 개통되어서 전철 고가 따라 길을 걸으며 하노이 역세권 형성 여부를 살펴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방향 없이 마구 걷다 보면 이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30년된 자동차와도 마주치게도 되고 갑작스레 내린 비를 피하러 들어간 식당에서 인생 최고 쌀국수를 먹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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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다리 아프고 햇볕이 뜨거우면 버스를 또 집어 탄다. 에어컨 바람에 더위도 식히고 앉아 가다보면 경직된 다리 근육도 풀리고.


역세권을 걷다가 전철을 타보면 오토바이 왕국 베트남에서 주말 아침에는 누가 전철을 타는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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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길치를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 공유 승차 어플인 Grab이다. 방향치들에겐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언제나 고역인데 핸드폰으로 몇 번 누르기만 하면 나를 데리러 오는 차가 있으니 마음 편하다. 게다 택시 가격의 30~50% 저렴하니 고마울 따름.


최근 궁금증 넘치는 길치 여행자를 기쁘게하는 친구는 Chat GPT, 궁금한 건물이나 지명을 이 친구에게 물어보면 다 알려 준다. 전에는 막연하게 추측만 하던 것을 궁금할 때 마다 알려주니 어찌나 든든한지


이 글을 보고 있는 길치 여러분!

떠납시다! 돈과 핸드폰만 있다면 집으로 무사히 돌아 올 수 있는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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