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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May 23. 2018

립스틱은 언어이자 콘텐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킨케어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 화장품들이 세계에 K-Beauty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색상을 만들어 내는 메이크 업 제품 수준은 아직 서양 브랜드에 비해 많이 밀립니다. 사실 기술력은 충분한데 색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색상을 표현하는 것은 하나의 ‘언어’이기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립스틱이 콘텐츠이고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언어로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색상은 콘텐츠이자 언어라는 이상한 화두를 던지고 잠깐 무지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를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렇게 7가지 색깔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는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violet' 이렇게 6개 색상이라고 인식합니다.


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1) 실제 무지개 사진 2) 7색 무지개 이미지 3) 6개 무지개 이미지 4) 3색 무지개 이미지


사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무지개 색깔은 아이작 뉴턴이 7가지 색으로 명명하면서부터입니다. 본래 우리 조상들은 5색 (빨강, 파랑, 노랑, 검점, 흰색) 무지개라고 불렀고 뉴턴 이전의 유럽에서도 5색 (빨간,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무지개라고 불렀습니다. 이슬람권에서는 4색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무지개, 아프리카 부족 중에는 3 색 무지개로 인식하기도 하고 멕시코의 잉카제국의 마야인들도 무지개를 3가지 색상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문화권마다, 언어권마다 표현하는 무지개 색깔이 다르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바라 보아도 문화와 언어에 따라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집니다. 이 때문에 저는 색상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으로 개방성의 척도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남성들은 색상 구분을 잘 하지 못합니다. '아재'들은 파란색이면 파란색이지 '네이비블루', '코발트블루', '스카이블루', '잉크 블루' 이렇게 색상을 구분하고 하면 '미춰'버립니다. 30년 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파란색이든 녹색이든 다 '푸른색'이라고 부르며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립스틱들은 빨강, 분홍 , 갈색 이렇게 3가지 색깔 아닙니까아??                  출처 : 크리스찬 디올 페이지


남자들 눈에는 다 같은 붉은색 립스틱으로 보이는데 '플라워 블로썸', '로즈 하퍼스', '마카담', '몽마르뜨' 이렇게 다르게 이름 붙이면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분명히 같은 색인데 사람 놀리려고 다른 이름 붙인 것이 아니고 뭐라는 말입닉꽈아아아~~


그럼 이 색상 구분과 화장품은 무슨 관계가 있어서 제가 느닷없이 무지개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한국 화장품뿐만 아니라 일본 화장품 회사들 역시 세계 정상의 스킨케어 화장품 기술에 비해서 메이크 업 기술이 한없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잘 나가는 브랜드 립스틱 가져다가 똑같이 만들라고 하면 잘 만들기 때문에 사실 기술 부족이 떨어진다기보다는 색상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저는 그 원인으로 두 국가의 폐쇄성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왼쪽, premium.chosun.com  / 오른쪽, lakeshorelearning.com

 

메이크 업 화장품 선진국인 미국과 프랑스에는 다양한 인종과 수많은 문화권에서 자라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미, 중국, 힌두 문화권, 이슬람 문화권, 유교 문화권 등등 지역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한 언어권에서 온 사람들과 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어울리다 보니 사고방식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유럽과 북미 사람들은 구분할 수 있는 색상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일민족도 아니면서 단일민족이라 주창하는 일본과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폐쇄적입니다. 특히 매뉴얼 시스템 사회의 일본 사람들은 일하는 데 있어 계획적이고 꼼꼼한 반면 융통성이 없고 돌발 변수에 대응도 잘 못합니다. 한 때에는 전 세계의 일본 망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이지만 이제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색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국은 일본보다는 콘텐츠 면에서 앞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애니메이션 선진국인 미국의 하도급을 도맡아 하는 곳이 한국입니다. 우리가 미국 애니메이션 그림을 다 그리고 있고 투자만 충분히 해준다면 우리도 세계적인 수준의 애니메이션 대작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잔뜩 투자해서 만들었습니다. 결론은 대실패였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기술과 신발을 만드는 기술은 최고이지만 결과가 아쉬운 이유는 콘텐츠의 부족 때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 즉 콘텐츠가 부족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세계적인 운동화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하청 업체 대부분은 한국 기업들입니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들의 하청 업체 대부분 역시 한국 기업들입니다. 기술은 충분히 갖추었는데 왜 우리나라 기업 중에 세계적인 운동화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를 성공시키지  못할까요?


바로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을 끝내기 전에 다시 립스틱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대체적으로 여성들은 집에 10만 원짜리 스킨, 로션이 절반쯤 남아있는데 선물로 20만 원짜리 스킨, 로션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고 해서 기존에 쓰던 것을 버리고 새것을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집에 립스틱이 100개나 있어도 정말 예쁜 립스틱 색상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구매하고 바르고 다닙니다.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여성에게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감정을 나타내 주기도 하는 언어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자분들 중에 지금까지 제 글을 얼마나 이해하셨는지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출처 :  http://c.hani.co.kr/story/2320653


T여성 분들이 옷이 한가득인 옷장을 닫으면서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아직 이해하실 수 없다면 지금까지 제가 썼던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게임을 잔뜩 쌓아 놓고 할 게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시길...



* P.S 1 : 한국 메이크 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면 인도,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등 다양한 언어권과 문화권 사람들로 이루어진 color 개발 센터를 열어서 간섭하지 말고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고 각국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등의 별 소득 없어 봉는 장기 투자를 하면 투자비를 회수하고도 남을 대박 립스틱 하나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S 2 : 이번 글은 제가 정리를 잘못한 거 같은 아쉬움이 남네요. 고수님이 나타나셔서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네요 ㅠㅠ


타이틀 이미지 출처 : https://secretlanguageofcol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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