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내는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역시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인지, 아내와 저희 가족은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게 되네요. 아내는 2024년 3월에 갑작스레 자가면역뇌염/길랭-바레증후군(지금까지도 정확한 병명이나 원인은 알지 못합니다.)을 앓게 되면서 저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잘 달리고 있던 열차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면서 완전히 고꾸라졌죠. 처음 들어보는 신경과적인 질환에 무척 당황했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가족의 삶이 이토록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처음에 아내가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때, 만약에 깨어나게 되면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유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글이 점점 길어지고 형식이라는 것을 띄기 시작하더니 에세이 형식의 장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분명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의 명문은 아닙니다. 주위 사람들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차마 묻지 못하는 경험도 더러 하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보여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상 살면서 이런 일을 겪었다는 기록을 어딘가에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에게나 벌어질 수 있지만 저에게는 잔인하게도 특별했던 경험과 그를 통해 느낀 점들에 대해 쓰면서 많은 분들에게 공감과 유사한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약간의 위로도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연재를 해보려고 합니다.
미리 알려드리면, 다른 분들의 케이스와 비교해 봤을 때 아내의 회복 정도는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발병했을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매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유사 질환을 앓은 분들의 후기를 보면 몇 달씩 중환자실에 계신 경우도 많고,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새드엔딩도 아니니 너무 가슴 졸이면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정성껏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주 2~3회 연재가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