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는 손하나 까닥하지 않는,
아마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게으른 그녀가
오늘은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다.
-사먹을까?
-고기나 구워먹을까?
직접 저녁을 안해줘도 괜찮다고 말하는
내 모든 거절을 거절한채.
비장한 얼굴로
잔뜩 긴장한 어깨로
절대 가까이에 오지 말라고 손사래도 친다.
30분쯤 지났을까
뿌듯한 표정으로
조금은 서툰 요리을 내미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그녀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는 나보다,
밥상을 차려전 그녀가 더 행복할거라고.
내게 노력과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그녀가 내게 가지는 마음이 더 커졌을거라고.
주다
우리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무엇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선물을 준다거나
마음을 표시한다거나,
시간을 낸다거나,
내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내어주면서.
받는다
하지만 의외로
누군가와 진짜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받아야 한다.
기껏 표시해준 성의를 받는다
일부러 해준 고맙다는 말을 받는다
내어준 시간을 받는다
보여주는 마음을 받는다
받는다는 행동은
그것들을 내어준 사람들이 느끼는 친밀감을 키운다.
받음으로써, 오히려 나는 그들과 가까워진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받는 것에 대한 철벽을 내려놓자
미안해서, 부담스러워서, 피하지 말고
그 사람이 내어준 것을 기꺼이 받자.
아마 나보다 그 사람이 더 행복할테니깐.
분명 그 사람과 더 가까워질테니깐
by.쏘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