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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May 27. 2018

특별하게 사는 법

어렸을 때 브랜드 미용실에 가면 괜히 마음이 두근거렸다. 얼마 안되는 용돈을 초과할까봐 상담 받을 때부터 긴장했다. 처음 받아보는 서비스와 럭셔리한 시설에 감탄했다. 머리가 끝나고 미용실 문을 나서면, 연신 설레는 마음으로 셀카를 찍곤 했다.


요즘은 익숙한 듯이 브랜드 미용실을 드나든다. 정기적으로 예약을 잡고, 가격은 묻지도 않고 머리를 시작한다.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받아봤으며, 가끔 졸기도 한다. 3개월에 한번쯤 미용실에 가는건 하나의 일이다.



처음 KTX를 타던 날, 들떠서 잠을 설쳤다. 두 시간 반만에 서울을 갈 수 있는 것은 혁명이었고, KTX자체가 신문물이었다. 처음 밟아보는 서울땅, 처음 타보는 기차, 처음 보는 풍경, 모든 것이 즐겁고 새로웠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KTX를 탄지 12년째, 요즘은 지하철처럼 기차를 탄다. 익숙한듯이 기차에 오르고, 어느 자리에 앉아야 좀 더 타고 내릴때 편한지 훤히 알고 있다. 처음 탔을때는 짧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요즘은 지루하기만 하다. 더 빠른 고속철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덜 지루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시시한 생각들을 하다가 기차에서 내린다.



아이들은 세상 모든 일에 까르르 웃는다.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풍경, 사람,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호기심에 질문을 한다.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순수하고 행복해보이는 건, 새롭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른들은 아이들보다 성숙하지만 권태롭다. 먹어본 음식이 안 먹어본 음식보다 많고, 여행도 가볼만큼 가봤다. 설레는 데이트도, 눈물 나는 이별도, 가슴 설레는 첫 사랑도 언젠가 봤던 드라마처럼 반복될 뿐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서 행복이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은 내게 주어진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출근길에 스타벅스 커피를 당연하게 사먹고, 브랜드 미용실을 드나들고, 아무렇지 않게 외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회사였는데, 일하기 싫어하고 권태로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사랑도, 연애도, 이별도 뻔한 감정이라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권태로운 생각이 들 때, 더 행복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다시 돌아본다.


백수일 때의 내가 바쁜 출근 길을 얼마나 원했었는지,

친구들에게 밥 살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좋은지,

지금의 날씨, 스쳐지나가는 풍경, 냄새, 사람,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누구나 특별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특별한 일에 특별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소소한 일에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특별한 삶이다.


사소한 일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고 싶다.

해본 일, 아는 일, 익숙한 일,

자칫 권태로운 모든 일들을 감사히 여기며 살고 싶다.



by.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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