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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Feb 24. 2017

#. 엄마가 암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엄마와 홍콩여행을 갔을때였다.
원피스를 잔뜩 챙겨온 엄마가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자식 셋 키운다고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떠나보지 못한 엄마가 딸내미 취직해서 이제야 누려보는 날이었다.

그렇게 좋은 날, 홍콩 영화의 거리를 걸으면서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았다.

이 순간이 또다시 찾아오지 못할 수 있다.

어쩌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엄마랑 손잡고 여행하는 날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면 다시 일상이 시작될테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보면 이렇게 둘이 여행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그만큼 그 순간이 소중했다.
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오후 네시쯤, 동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언니, 어떻게..
 엄마 오늘 건강검진했는데, 암일수도 있대."

순간 마음이 철렁한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아니면 등골이 서늘하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그동안 위가 아프다며 야위어가던 엄마가 이제야 떠올랐다. 후회는 한 발 뒤늦게 온다. 그리고 진정이 되자, 홍콩에서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앞으로 엄마에게 더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주자 다짐했던 그날이.

2주 후에 나올  조직검사결과에 제발 아무일도 없길. 약한 사람을 너무 아껴주고 사랑하던 엄마의 삶에 아픔이 없길. 내가 엄마에게 더 잘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주어지길.

간절한 밤이다.


by.쏘블리


엄마랑 다시 여행하는 그 날이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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