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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Mar 29. 2017

#. 시련은 일상을 소중하게 만든다.

엄마가 위암을 진단을 받은지도 한달이 다되어간다.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복막전이를 발견하고 수술을 못하고 나오는 상황도 겪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울 병원을 찾아다니고, 수많은 고민 끝에 1차 항암까지 받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위태로운 시간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일이 있다.

#1.
나는 가족들에게 무심한 딸이었다.
마음이 무심한게 아니라 행동이 무심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전화통화는 할까말까,
매달 드리는 용돈도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떠나온 10년동안 나 하나 챙기기 급급하게 살았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고 난 후 가족과 더 가까워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연락을 하고
매일매일 영상통화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
엄마에게 그동안 못했다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할 시간이 주어졌고,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살아간다. 가끔은 티격태격하고, 가끔은 앞만 보면 살던 우리 가족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할 시간이 주어져 감사하다.

#2.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내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 것,
외식을 할 수 있는 것,
빵과 음료를 먹을 수 있는 것,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
아직 건강한 것.

우리 엄마에게 이 모든 것이 간절한 소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만 괜찮은 것이 늘 미안하다. 내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 그토록 소중하다.  내가 그동안 바랬던 모든 것들이 사치라고 느껴질만큼.

겨울이 지나야 꽃이 핀다.
어려움을 반드시 무언가를 깨닫게 한다.
비록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우리 가족은 그렇게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다.

by.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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