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눈 감고 있는 시간 > 눈 뜨고 있는 시간

세상에 소도 이렇게는 안 잘 거야.

by 이너브

추석이 지나고 길었던 연휴가 끝나간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이다.

본가에 갔던 동생도 이 집에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난 동생을 별로 보지 못했다.

동생은 일을 다니고 있고, 나는 잠에 빠져있어서 서로 얼굴 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오늘 나의 일과를 이야기해볼까.

나는 오늘 8시 즈음 일어났다. 어제 1시 30분쯤 잤으니 6시간 30분 정도 잔셈이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눈 뜨자마자 거실에 나와 물을 한 컵 마시고 거실에 잠깐 앉아 있다가 눕고 싶어 져서 다시 내 방으로 가서 누웠다.

정정을 해야 하나.

누웠던 거 같다-로.

기억이 잘 안 난다.


기억이 없는 거 보면 다시 방에 가서 잤을 확률이 크다.

다시 깼을 때에는 오후 2시가 넘어갔던 거 같다.

내가 생각했던 하루는 또 시작부터 일그러진 셈이다.

휴일 나의 이상적인 일과는 점심(오전 11시~12시)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더 자지 않고 할 일을 하는 것이니까.


이미 점심때를 놓쳤으니 더 뭉그적거리다 3시가 넘어서 다시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고민을 했다.

점심을 그래도 좀 챙겨 먹어야 하나, 아님 대충 씻어놓은 포도나 주워 먹다가 동생이 오면 저녁을 같이 먹을까.

포도를 몇 알 주워 먹으며 생각하다가, 그냥 점저(점심 겸 저녁)를 먹기로 했다.


두 끼를 한 끼로 퉁 치는 것이니까 제대로 먹자 싶어서 국수를 끓였다.

어묵, 만두, 고춧가루 약간과 다진 마늘(근데 다진 마늘이 없어서 오늘은 넣지 못했다)로 맛을 낸 국수다.

저기에 면까지 더해지면 양이 많아져 조금만 면을 넣어도 배가 부르다.

원팬 요리이기 때문에 설거지도 적어서 좋다.


식사와 뒷정리가 끝나니까 4시쯤이 되었던 거 같다.

어쨌든 첫끼를 먹었으니, 정신과 점심 약을 먹었다.

점심에 복용하는 약은 현재 2알인데, 기분 탓인지 점심약을 먹으면 졸리다.

이때부터 다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생한테 카톡이 왔다. 저녁 뭐 먹을 거냐고.

난 안 먹을 거라고 했다.

동생이 왜냐고 물었지만

난 읽기만 하고, 답장은 하지 못했다.

너무 졸려서 답장도 귀찮았으니까.


나는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하고 거실의 동생 침대에서 잠들었다.

눈을 뜨니까 시간은 안 봐서 모르겠고, 동생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내가 안 먹는다고 카톡을 남겼으니 나를 깨우지 않고 저녁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동생은 5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 도착하고,

어두운 집에 불을 켜고, (하필 오늘은 또 날이 흐려서 더 어두웠을 것이다)

샤워를 하고,

어제 내가 끓인 된장찌개로 밥을 먹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난 밥 먹는 동생을 뒤로하고 다시 조용하고 어두운 내방으로 가 잠을 잤다.

잠에 빨려 들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그리고는 이상한 꿈을 꾸며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

꿈 내용은 내가 속한 동아리(?)에서 공연을 하는데 공연 전날까지 아무런 회의가 없는 상태로 다들 사라져서 나만 동동거리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이상한 꿈이라고 앞서 이야기한 것은, 나체인 몸에 바디페인팅을 한 상태로 댄스 공연을 하는 동아리였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도 기괴하다.


다시 눈 떴을 때는 저녁 8시 즈음인 거 같다.

내가 오늘 처음 눈 뜬 게 아침 8시였으니 하루 종일 먹고 잔 게 끝인 셈이다.

동생은 그새 엄마와 통화를 했는지,

엄마가 너무 많이 자면 치매 온대.

라고 했다.



한 달 반 정도 나는 수면 문제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자야 할 때 자기 싫어서 취침 전 약을 먹지 않고 SNS를 계속 들여다본다던가,

깨어 있어야 할 때 자꾸 졸리다던가,

이 때문에 약을 추가했다가 뺐다가 난리도 아니다.

덕분에 병원 방문 주기가 일주일로 짧아졌다.

약물 복용 후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추석 연휴 동안에는 동생이 집에 없어서 그나마 생활 패턴이 좀 괜찮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잠이 오는 것은 회피기전인 것일까.

잘 모르겠다.


너무 자.

자도 자도 너무 자.

세상에 소도 이렇게는 안 잘 거야.

잘 시간도 아닌데 이상한 꿈까지 꿔가며 뭐 하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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