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적인 감정을 나열해 보면 결국
유럽의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차가웠다. 다행히도 겉옷을 챙겨 나갔으나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추운 탓에 겉옷을 입고 벗고를 반복하자니 우화 속 나그네가 된 것 같았다. 마치 태양과 바람이 나를 두고 대결이라도 하는 듯, 이야기 속으로 뚝 떨어진 것 같았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오늘 패션 무드에 맞지 않은 따뜻해 보이는 스카프를 집었다. 난 직원에게 뚝딱거리는 인사말을 하고는 쑥스럽게 웃었다. 친절한 금발의 그녀는 내게 뭐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못 알아들어 그냥 미소 지었다. 뭐, 고맙다느니, 좋은 하루 보내라느니 등의 좋은 말이었을 테다. 계산하고 나와서 바로 스카프를 차가워진 목에 둘렀다. 오늘의 나그네는 패션센스는 꽝이었을 거다.
그늘로 걸으면 추워지고 햇빛으로 가면 더워지는 이곳은 양면성을 지녔다.
뜨거움과 차가움. 친절과 무시. 아름다움과 담배연기. 즐거움과 피곤함. 사랑과 실망. 환상과 현실.
유럽은 어딜 가나 담배냄새가 코를 찔러 눈을 찌푸리게 된다.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고 감동하고 나서 곧바로 담배냄새가 나다니. 역설적이라 생각하며 숨을 훕 참고 빠르게 지나갔다.
참았던 숨을 후우 내쉬며 생각했다. 들숨과 날숨을 하나의 호흡이라 부르듯 반대되는 단어들은 하나로 뭉쳐있다는 게 떠올랐다. 유럽에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단지 익숙하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익숙해서 몰랐지만 내가 속한 한국에서도 늘 그래왔다.
기대와 좌절. 행복과 불안. 긍정과 냉소. 도전적임과 안정적임. 소속감과 자유로움.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 자신과 타인. 설렘과 걱정. 청춘과 사회. 여유와 조급함.
내 안에서 양면성을 가진 것들이 항상 세트를 이뤘던 게 떠올라 웃었다. 그늘로 가면 춥고 햇빛으로 가면 따뜻한 게 당연한 말인데, 그늘에서 따뜻하기를 바라고 햇빛에서는 시원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행복하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행복을 바라는 내 마음이 떠올라 스카프를 괜스레 매만졌다.
나그네야, 행복할 때 행복해만 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