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서 좋은 느림보
몰타 바다를 보니 생각나는 사람, 언젠가 느릿느릿 거북이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노을빛 안경알을 쓴 사람이었다. 내가 그를 기억하는 건 당시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에서 늘 같은 시간에 같은 메뉴를 시켜서였다. 가끔은 벽돌색 립스틱을 바르기도 해 직원들은 수군거렸지만 난 저 거북이의 등껍질이 멋지다 생각했다.
딸랑-
언제나 그는 출입문을 열어 거침없고 카운터로 와 주문을 했다.
“퀘사디아 세트, 마일드, 프라이, 사워크림 추가. “
‘역시! 오늘도 같은 메뉴였어!’ 반가웠지만 속으로 외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주문을 받고는 했다. 질리지도 않는지 늘 같은 구성으로 먹는다.
희한한 패션을 하고, 자신이 꽂힌 메뉴 한 가지만 찾는 모습은 느릿한 거북이를 보는 듯하다.
트렌드나 주변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바다 물살이 세면 그저 힘을 빼고 유유히 떠다닐듯한 거북이.
바다가 얼마나 큰지는 중요하지 않아, 헤엄을 치고 있다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괜찮은 느림보.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모험하는 몰타의 거북이.
일을 그만두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사람은 그 메뉴를 그리워할까 궁금하다. 여전히 그 등껍질은 멋지게 빛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