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주는 순수의 세계
두 아이를 키우는 요즘.
4학년인 첫째 딸은 바르고, 착하고, 학원도 많이 안 다니지만 학교서 모범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쁜 아이다. 나름 주어진 것들은 집중해서 잘 처리하며 지내는 듯 하니 이거면 최고 아닌가! 사춘기가 거의 다온 듯 하지만, 딸과의 대화는 그래도 이어진다. 대화 주제는 학교, 친구, 공부, 스포츠 정도로 상당히 현실적인 것으로 한정되어버렸다. 이제는 내 개그를 안받아주어 서운하지만!
반면 1학년인 둘째 아들은 천천히 크다보니 큰 기대갖지 않고, 학교서 무탈하게 커가기만을 바라며 애비로써 가이드하고 있다. 누나 덕에 조금 이르게 유튜브 영상과 귀신, 좀비 호러물을 접해서인지, 아들이란 유전자 특성인지 말이 좀 거친가 싶을 때가 있어 잔소리 시전하지만 여전히 어리고 귀엽다.
둘째는 사랑이라 했던가.
어느 날, 집에 몇 일내내 1마리씩 가을 모기가 침투한 적이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밖에서 귀가할 때 따라 들어왔나 싶었는데, 모기에 물리면 엄청 부어버리는 애들 특성 상 초 예민모드로 변신하였다. 전자모기채를 들고 모기와 사투를 벌였으나, 찰나의방심으로 놓쳤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오늘 잠 다 잤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 후 잠자리에 들 시간. 안방과 작은방 손잡이에 어느 순간부터 잠자리 피규어가 다소곳이 놓여있었다. 아마, 아들이 샀던 곤충책 속 부록으로 있던 피규어들이었다.
"잠자리가 모기를 엄청 잘 먹는데! 저 잠자리들이 아빠, 엄마를 지켜줄꺼야." 라고 이야기하는 아들. 에그박사인지 정브르 인지 자주 보던 영상에서 득했을 것 같은 아는 지식 대 방출.
어머! 쏘 큐트!
첫째는 3학년이 되고서부터 이런 앙증맞고 귀여운 멘트를 해준 기억이 없었는데! 잊고있던 애비 안의 순수한 감정들이 마구 솟아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이 순수한 느낌, 감정이 뭐지? 동심일까? 그 동안 아이들이 즐기는 책, 대화, 게임 등을 아빠도 해보며 큰 재미를 느낄 때 '동심을 잃지않은 젊은 아빠'라생각을 했다. "나도 아직 이런 거 좋아해! 나이들고 일하느라 바빠서 안했던 거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신기하게 아이가 놓은 잠자리가 계속 생각이 났다. 동심(童心)은 단어 뜻 대로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인 것인데, 어린시절 즐겨했던 행동이나 기호에 한정하고 있던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착해야하고, 남을 배려해야하고, 각 종 법규를 지켜야하는 등 당연하지만 때론 각자도생의 시대 속 당연 할 필요가 없어져가는 듯 한 요즘. 아이에겐 여러 잔소리를 남발하면서 당연함들이 주는 고귀한 가치들을 잊어버려가는 나.
순수한 아이 속에 있는 동심을 느끼며 아이와 함께 아빠도 성장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행복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