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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30. 2024

6-1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니라 일과 삶의 일치로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Q. 조직이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챙긴다는 것은?


이슈/프로젝트 트래킹 솔루션 JIRA로 가장 유명한 Atlassian에는 Team Anywhere Lab이라는 팀이 있다. 이 조직은 물리적으로 분산된 구성원들끼리 효율적으로 협업하는데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Atlassian이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온라인 협업을 위한 도구이다 보니, 본인들부터 먼저 온라인으로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솔선수범하고 증명하려는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2020년부터 Atlassian은 모든 직원이 일하고 싶은 장소와 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1,000일이 지난 2024년 그 결과를 Team Anywhere Lab에서 공유했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근무 여부가 지속적으로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퇴근 시간만 인당 평균 1년에 240시간을 아낀 것은 물론, 제도 도입 전과 비교해 입사 지원율은 2배, 합격 후 오퍼 수락률은 20% 증가했다. 92%의 직원이 이 제도 덕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91%가 Atlassian에 계속 근무하는 이유 중 중요한 부분으로 이 제도를 꼽았다. 


여기서의 핵심은 선택권이었다. 주체적으로 내가 선호하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은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낮은 퇴사율과 높은 생산성을 보인 것이다.


무한도전 짤 - 선택권 없는 현대 노비, 직장인


대부분의 직장인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개인 시간보다는 업무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최소 2배 이상 많다. 주4일제로 바뀌어도 포괄임금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 비율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아침저녁이나 주말에 신나게 놀거나 여유 있게 쉰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많은 업무시간을 건강하게, 의미 있게, 보람 있게, 즐겁게 보낼 수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워라밸에서 ‘라이프’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것의 대부분이 사실 지속되는 행복이 아닌 유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 데이트, 보복소비, 맛집기행, 콘서트… 열흘동안 몰디브로 휴가를 다녀와도, 업무에 복귀하는 순간 그 효과는 사라지고 오히려 괴리감에 더 괴로워진다. 


휴가 후유증 증상들


마찬가지로 아무리 구내식당 식사가 맛있고, 스낵룸에 좋아하는 과자가 쌓여있고, 세탁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사지사가 상주한다 한들, 일하는 시간의 극히 일부일 뿐이고, 괴롭거나 지루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결국 직장/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시간에 만족감, 의미, 보람, 즐거움, 행복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책에서 제안한 것처럼 능동적으로 나다운 커리어를 설계하고, 탐색하고, 직접 만들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9년에 예측했던 트렌드가 지금은 더 가속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에게 해당되진 않는다.


따라서 개인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보다 조직이 개인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현실적으로 더 크고, Win-Win으로 조직도 얻어가는 부분이 크다. 불행한 좀비들만 남기를 바라지 않는 조직이라면, 구성원들이 일과 삶을 일치까지는 아니어도 최대한 정렬시키고, 교집합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각 구성원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나답게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그래서 일을 하는 시간도 개인적인 성장과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관찰하고, 대화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코칭, 피드백, 1:1 대화를 리더라면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Atlassian에서의 사례에서 봤듯, 사람들은 스스로 한 선택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더 큰 만족을 느낀다. 기본적인 틀과 안전장치는 제공하되, 조직 내 커리어 패스는 물론 일상적인 업무 환경이나 방식에서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만들어줄 때 구성원들은 매일 하는 일이 나의 일, 나의 삶이라고 느낄 것이다. 


2024년 3월 29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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