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창업해도 되나요?
NYT - Tim Cook & Morris Chang
Life begins at 40. 요즘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는 내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던 것들을 무작정 좇아 다니거나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아주 조금은 더 차분하게 관찰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공과 실패는 우연과 확률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의지나 의도가 얼마나 반영된 결정과 행동들의 결과물인지 생각해 보면,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반면 요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할 힘이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55세에 창업해서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를 창업한 사람이 있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Morris Chang이다. TSMC는 Apple, AMD, ARM, NVIDIA, Qualcomm, Broadcom 등의 고객을 위해 컴퓨터칩을 생산하는 회사로, 삼성의 가장 큰 라이벌이기도 하다.
Chang은 자신이 더 일찍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칩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 비즈니스 모델은 TSMC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Texas Instrument와 General Instrument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모델을 생각할 수 있는 통찰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미국경제협회에서 2020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4년 사이 미국에서 창업한 270만 명의 창업자들의 평균 나이는 41.9세, 초고속 성장 중인 회사들의 경우 45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50대 창업가는 30대 창업가에 비해 성공확률은 두 배 높았고, 가장 낮은 것은 20대 초반의 창업가였다고 한다.
과학이나 기술 영역에서의 혁신은 젊은이들이 주도하지만, 비즈니스의 경우 기업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업 안에서 일해본 경험과 통찰이 중요할 수 있다고 MIT Sloan Pierre Azoulay 교수는 주장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창업붐이 일고 있다. 나라 전체가 실리콘 밸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이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도 중년이 창업에 도전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프랜차이즈 치킨이나 커피숍 창업하실 나이가 아닌가요?”). 젊을 때 창업했다 잘 안 되더라도, 취업해서 직장생활 하다가 다시 창업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배민 창업자 김봉진 님이 그랬듯).
지식과 기술은 금방 낡은 것이 되지만, 시대가 바뀐다고 한 인간의 경험, 연륜, 통찰이 꼭 쓸모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4년 4월 1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