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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Apr 01. 2024

인생은 마흔부터

중년에 창업해도 되나요?

NYT - Tim Cook & Morris Chang


Life begins at 40. 요즘 정말로 그런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는 내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던 것들을 무작정 좇아 다니거나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아주 조금은 더 차분하게 관찰하고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공과 실패는 우연과 확률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노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의지나 의도가 얼마나 반영된 결정과 행동들의 결과물인지 생각해 보면,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반면 요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할 힘이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난 마흔이 아니라, 22년의 경험을 가진 18살이다


55세에 창업해서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회사 중 하나를 창업한 사람이 있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Morris Chang이다. TSMC는 Apple, AMD, ARM, NVIDIA, Qualcomm, Broadcom 등의 고객을 위해 컴퓨터칩을 생산하는 회사로, 삼성의 가장 큰 라이벌이기도 하다.


Chang은 자신이 더 일찍 창업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칩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 비즈니스 모델은 TSMC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Texas Instrument와 General Instrument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모델을 생각할 수 있는 통찰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Wall Street Journal, Morris Chang


미국경제협회에서 2020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4년 사이 미국에서 창업한 270만 명의 창업자들의 평균 나이는 41.9세, 초고속 성장 중인 회사들의 경우 45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50대 창업가는 30대 창업가에 비해 성공확률은 두 배 높았고, 가장 낮은 것은 20대 초반의 창업가였다고 한다.


과학이나 기술 영역에서의 혁신은 젊은이들이 주도하지만, 비즈니스의 경우 기업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업 안에서 일해본 경험과 통찰이 중요할 수 있다고 MIT Sloan Pierre Azoulay 교수는 주장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창업붐이 일고 있다. 나라 전체가 실리콘 밸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이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도 중년이 창업에 도전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제 프랜차이즈 치킨이나 커피숍 창업하실 나이가 아닌가요?”). 젊을 때 창업했다 잘 안 되더라도, 취업해서 직장생활 하다가 다시 창업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배민 창업자 김봉진 님이 그랬듯).


지식과 기술은 금방 낡은 것이 되지만, 시대가 바뀐다고 한 인간의 경험, 연륜, 통찰이 꼭 쓸모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24년 4월 1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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