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에게 다 떠먹여 주는 소통법
2007년 1월 9일, 첫 iPhone 발표. AP photos.
McKinsey 컨설턴트처럼 조리 있게 보고하고 싶은가? Steve Jobs처럼 발표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처럼 결론부터 말하는 두괄식으로 말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한 순서/흐름에 따라 미괄식으로 말한다. 때문에 청자는 결론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상태에서 혼란스럽거나, 관심을 잃거나, 오해한 상태에서 듣게 된다.
반면 결론과 맥락부터 제공하는 두괄식은 청자를 나와 동일한 관점으로 동기화시킨 후 효과적으로 근거를 제시하며 일관된 논리로 설득해 나간다.
Jobs의 최고 제품 소개 중 하나로 꼽히는 2007년 첫 아이폰 발표를 보자. 그는 여기서 McKinsey 컨설턴트 Barbara Minto가 개발한 결론 - 주장 - 근거 구조의 Minto Pyramid 원리와 동일한 구조로 '애플은 세상을 바꿔놓는 회사'라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합니다’가 아니라, ‘애플은 과거에도, 오늘도, 앞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회사입니다’가 이 발표의 핵심이자, 아직까지도 최고의 제품발표로 칭송받는 배경이다.
첫 번째 주장 - 1984년 출시한 매킨토시 컴퓨터가 세상을 바꿔놓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보급된 매킨토시를 사용하며 자랐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학교에 진학해 스스로 맥을 구매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맥을 쓰고 아이패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특히 스타트업에는 맥 사용자가 정말 많다). 미국인들에게 근거가 따로 필요 없는 주장이라 Jobs도 빨리 넘어간다.
두 번째 주장 - 2001년 출시한 아이팟이 세상을 바꿔놓았다. 마찬가지로 뒷받침할 근거 제시 없이도 2007년 시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기에 Jobs는 또 다음 주장으로 넘어간다.
세 번째 주장 - 2007년 아이폰은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애플이 왜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지에 대한 세 번째 이야기이다.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살펴보자.
첫째 근거, 물리적 편의.
이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듣기 위한 아이팟과, 전화만 되는 전화기를 주로 들고 다녔고, 업무적으로 인터넷 페이지를 열람해야 하는 경우 노트북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최소 2-3개의 기기를 들고 다녀야 했던 것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아이폰은 하나만 들고 다니면 되게 해 줬다.
둘째 근거, UI 편의.
기존 스마트폰들이 채택한 면적의 반 가까이 잡아먹는 물리 키보드 대신 앞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만들어 화면 면적을 최대화하고, 불편한 스타일러스 대신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간편하게 터치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멀티터치까지! (지금은 별 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처음 적용된 기술로, 애플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셋째 근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최적화.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기기에서 보는 인터넷 페이지들은 PC버전에 비해 제한적이고 가독성이 형편없었다.
반면 아이폰은 최초로 PC와 동일한 방식으로 페이지를 로딩, 인터렉션도 가능하게 했다 (컴퓨터와 같은 Mac OSX를 기반으로 아이폰의 iOS도 만듦 - 당시 최초/유일)
스티브 잡스가 자주 쓰던 표현처럼, boom, boom, boom! 결론과 주장을 먼저 말한 후 근거 3개를 언급하는 구조를 반복하며 이후 키노트를 이어 나간다.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려면 스피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기획력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 글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하고, 반대도 성립한다.
그래서 Minto Pyramid를 만든 Barbara Minto도 말했다.
"Complete your thinking before you write".
2024년 4월 3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