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전에 나는 그럴 능력이 되는가???
사진 출처: 카눈 사이트
평소처럼 뉴스를 읽는데 낯익은 모교 정문 사진이 보였다. 내가 졸업한 대학 학비가 1억($65,40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기숙사, 보험, 활동비, 밀플랜 등 입학 시 지불해야 하는 최소한의 등록금은 $87,644, 한화로 1.2억 정도 된단다.
물론 여기에 교통비, 외식비, 기타 비용까지 보태면 실제 비용은 더 올라간다. 열심히 해서 4년 안에 졸업한다고 해도(미국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렵다고들 한다), 5-6억 가까이 드는 셈이다. 대학에 안 갔으면 부모님이 페라리 한 대 사셨겠다고 농담하곤 했다. 이제는 롤스로이스 한 대 값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 많은 미국 학생들이 그렇듯 장학금도 받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지방 아파트 한 채 금액은 들어간다. 대체 난 어떻게 대학교에 다닐 수 있었던 것인가… 새삼 부모님께 감사하고 죄송해진다. 그리고 과연 우리 아이들을 내가 나온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고등학교도 사립…).
숨이 턱턱 막히는 숫자들이다. 그래서인지, 미국 대학생 4명 중 1명이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거나 교육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는 통계가 최근 발표되었다. 지금 당장 비용이 부담되는 것과 더불어, 그만큼의 ROI가 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Fortune의 최근 기사에 의하면 Best 100 company 목록에 오른 회사일수록 출신 대학, 경력,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대신 AI를 활용하여 직원의 aptitude(적성)과 skill(역량)에 초점을 두고 포지션을 매칭하여 채용 및 승진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Google의 경우 entry-level 포지션은 자체 인증프로그램을 통과하면 4년제 학위와 동일한 취급을 해주고 있다. Apple, IBM, Meta, Amazon, Microsoft, Netflix, Tesla 등 대부분의 잘 나가는 회사들이 4년제 학위가 필요 없는 포지션들을 채용하고 있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입사 후 직원이 희망하면 전액장학금을 지원해 대학에 보내주기도 한다.
23년 10월 Harvard Business Review “Reskilling in the Age of AI” 글에서 앞으로는 현재 역량의 수준이나 깊이를 더하며 전문성을 높이는 upskilling보다, 기존 보유 역량과는 다른 새로운 역량을 습득하는 reskilling이 직원은 물론 리더에게도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AI를 활용하는 역량도 포함).
지금 갖고 있는 skill(역량)도 요즘 추세로는 대부분 5년이면 무용지물이 되고, 기술분야에서는 그보다 더 짧은 2.5년 내에 효용성을 잃는다고 저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이미 이전에도 그랬지만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은 졸업과 동시에 그 깊이나 수준은 물론 시의성에서도 더 빨리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캠퍼스에서 전문가가 전달하는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스스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사람들이 AI시대에서는 더 생존력 강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대학 4년은 현실을 마주하는 것을 4년 유보해 주는 온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과보호는 아닐까?
원래부터 우리 아이들은 공부 못해도 괜찮고 본인들 원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 인생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근데 등록금이 급상승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괜히 여우와 신포도처럼 대학에 안 보내도 괜찮은 이유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24년 4월 4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