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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25. 2022

책, <첫 6년의 뇌>

부모 됨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전에  글인데 이제 올린다. 계절의 여왕 5월에는   곳도 많고, 집에 놀러 오는 손님도 평소보다 많고(이건  좋다. 집순이에게는 집으로 놀러  주는 분들만큼 고마운 없다.), 챙겨야  일들도 많다. 정신 차려보니 오월이 어느새 일주일 남았다.


  육아서들을 읽다 보니 아이의 '뇌'에 대한 관심도 저절로 생겼다. 공부라는 게 그렇지 않나, 뭐 하나 재밌어서 보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한 게 생겨서 점점 확장되어 가는. 특히 육아서 중에서도 의사들이 쓴 책에는 뇌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기 때문에, '뇌'라는 키워드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육아서 중 읽어볼 만한 것들을 몇 권 찾았다. 아직 다 읽진 못했고, 그중 먼저 아래의 세 권을 완독 했다.

<첫 6년의 뇌>, 알바로 빌바오 지음, 남진희 옮김, 2019, 천문장

<첫 6년의 뇌>는 스페인의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심리학자가 쓴 책이고 뇌 가소성 전문가이다. <아직도 내 아이를 모른다>의 저자는 UCLA 정신의학과 임상교수로 소아정신과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두뇌 성장과 심리 및 행동 기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음식이 아이 두뇌를 변화시킨다>(이쿠타 사토시)의 저자는 약학박사이자 뇌 교육학자로 과학적 근거와 사례를 들어 아이의 뇌에 음식이 얼마나 어떻게 중요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오늘은 그중 두 번째로 읽었던 <첫 6년의 뇌>에 대한 이야기다.


책 <첫 6년의 뇌>의 첫 번째 꼭지 <아이는 나무 같은 존재다>에서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가장 큰 틀'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


방해하는 것만 없다면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우리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두뇌는 완전하게 발전하여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잘 짜여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믿어주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다시 읽은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박혜란)과도 통하는 대목이다. 이 분은 관련 분야의 이론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감각적으로 지혜로운 방향으로 육아를 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마음이 시류에 흔들릴 때마다 펼쳐 들게 되는데, 중심을 다시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첫 6년의 뇌>는 무엇보다 아이의 '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안심'하게 만들어 준 다음(왜 그러지는를 모르면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니까)에, 이 안심이 주는 차분한 태도를 기반으로 '아이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믿고 기다릴 수 있게' 돕는 책이라고 내 나름대로 정리했다. 아이가 불필요한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아마도 이 책의 목표일 것이다.


특히 "막무가내로 떼쓰기" 꼭지는 실질적으로 아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두 살 즈음에 발달하는 고집스러운 행동이나 주장을 도와주는 뉴런은 행동과 감정을 억제하는 뉴런과 달라서 좌절감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것. 억제 뉴런은 대략 네 살까지는 발달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맘때 아기가 악을 쓰며 우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에 쌓인 에너지를 풀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부모가 이에 화를 내는 것은 아이에게 또 다른 과제가 되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는 흔히들 선비 같다고 하는 남자아이 타입이지만 두 돌 아기의 막무가내로 떼쓰기 시기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마 전 정말로 마트에서 그런 일이 생겼는데, 위의 책 내용(구체적인 단계가 제시되어 있다) 도움이 됐다. 물론 내가 그 순간에 책 내용을 기억해서 실전에 적용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너무 당황해서 그런 생각은 말 그대로 1도 들지 않았지만, 감각적으로 이런 내용이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있고 그래서 무엇보다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의 큰 울음소리가 끼치는 민폐가 싫어 급히 안고 데려 나왔으나 아이의 강성 울음은 쉬이 그치지 않았는데, 너무 더운 날이라 나도 진땀이 뻘뻘 났지만 신기하게도 화는 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아이에게 책에서 말한 대로 왜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했고, 계속 옆에 있었고, 쌓인 에너지를 발산할 시간을 주었다(사실 별다른 수가 없는 게 닦달한다고 빨리 달래지지 않을 게 자명했고 그러면 아무리 밖이라도 민폐 시간만 더 길어질 테니 짧고 굵게 끝내자 제발 제발!ㅠ이라는 마음이 컸다). 더불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사인을 확실하게 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주었다. 결과적으로는 울음이 생각보다 빨리 잦아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몇 번 쌓이니 아이가 내가 뭘 안 된다고 할 때,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면 예전보다 저항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줄었다는 것이지 없다는 게 아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확실히 아이와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제일 편한 건 엄마인 나 자신인 것이다. 하여 적금 쌓는 기분으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아이를 교육하고 성장을 도와줘야 할 시기에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을 하나만 뽑는다면, 주저 없이 "공감"을 선택할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의 정서발달에 '타인의 이해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이미 수많은 연구들이 확인한 사실이며, 공감은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고 좋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매우 가치 있는 도구라고 한다. 책에 나온 "모든 감정은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라는 문장을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다만 두뇌계발의 도구로 공감을 내세울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데 너무나 많은 문제(뜨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

감정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하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이해할 수도 없고, 무엇 때문에 그런 기분을 느끼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은 자기감정이나 정서, 욕구를 정확하게 이해할 능력을 갖추었으며, 지혜롭게 행동할 줄 안다. 이런 사람들은 아이의 감정교육에 분명한 장점이 있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감정의 세계에 대해 깊은 성찰이 선행되었다. (첫 6년의 뇌, p.63)

읽으면서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두 번 그었는데, 엄마인 내가 자기 자신과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건 결국 나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매일의 고군분투와 같은 일들, 즉 엄마인 나의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노력, 성장이 아이의 성장의 선행 조건이라는 것. 지금 내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한 번 더 깨닫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외에도 아이의 기억력(긍정적인 기억과 부정적인 기억들), 주의력, 책 읽기, 건강하게 자기주장을 할 줄 아이가 되기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아주아주 공감하며, 기록에 남기고 싶은 부분은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무료함은 창의력의 어머니다. (..) 아이는 할 일이 없거나 바쁘지 않을 때, 그리고 뇌가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할 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을 통해 모색하기 시작한다. (...) 모든 것을 다 갖춰 무료한 시간이 없는 아이는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마음을 전해 본다. "오늘도 하루 중 텅 빈, 고요한 여백의 시간을 너와 나 모두에게 허용하는 이유란다, 아가야. 그 심심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살다 보니 이제야 알게 됐어. 너는 나에게 값을 따질 수 없는 오직 단 한 사람이기 때문에 진귀한 것을 건저 낸 마음으로 이 시간을 너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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