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 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
아이를 출산한 해(2020년)부터 작성하기 시작한 독서 리스트. 그전까지는 리스트 작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출산한 이후부터는 '독서' 자체가 특별하고 소중한 행위가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의 글(2021년 독서 리스트, 쪽읽기의 나날들)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일단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아이가 잘 때 같이 잠을 잘 것이냐 혼자 책을 읽을 것이냐 등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책을 선택하는 순간에는 그 자체로 책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시간마저도 내가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쪽잠 자듯 쪽읽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선택하는 것도, 그걸 끝까지 읽는 것도 예전과는 의미가 달라졌다.
책의 분야 중 '육아'가 추가되면서 책이 내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육아뿐만 아니라 어떤 책이든 선택하여 읽게 되는 책들마다 내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어쩌면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됐다.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어떤 좋은 것들을 실천하며 습관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내 삶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 방향이 바뀌고 그 변화가 누적되어 갔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이전과는 꽤 많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독서 리스트다. 어느 시기에 나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는지, 그 관심사가 어떻게 확장되어 나가는지, 어떤 것이 방향을 틀고 어떤 것이 꾸준히 지속되는지 등.
작성 첫 해와 둘째 해에는 헐렁하게 작성했다. 교보문고와 쿠팡의 결제내역을 토대로 1차 작성한 후 책장을 보면서 기억을 더듬어 서점에서 구입한 책들을 2차로 보완하는 정도. 그러다 보니 읽은 책을 '다시 읽은 경우'에 대한 정보는 상당수 누락됐다. 사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경우가 꽤 많았고 이것도 자체로 내게 꾸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누락되는 책들이 생긴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하여 올해부터는 정성 한 스푼을 추가하여 작성해 보기로 했었다. 방법은 수시로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것. 일단 책을 구입하고 나면 바로 리스트업을 하고, 다 읽었으면 완독으로 표시한다. 다시 읽은 책들도 다 읽고 나면 그때그때 바로 업데이트를 했다. 이게 많이 귀찮지는 않은 작업이었던 것이 어차피 가계부를 구글 드라이브에 작성하기 때문에 자주 접속해야 하고, 그때마다 독서 리스트도 함께 업데이트하면 되니까 할만한 일이었다. 오히려 기록이 차근차근 쌓이는 게 눈에 보이니 기분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좋은 기분을 안고 2022년 독서 리스트 중간결산이라는 걸 (나 홀로) 해 본다.
- 다시 소설 그리고 시 : 뭐 고작 서너 권 읽어 놓고 다시 소설과 시라니,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2021 독서 리스트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2022년에는 꼭 다시 소설을 읽는 것이 작은 바람이었다.
2월에 읽은 조해진 작가의 장편 소설 <단순한 진심>은 이런 결심을 했던 내게 최적의 처방 같은 책이었다. 최적이었던 첫 번째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강력한 힘이었다. 내가 굳이 집중하려 애쓰지 않아도 몰입하여 끝까지 술술 읽게끔 만들어줬다. 두 번째 이유는 훌륭한 작가들만이 줄 수 있는 말의 맛, 그러니까 훌륭한 문장과 훌륭한 단어를 구사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읽는 재미' 자체를 준다는 점에서 그랬다. 타인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고 이를 통해 나와 주변을 다시 들여다보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시'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참 설렌다. poem, poetry 라니 글자 모양도, 발음도 어여쁘다. 올해는 시집에 다시 손이 닿았다는 것. '유용한 정보'가 아닌 것들로 채워진 지면에 내 눈길을 한참 둔다는 것. 그 자체로 감사하고 참 좋다.
- 육아서 구매 비중 감소 : 육아서 구입 자체도 줄었지만, 시간으로 따져도 육아서를 읽는 시간이 줄었다. 일단 새 책을 읽기보다 기존에 읽은 책을 다시 읽는 비중이 높다 보니 속도가 빨라졌다. 다시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육아서 한 권을 펼치면 대게 특정한 시기만을 다룬다기보다 신생아 시절부터 서너 살 정도라든지, 아니면 청소년기까지도 다룬다. 때문에 아이가 커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확연히 달라진다. 아이가 두 살 때 읽은 책을 아이가 세 살이 되어 다시 보면 예전에 읽을 땐 눈에 들어오지 않던 부분이 눈에 띈다. 이미 알고 있던 부분도 다른 관점에서 읽히기도 하고. 지난 2년간 읽은 책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 않는 한 더 구입하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는 또 어떤 흐름으로 독서를 해 나가게 될지, 어떤 책들이 나를 찾아올지 기대된다. 읽고, 쓰고, 살고, 뒤로 갔다가 앞으로 갔다가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나에게는 소중하고 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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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상반기 독서 리스트(종합)
1월 : 6권
돈의 심리학(완)
할 말은 합니다(완)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완)
믿는 만큼 자란다(재)
초절약 살림법(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재)
2월 : 9권
자유로울 것(재)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완)
작은아씨들(계속)
단순한 진심(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완)
내향 육아(재)
취향 육아(완)
예민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완)
술과 농담(50%)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완)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계속)
왼손은 마음이 아파(완)
3월 : 6권
군대육아(재)
불량육아(재)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완)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완)
유대인 엄마의 힘(재)
우리 아이 왜 그럴까(재)
남편을 위한 기도(시작)
4월 : 7권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하브루타로 교육하라(완)
자녀를 위한 말씀기도(시작)
음식이 아이 두뇌를 변화시킨다(완)
첫 6년의 뇌(완)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재)
아주 보통의 행복(재)
믿는 만큼 자란다(재)
독서에 관하여(진도율 40%)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완)
생각에 관한 생각(진도율 40%)
5월 : 3권
책이 입은 옷(완)
첫 6년의 뇌(재)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 를만든다(재)
생각에 관한 생각(20%)
6월 : 3권
거시기 머시기(완)
필로소피랩(완)
생각에 관한 생각(계속)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