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최적화된, 느낌학적으로 대충 하는 체중관리
어쩌다 찐 독박 육아, 조금 힘든 겨울을 보냈다. 이제 꽃들이 피어오르는 봄이 되었고, 1년 전 목표대로 출산 전 몸무게로 컴백!(*1월 말 기준으로 달성, 현재는 유지 중)
돌 지난 아이를 가정보육(지금은 두 돌이 지났다)하면서 체중 관리를 하는 건 내게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근력은 너무 없이 살만 빼버려서는 곤란하기도 하고, 먹는 게 큰 기쁨 중 하나인 내게 음식을 제재하는 건 육아 스트레스 외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더하는 일이어서 제외. 나름의 목표와 원칙을 러프하게 세워두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실행하여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에게 최적화된 방식은 '목표를 쪼개서 하찮게 만들고', 그 하찮은 시작을 '오늘 당장'하되, 아주 잔챙이 같은 노력들을 '감각적으로 균형을 맞춰, 꾸준하게' 하는 것.
감량해야 할 몸무게는 대략 10kg였으며, 현재 60kg 유지 중이다. 더 감량할 생각은 없다. 미혼 시절 체중인 55kg 정도가 되면 이른바 미용 몸무게가 되어 어떤 옷이든 입기가 아주 수월해진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 정도가 좋다. 나는 몸무게가 빠질 때 얼굴 살도 같이 빠지는데, 얼굴 기준으로 보면 지금 몸무게가 적당하다. 무엇보다 그 몸무게로 16kg 아이와 씨름할 자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고.
1. 목표 : 한 달에 1kg 조금 안 되게 빼면 1년이면 10kg 달성 가능
- 1년에 10kg를 빼겠다고 계획을 세워버리면 좀 심리적으로 빡쎄져 버린다. '휴 어느 세월에' 느낌이랄까. 뭔가 대단한 각오와 대단한 실행을 해야 될 것 같지만 이걸 12개월로 쪼개면, 한 달에 1kg 안 되게만 빼면 달성 가능해지는 몸무게 일뿐. 한 달에 1kg 안 되게 빼는 건, '내 체질'을 감안할 때, '전체적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저녁 식사를 뭔가 자기 전에 배고프겠는데? 느낌으로만 덜 먹으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특정 카테고리의 음식을 자제하거나 돈을 들여 어떤 운동을 시작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체중 관리라기에는 어쩌면 하찮은 여러 요소들을 감각적으로 균형을 맞춰가며 '매일 뭐라도 야금야금 하긴 하는' 방식을 택했다.
2. 잔챙이 같은 노력들을 감각적으로 균형을 맞춰서 실행
-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기 : 다른 글에 언급한 적 있지만 작년 2월쯤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을 시작했고, 5월 정도부터 달려보기 시작했었다(올해도 달리기는 다시 도전할 것이다). 조금 몸에 익어간다 싶을 때 발뒤꿈치가 너무 아프고 마침 겨울 초입이라 달리기는 중단했다. 대신 아이와 함께 가급적 매일 산책을 했고, 하루에 두 번 산책하는 날도 있었다. 아무래도 (돌~두 돌) 아이와 함께 다니면 빨리 걷기는 쉽지 않다. 내가 택한 방식은 유모차나 자전거를 태우고 10분 이상 빨리 걷기로 아이가 좋아하는 어느 지점까지 숨차게 가고, 거기서 내려서 같이 천천히 산책하다 돌아오는 것이었다. 뭐 이것도 상황이 허락할 때 가능한 것이고, 어떤 날은 그저 아이 손 잡고 나가서 짧은 거리를 천천히 돌다가 오는 날들도 많았다. 아이는 빨리, 멀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오래오래 보는 날이 더 많았으니까. 그걸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 고무줄 바지나 헐렁한 치마 대신 살짝 타이트한 옷(단추 바지나 조금 짧은 상의) 입고 외출하기 : 아이 데리고 혼자 산책 나갈 때는 차림이 편해야 한다. 나처럼 멀티가 어려운 사람은 조금만 신경 쓰이는 옷을 입으면 행동이 굼떠지고 아이와 함께하는 산책길이 배는 더 피곤해진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주말에 남편이랑 같이 외출할 때 하루 정도는 타이트한 옷을 입었다(지나가다 거울에 비친 내가 좀 인간 소세지 같이 보여 깜짝 놀라도 일단 참는다..). 아,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건 체중이 3~4kg 정도 감량된 후에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옷만 타이트하게 입어도 배에 힘이 들어가고 몸이 저절로 전체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허리 밴딩 스타일 말고 단추가 달린 바지나 치마를 입고, 여기에 벙벙한 스타일의 상의가 아닌 요새 소위 크롭한 기장이라고 하는 약간 짧은 상의를 입고 나가면 어쨌거나 평소보다는 확실히 배에 힘주고 다니게 된다. 불편하고 신경 쓰이다 보니 여기저기 다니면서도 덜 먹게 되고 뭐 아무튼 '불편함이 주는 나름의 효과'가 있다. 다만 이걸 매일 그럴 수는 없으니 하루 정도 불편하게 다니고, 대신 그날 저녁은 집에 와서 맥주 한 캔 하며 배부르게 먹는다던지 감각적으로 균형을 맞추며 적당한 선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해 보는 건 나한테 현실적으로 잘 맞는 방식이었다.
- 간단하게라도 집밥 먹기 : '대충이라도'(핵심은 대충..그렇다고 노력 안 들어가는 거 아님..엄마가 부엌에 오래 있는 게 싫은 아기의 저항이란ㅋ) 집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면 체중 관리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몸무게가 천천히 하향 곡선을 그릴 때 다시 상향하는 걸 막아주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배달/외식 음식이 (내가 주로 시켜먹는 음식 특성 상) 집밥보다는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도 높기 때문이지 않을까. 맛있으니까 더 많이 먹게 되기도 하고. 나는 아이 돌 지나고 나서 육아가 더 힘들게 느껴졌었는데 배달음식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었다. 뭐 그렇게 자주 시킨 것 같지도 않은데, 한 달을 돌아보면 배달비는 으악 수준이었고 그렇다고 그 시기에 먹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엄청 높았던 것도 아니었다.
현재는 배달비는 한 달에 7~8만 원 정도, 3회 이하로 주문하고 있다. 이건 뭐 계절적 특수성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4월 같은 경우 장거리 소풍이 많아지니 전체적으로 배달/외식비 지출도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배달 음식을 줄이고 집밥 비중을 늘리면 체중 감량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늘 집밥만 먹을 수도, 그 집밥을 늘 건강식으로만 먹을 수는 더더욱 없다(그렇게 하는 분들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지만). 여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었다. 체중감량과 관련된 건 하루에 하나씩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라면이 너무 당겨 라면을 먹거나 저녁에 냉동 식품을 에프로 돌려먹거나 한 다음 날에는, 조금 더 움직이는 비중을 높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대충 균형을 맞췄다.
- 오늘 뭐라도 하나는 하는데, 꼭 딱 하나만 하기 : 그게 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체중 관리와 관련된 거는 뭐라도 하루에 하나씩은 했다. 그런데 딱 하나만 했다. 하루에 두 가지 이상 겹치게는 안 했다. 예를 들어, 아기의 컨디션이랑 맞는 날은 유모차 끌고 의도적으로 좀 오래 걷거나 숨차게 걸었는데 그런 날은 저녁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마음 편히 맛나게(고칼로리..) 먹었다. 어떤 날은 나갈 수 없는 날씨이거나 움직이기 싫은 컨디션이었는데 그런 날은 집에서 채식 위주로 만들어 먹고, 특히 저녁 식사를 평소보다 조금 덜 하는 식. '많이 걸은 날인데 좀 더 분발해서 저녁도 좀 덜 먹어볼까'식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고, 하루에 딱 하나만 하기로 목표를 세우면 나 같은 경우는 마음이 좀 편해진다. 그러다 보면 좀 더 오래 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가 나에게는 가정보육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체중관리였다. 집중적인 노력을 해서 뺄 여건도 안 되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의 노력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위의 내용도 글로 언어화하니까 저렇지 그저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느낌학적으로 대-충하는 그런 것들이었다. 무엇보다 난 원래 생각이 많아서 저런 생각조차 즐기는 사람이라 잘 맞았던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상당히 흡족하다. 체력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절약 효과도 있었고(대신 절약 스트레스는 있었다.), 당연히 옷 입기는 훨씬 편해졌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요새 좀 신경 쓰이는 이슈가 있어서인지 그쪽에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다 보니 본격적으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조급해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지는 날을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