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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Oct 09. 2020

[북리뷰] 우리가 반짝이던 순간

글쓴이 : 경이와믿음 킴냥_이엘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참 예쁜 제목이다. 제목이라는 건 정말 은유적이고 함축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서정적인 감성 에세이 같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다지 호락호락하고 말랑말랑하지 않다. 





그런데 제목에 살짝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어가는 중에 어느 순간 괴리감이 좁혀지는 걸 깨달았다. 이진순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p. 7



아니,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이라니?…  이 책에 실린 열두 명의 인터뷰이를 살펴보면 도대체 비범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처음엔 이상했다. 나라면 살면서 쉽게 접하지도 못할 거대한 폭풍우를 우직하게 견뎌낸 이들이었고, 민감하게 타인의 고통을 내 몸처럼 아파하며 견딘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국민 영웅으로 추켜세우거나 이 시대의 닮고 싶은 어른으로 칭송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왜 그동안 만난 사람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없었다’라고 말할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다.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하나 같이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미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는 것. 그런데 그 모습을 보며 그분들이 겸손의 미덕을 실천한다기보다 진심으로 자신을 대단치 않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이들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처 주었기 때문이다. 중도에 포기했고 좀 더 적극적으로 투쟁하지 못했으며, 옳은 방향이라 여겼으나 뒤돌아보니 잘못 든 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무엇이 맞는지는 모른 채 나아간다. 삶은 전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영웅은 없었다’라는 작가의 결론은 나약한 피조물일 뿐인 인간에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말이다.





다만 열두 명의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옳다고 생각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켰다. 알면서 물러나지는 않았다. 최선이라 여겼지만 잘못된 것을 깨달았을 땐 실수를 발판삼아 더 나은 오늘이 되게 했다. 우리는 그 박차의 순간을 듣고 있는 것이었다. 이분들의 삶을 보며 이렇게 앞서서, 중간에서, 또 뒤에서 빛을 발해주는 덕분에 하나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가 된다고 느낀 작가의 서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은 늘 반짝이지는 못해도 분명 아름답게 반짝이는 어느 순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책을 읽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 ‘반짝이는 순간’은 지나갔을까, 혹시 지금일까, 아니면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이미 지나갔다면 나는 왜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지금이라면 왜 누리지를 못하는 걸까 등등.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데… 그렇다면 매일 온 관심과 신경을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그 분을 생각할 때 우리는 한순간도 빛나지 않는 순간이 없는 사람들인 게 아닐까. 적어도 그분 한 분께서는 내 무대를 언제나 가장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계시니 나에게는 항상 그분이 비추시는 빛이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혹시 지금 내 빛을 느끼지 못한다면 잠시 무언가에 의해 가려져 있어서일지 모른다. 우리가 반짝이는 순간은 하나님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매일의 삶에서 그분이 기뻐하시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실천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지만 또한 그때마다 돌이켜 나아가는 그 순간이라고. 그 순간 나를 보시는 하나님의 눈 역시 반짝이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그분 앞에 늘 반짝이고 싶다. 더불어 이 인터뷰집의 저자처럼 다른 사람의 반짝임을 발견해주는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 앞서 함께 읽은 <출판하는 마음>이 남을 알려고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면,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열두 명의 야기를 들으면 나도 무언가 행동하고 싶어진다. <히즈포엠>의 인터뷰가 이처럼 상대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통로가 되길 원한다. 이처럼 읽는 이들에게 결심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인터뷰가 되길 소망한다.


@catdog_sheep

@wonder_n_bel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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