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드, 나의 한때
중학생 때, 갑자기 보라색이 좋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손수 보라색 털실로 겨울 목도리를 떠서 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 목도리는, 생각보다 나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랍 속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이별을 했고,
보라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색이라 단정 지으며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내가 정말 열정을 담아 몰두했던 일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에 내가 빠져 있던 색은 오키드였다.
보라색과 한 끗 차이로, 핑크빛이 조금 더 감도는 컬러.
오키드 컬러의 립스틱을 바르면 괜히 자신감이 생겼고,
그날의 룩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조금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색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흐른 뒤,
그 시절 동료들과 “그때 참 좋았지”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나의 화려함을 숨기지 않아도 되던 시기를 살고 있었다.
그 시절의 ‘오키드’는,
나를 대변하던 색이었다.
그래서 그 몇 년 동안, 자연스럽게 그 색을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감정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말로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먼저 색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오늘의 마음이 무슨 색인지, 밝은지 어두운지, 선명한지 흐릿한지.
색으로 보면 감정은 조금 덜 날카로워진다.
이해하지 못해도, 존재 자체는 허락할 수 있게 된다.
오키드,
현재는 조금 거리가 느껴지는 컬러가 되었지만,
내 인생의 한 시절을 가장 잘 닮았던
아름다운 색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