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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피스 Apr 17. 2021

'못하는 나'를 인내해준다는 것


경험이라는 게 쌓일수록 못하는 것은 포기할 줄도 아는 나름의 삶의 지혜가 생겼다.


내가 어디까지 가능한 사람인지 한계선을 그어 놓고, 그 영역과 넓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건 없지만 욕심은 많아 어떻게든 해내려고 아등바등했던 어린 날의 치기를 내려놓으니 마음은 편해졌다.


"저는 그런 거 못해요"라고 말하는 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괜한 기대를 할 수 없게 싹을 잘라 버렸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나의 세계는 좁아졌다.

할 수 있는 것들로만 채워진 하루 하루는 생각보다 재밌지 않았다.


그래서 덜컥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못했고 못하고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중 하나가 나에게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매주 수채화와 유화를 멋드러지게 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로선 하나도 삐걱거리며 그리는 나를 마주하고 있다.


그렇게 내 자신의 '못함'을 인내해주고 있는 것이다.

잘하는 것이 아닌 그저 '하는 것'을 격려하며, 습관처럼 올라오는 자괴감은 훠이 훠이 쫓아내고 있다.


그저 지속하다보면 언젠가 가까운 지인들의 얼굴을 최소한 웃기지 않게 그려줄 정도가 되지않을까라는 작은 소망만을 한 켠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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